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5
해외 유수 디자인어워드에서의 한류가 거세지고 있다. 작년 한해만 해도 레드닷어워드나 IF디자인어워드의 국내 대기업 디자인의 수상사례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왔다. 더군다나 올해는 공공기관의 IF디자인어워드 수상소식까지 들려오니 그야말로 낭보가 아닐 수 없을 것. 2011 IF디자인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상의 주역인 서울디자인재단의 두 디자이너를 만나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이번에 수상한 제품들, 책 두 권과 포스터까지 총 세 종이나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김장오(이하 장오)_ 타기업들은 제품 하나 내서 상을 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우리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세 개나 동시에 수상할 수 있어서.
Jungle : 본인들의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드린다.
김보상 과장(이하 보상)_ 서울디자인재단 안의 모든 홍보편집물을 관리하고 있는 편집출판디자인과의 과장을 맡고 있는 김보상이라고 한다.
장오_ 저는 그 밑에서 부사수를 맡고 있는 김장오이다.
Jungle : 디자인이 인하우스로 진행되는 경우, 재단 같은 공공기관의 특성상 크리에이티브를 펼치기 어려운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는 않나?
장오_ 많은 분들이 오해를 많이 하신다. 재단 안에서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기 힘들 거라고. 그런데 인 하우스 개념으로 내부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오히려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제약이 없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Jungle : 이번 수상작들은 어떤 부분에 중심을 두고 디자인했나?
보상_ ‘골든에이지’ 같은 책은 어떻게 보면 딱딱할 수가 있다. 수많은 잡지를 다 설명해야 하니까.그런데 다른 것보다 행사의 홍보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책이라는 느낌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오래된 미래 같은 경우엔 ‘디자인한마당’이라는 행사장에 깔리는 책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곳은 굉장히 많은 매체가 모이는 장소이다. 그래서 조금 더 세게 나가보자는 생각에 색을 굉장히 튀게 구성했다. 이름대로 너무 오래된 느낌보다는 밝고 선명한 느낌을 많이 살렸다.
Jungle : 캘리그라피는 누가 담당하셨나?
장오_ 강병인 선생님이다. 친분이 있는 편이어서 부탁을 드렸다. 좋은 작품을 저희가 디자인에 잘 반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Jungle : 이번 디자인을 하시면서 가장 많이 참고했던 매체나 디자인이 있다면 무엇인가?
장오_ 디자인을 하면서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은 것들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다.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아니라 신선하게 보일 수 있는 그런 것들.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 별의별 시안을 다 만들었다. 너무 어려운 과정이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일종의 도전과 같았다. 만들어 놓고 둘이 부둥켜 안고 기뻐하고 그랬다.
보상_ 아부성 발언은 아니지만 학창시절부터 디자인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얻었던 곳이 바로 디자인정글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저희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겠다고 남의 것을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다. 홍대 수입서적 서점에서 책을 사거나 디자인 잡지를 찾아보면서 최신 정보를 얻었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는 외려 남의 것을 더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Jungle : 아카이빙은 접근하기 힘든 소재일 수도 있다. 다른 책들은 기획이나 컨셉이 있지만 전혀 상관없는 것들 중에서 하나의 주제를 뽑아내는 작업이 어려웠을 것 같다.
보상_ 보통의 잡지전 같은 경우에는 전시 잡지 중 잘된 것 하나를 선출해서 메인 이미지로 삼는 것이 다반사이다. 우리는 시간도 3주 정도밖에 없었고 그 방대한 자료에서 무언가를 선별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다양한 체험을 찾아 했던 것 같다.
Jungle : 예를 들면 어떤 체험들을 했나?
보상_ 자동차를 좋아한다. 좋은 차를 렌트해서 하루를 돌아다닌다던가 하는 식으로 영감을 얻었다.
장오_ 과장님은 아티스트적인 성향이 강하다. 나는 뭔가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고. 혼자 끙끙 앓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냥 많이 돌아다녔다. 홍대 같은 경우에는 거리가 많이 바뀌는 편이고 인쇄물에도 퀄리티가 있어서 자주 돌아다니는 곳이다.
Jungle : 이 책들은 어디서 볼 수 있나?
보상_ 만들고 나서 아쉬운 게 다양한 분들에게 배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산 자체가 많이 적은 편이라 재단 쪽 관련된 디자인 인사나 해외 기관 같은 곳에만 발송했다. 올해는 예산이 더욱 줄어들 예정이라 좀 어렵다. 디자인재단 홈페이지에서 e-북으로는 볼 수 있다.
Jungle : 정말 공들여 만드신 거 같다.
보상_ 공공기관 인쇄물이 아무렇게나 만들어져서 막 뿌려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시민의 세금이지 않나? 한 권을 만들더라도 공들여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Jungle : 각자의 디자인적 방향성이나 철학들을 듣고 싶다.
보상_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들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 같다. 겉만 화려하고 기교에만 신경 쓴 디자인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디자인의 기본적인 요소만으로도 훌륭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색채학이나 타이포그라피, 대칭, 비례, 보색대비 등으로 좋은 디자인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장오_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제 6년 정도 디자인을 했는데 잃어버린 첫 마음을 다시 회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잃었던 것은 다시 찾아내고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면서 점점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
Jungle : 앞으로 재단 안에서 만들어질 디자인 제작물의 방향성이 궁금하다.
보상_ 예전엔 시간이 부족해서 디자인하기에만 급급했던 부분이 있다. 앞으로는 초반 기획 단계에서부터 튼실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물들을 만들고 싶다. 이런 작업들을 통해 이후 DDP가 지어지면 전시라든가 출판 사업을 확대하고 싶다. 일본 록폰기를 좋아하는데 그 곳에는 조그마한 팜플렛을 비롯한 아기자기한 디자인들이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소통이 쉽고 디자인적으로도 빠지지 않는 인쇄물이나 출판물을 내놓고 싶다.
장오_ 대표님이 필립스 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가전 제품 회사인데도 불구하고 인 하우스로 책이나 브로셔를 생산하는데 퀄리티가 높다 보니 단순히 필립스 것 이외에도 다른 곳에서 의뢰가 온다고 한다. 지금은 서울시의 디자인 물만을 제작하고 있지만 다른 곳에서도 오퍼가 올 수 있는 그런 실력을 갖추고 싶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무리 바쁘다해도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