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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미국에서 만난 친구들, 한국에서 꿈을 키우다

2011-08-18


남들은 해외로 떠나는 여름방학, 한국에 돌아와 비지땀 흘리고 있는 청춘들이 있다. 미국의 명문 디자인 대학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ISD: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 재학중인 한국인 재학생 그룹, DRI가 바로 그들이다. 졸업전시도 아닌 ‘재학전시’를 연 12명 청춘의 꿈은 홍수도 태풍도 뚫을 만큼 강하고 찬란하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자료제공 | DRI(dricollective.com)


DRI는 두 개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Designers in Rhode Island이고 다른 하나는 de Rhode Island, 프랑스어로 ‘로드 아일랜드의’라는 뜻이다. 자신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름에 나타낸 것이다.

이은상 외 11명의 DRI 멤버들이 속해있는 로드 아일랜드 디자인 스쿨(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은 미국 프로비덴스에 위치한 학교로 개교한지 120여 년이 넘은 유서 깊은 곳이다. 미국 내에서 가장 역사가 긴, 그리고 디자인 및 예술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이곳은 한국에는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학교를 알리겠다는 일념과 더 큰 꿈을 향해 건축, 회화, 그래픽 디자인, 산업 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은 DRI라는 이름으로 한국에서 전시를 기획했다. 8월 17일부터 22일까지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열리는 <순간> 전에서는 그들의 신선하고도 색다른 ‘순간’에 대한 단상을 엿볼 수 있다.


Jungle : RISD는 어떤 곳인가?

1877년에 설립된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디자인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예술 학교다. 우리 학교는 MIT, 브라운 대학교 학생들과의 연계하여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며, 세계로 뻗어나간 졸업생들은 NASA, 나이키, 삼성, Target 등에서 미술과 디자인의 현재를 이끌고 있다.

Jungle :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는 전시회를 통해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또한, 한국의 디자인계와 미술계에서 주축이 되어 활동하고 있는 동문 선배들과의 결속을 굳히고, 학교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Jungle : DRI처럼 미국 내 다른 디자인 대학에서도 한인 유학생 그룹이 있나?

다른 대학에서도 뜻이 맞는 학생들끼리 모여 종종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우리가 특별한 이유는 한 번 전시회를 갖는데 그치는게 아니라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지속할 수 있는 활동들을 위해 체계적으로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로고, 웹사이트, 스폰서 요청 등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많다.

Jungle : ‘순간’이라는 주제는 해석하기 쉽지 않은 주제다. 첫 전시의 주제를 ‘순간’으로 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근대에서 현대로 접어들면서 사회 곳곳에서 ‘빨리빨리’ 문화와 대량생산 시스템이 도드라지고 있다. 빨리 만들고 빨리 잊혀지는 이런 현상들은 예술과 사회와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우리를 자극시켰다. 그래서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지나치기 쉬운 ‘순간’들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목적에만 의미를 부여하고, 그 과정 속 순간들을 인지하지 못한다.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 도시의 현대성을 규정하는 ‘순간’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분야의 작업을 했다. 이를 통해 DRI의 시각과 경험을 복합적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Jungle : 졸업 전시가 아니라, 재학 중에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재학 중에 전시회를 준비해 강의와 실습을 통해 터득한 내용을 자유롭게 표현해내고 싶었다. 흔히 짧은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방학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리 학교를 홍보하고,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뽐내는 예술적 재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Jungle : 왜 RISD를 선택했나?

이은상_ 원래 옷 만들기에 관심이 있어서 벨기에에 있는 학교에 지원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 발표 시기가 애매해 먼저 합격한 RISD에 입학했다. 원래 목표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선택이었다.
김은지_ 나에게도 RISD는 원래 목표했던 대학은 아니었다. 하지만 디자인 또는 예술 분야에서 학교의 평판이 좋아 이 곳에 오게 되었다. 요즘 들어 정말 탁월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훌륭한 교수님들과 친구들 사이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서, RISD의 이름값이 괜한 것은 아니었구나 생각한다.
김지선_ 솔직히 말하면 학교 순위를 보고 RISD에 관심이 갔다. RISD에는 알려고 할수록 더 모르는 알쏭달쏭한 면이 있었고, 이런 호기심과 오기에 RISD에 지원하게 되었다.
김효정_ 나에게 RISD는 근접할 수 없는 나의 드림 스쿨이었다.

Jungle : 각자 가지는 ‘순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김지선_ 나는 부산의 광안리 바닷가에서 떠오른 생각을 발달시켰다. ‘바다와 입장을 바꾼다’는 생각에 매료되었던 그 순간, 나에게 순간은 깊은 영감을 주었던 정말 짧았던 바로 ‘그 순간’이다.
김정민_ 순간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순간은 초 단위의 짧은 시간도, 긴 시간도 의미할 수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그때 그 순간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다”고. 나는 사람들이 ‘그 순간’을 어떻게 정의하던 간에 결국은 순간은 짧은 순간과 긴 순간의 조합이라 생각한다. 순간이라는 것은 물질적 단위로는 정의할 수 없는 복합적인 것이다.



Jungle : 이번 전시가 각자에게 일깨워준 것은?

김은지_ 첫 발을 내딛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간단한 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처음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라 작품에 쏟아야 하는 열정과 시간을 전시 준비과정에서 쓰느라 정신 없고 힘들었다.
김정민_ 순수한 마음으로 전시회를 열기 위해 모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포스터, 초대장, 도록, 스폰서 제안서, 프린트, 전시장 디스플레이 등 개인 작품 외에도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았다. 두 달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단체 활동을 하면서 의견을 수용하고 중재하는 법 또한 배웠다. 만약 다음에 또 한번 하게 된다면 시간에 잘 맞춰, 더욱 퀄리티 높은 전시회를 열 수 있을 것 같다.

Jungle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올해를 기점으로 해 미국과 한국, 양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싶다. 현재는 매년 전시회를 여는 것이 목표다. 이외에도 초청강연이나 봉사활동, 취업 박람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예술계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예술문화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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