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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월트디즈니 최초 한국인 수석 애니메이터 김상진

2011-05-27


길고 긴 머리를 가진 라푼젤은 과잉보호를 하는 엄마 덕(?)에 18년간 성에 갇혀 지낸 소녀다. 어느 날 이 성에 침범한 플린이라는 도둑에 의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된 소녀가 겪는 흥미진진한 이야기.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는 깜찍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소녀 라푼젤과 그녀를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플린이 등장한다. 이들이 펼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대박’을 친 흥미진진한 애니메이션이다. 개봉했다하면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히트를 치는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반드시 미국이 아닐지라도 서양인에 의해 탄생되었을 것 같은데. ‘라푼젤’의 뒤엔 든든한 한국인 애니메이터가 있었으니, 월트디즈니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 | (주)오드아이앤씨 전시사업부


라푼젤의 남자 주인공 ‘플린’을 디자인한 건 바로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상진 씨다.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최초의 한국인 수석 애니메이터인 그. 라푼젤이 한국인 애니메이터에 의해 탄생됐다니 재미난 영화 속 스토리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그는 ‘라푼젤’의 캐릭터디자이너로 참여하면서 플린뿐 아니라 '탑에 있는 라푼젤', '점차 나이 드는 고델의 이미지' 등 라푼젤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을 디자인했다.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월트디즈니 특별전’ 개막을 위해 한국을 찾은 그의 모습은 한눈에 들어왔다. 애니메이터로서 풍기는 멋스러움이랄까, 그가 지닌 중후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이랄까. 여러 가지 짐작과 함께 ‘플리’를 디자인한 주인공이라는 설명 없이도 그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결정적인 포인트는 '플리와 닮은 얼굴'이었다.
그는 플리를 꼭 닮았다. 성격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자연스럽게 흐르는 머리하며 훤칠한 키와 군살 없는 몸, 남자다운 외모는 플리와 그를 자꾸 번갈아보게 했다.


한국인으로서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의 최초 수석 애니메이터가 되기까지 그에게는 여러 캐릭터가 있었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한국의 대표적 캐릭터인 둘리부터 로티와 로리 등이 바로 그에 의해 탄생된 캐릭터다. 그가 캐나다를 거쳐 미국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에서 활동하면서 디자인한 캐릭터는 에이스 벤츄라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헤라클레스, 타잔, 보물섬, 치킨리틀, 로빈슨 가족 등 무수하다. 하나같이 친근한 이 캐릭터들을 만들기까지 그는 캐릭터 디자이너로 매진해왔지만 디자이너로서의 시작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늘 그림을 그릴 거라 생각했던 그였지만 적록색맹이었던 그는 당시 미술대학에 진학을 할 수 없었다. 고교재학시절 적록색맹이라는 걸 알고 경제학과에 진학했지만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마음을 접지 못한 그는 졸업 후 그림과 관련된 직업을 찾아 나섰다. 우연히 신문에 난 애니메이션 관련 기사를 읽고 애니메이션 회사의 문을 두드린 것이 첫 시작이었다.


색과 디자인의 관계는 디자인 작업에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그에겐 색맹이라는 제약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색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에 작업을 하면서 색맹이라는 점이 장애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그가 유일하게 느꼈던 장애 혹은 좌절은 색맹이라는 이유로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가 겪은 이러한 경험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꿈과 희망을 찾아나서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이야기와 비슷한 감동을 전해준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도 꿈을 갖게 하는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과도 닮은 듯하다.

작업에 있어 리서치가 매우 중요하고 그래서 영화를 많이 참고한다는 그는 취미로도 영화보기를 꼽았다. 취미는 일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좋을것 같다고 말했지만 정작 생활 속에서도 일을 즐기는 그의 모습은 역시나 프로다운 모습이었다.

책상 위에서 거울을 보며 얼굴 표정을 연구하는 그는 거울을 보고 그림을 그리면서 어떠한 감성을 캐릭터에 담을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모험을 즐기며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처럼 따뜻한 마음을 지닌 또 다른 그의 영혼이 캐릭터에 전해지진 않을까.
넉넉하고 환한 그의 미소 속에 숨어있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청년 김상진이 만들어낼 또 다른 감동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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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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