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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행복한 275c

2010-12-08


사람을 만나기 전, 가지게 되는 편견 같은 것이 있다. 작품으로 소통하는 작가의 경우엔 더욱 그러하다. 작품이 음울하다면 그 사람은 왠지 우울할 것 같고, 대책 없이 밝다면 깃털처럼 마냥 가벼울 거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를 만나기 전 에디터가 가졌던 생각 역시 그러했다. 그간 보아오던 그의 작품은 한 없이 컬러풀하고 톡톡 튀는, 그야 말로 ‘요즘 아이들’이나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한, 한 시간 동안 그런 편견은 여지 없이 깨지고 말았다. 그는 생각 외로 수줍고, 겸손하고, 예의 바르고, 건실했다. ‘재미’를 추구하는 바른 청년, 그래픽 아티스트 275c를 만나보았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Jungle : 이름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지 않나?

좀 그런 편이다. 그래서 이름을 바꿀까 생각 중이다.

Jungle : 색다르고 좋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나.

꼭 색다르게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어느 순간 색다른 느낌이 되어버렸다. 좀 유치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 자기 이름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많은데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게 너무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Jungle : 오히려 그 이름이 특색 있고 멋진 것 같다. 가벼움이 가벼움이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지 않나. 이름의 유래보다 더 궁금한 건 작업을 어떻게 시작했는지 그 계기이다.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은 뭐랄까, 대중적인 느낌인데 난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Jungle : 본인의 작품이라면…

내가 만족하는, 내 그림이다. 디자인을 할 때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야 하고 왠지 사람들을 놀래켜야 할 의무감을 느끼는데 난 그냥 내 일이 일종의 취미생활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굳이 그렇게 생각하고 작업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다.

Jungle : 본인의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는데 작품에 쓰이는 재료들은 이미 만들어진 것들이다. 소스는 주로 어디서 구하나?

책을 많이 사 본다. 다양한 웹사이트와 이미지 사이트도 많이 보고. 꼴라쥬 같은 건 저작권 문제가 있다. 처음엔 재미로 작업물을 블로그에 올리는 수준이었다. 일로 발전이 되다 보니까 저작권 문제가 신경 쓰이더라. 작업물에 대한 페이를 내가 받아도 되는 건가 싶었다. 아직도 그 경계는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 정도를 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수준에서 작업한다.

Jungle : 앤디 워홀 같은 경우도 그런 식으로 작업했지 않나?

그때는 더 예전 일이고, 지금보다 그런 경계가 없었다. 더불어 예술에 대한 신성함 같은 것으로 어필되기도 했고. 지금은 예민한 부분이 될 수 있는 거 같다. 어짜피 남의 사진과 그림을 가지고 하는 작업이지만 이왕이면 사람들이 본 적 없는 신선한 이미지를 쓰려고 한다.

Jungle : 영향을 받고 있는 작가가 있나.

THS라는 작가를 좋아한다. 그 사람은 꼴라쥬와 드로잉, 페인팅을 전부 한다. 예전엔 마냥 그 사람의 전체적인 색감이랑 느낌이 좋았다. 점점 시간이 가면서 더 좋아지는 건 이 사람이 작품을 통해 하고 있는 활동이다. 그림뿐만 아니라 활동을 닮아가고 싶다.

Jungle : 작품을 보면 왠지 학교 다닐 때 개구쟁이였을 것 같다.

아니다. 모범생이었다(웃음). 그런 거 있지 않나. 싸움도 못하고, 공부도 못하고,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그런 아이. 중학교 때까지 그랬던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그림을 그리면서 삶이 변했다. 재미 있게. 어릴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아무 것도 안 하고(웃음).

Jungle : 의외다. 장난스러울 거 같은데

보통 그렇게 생각하시는데 별로 그렇지 않다. 조용하고 혼자서 작업하는 거 좋아하고. 어릴 때는 못했던 것들이 지금 후회가 되기도 한다. 내 인생은 지금이 더 재미 있다. 작업 하는 것도 재미 있고. 이런 인터뷰도 하지 않나(웃음)? 어렸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지금 하고 있으니까 내가 막 좋아하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비치는 것 같다.

Jungle : 고등학교 때 갑자기 그림을 시작한 계기가 있었나?

그림 그리는 학교에 갔다. 거기밖에 갈 수 없는 성적이었다(웃음). 학교가 재미 있었다. 수업의 반 정도가 실기 수업이었고 그게 잘 맞았던 거 같다. 그때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게 좋지, 이걸로 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Jungle : 이 작업 저 작업 많이 하는 것 같다. 비디오 작업, 프린트 작업, VJ까지.

내가 생각해도 되게 많이 하는 것 같다(웃음).

Jungle : 왜 그렇게 많이 하시나?

그냥 조금씩 손대는 거다. 실력도 안 되는데(웃음). 그런데 모두 다 재미있다. 영상은 배운 적이 없는데 그런 회사에 들어가게 되어서 거기서 배웠다. 모션그래픽 같은 건 잘 하진 못하고 플레이 하는 VJ로서의 작업이 재미 있었던 것 같다.

Jungle :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할 때 어렵지 않나?

어렵다, 굉장히. 그래도 직원이니까 밥값은 해야 되잖나(웃음). 원래 전공하신 분들은 효과나 필터를 써서 간단하게 하는 작업을 난 일일이 붙이듯 한다.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아날로그틱하고… 회사에서 쓰이는 영상에는 맞지가 않았는데 회사와 별개로 작업하다가 나름대로의 방법이 생긴 거 같다.

Jungle : 그게 또 매력이다.

운이 좋았다. 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한 애가 있으니까 차별화되어 외려 잘 봐주시는 것 같다. 어설프게 잘 하면 욕을 먹지만 아예 못하니까 ‘얘는 원래 이렇구나’ 라고 생각해준다


Jungle : 작품을 보면 원색 천지에 진짜 거칠고 아날로그적 느낌이 강하다. 본인 성격이랑 비슷한 거 같나?

맞는 것 같다. 나는 별로 화려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 화려하고 색감이 독특하다고. 꼭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나랑 잘 맞는 거 같다.



Jungle : 특별히 좋아하는 색깔이 있나?

다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는 녹색을 좋아했다. 누가 그 색이 왜 좋냐고 물으면 그냥 둘리가 좋아서라고 답했다(웃음). 생각 없이 한다.

Jungle : 인상적이었던 작업은?

다 재미 있는데… 어떨 때는 회의 하는 것이 그림 그리는 것보다 재미 있다. 일을 해가는 과정을 좋아한다. 쉽게 쉽게 작업이 잘 될 때가 가장 좋은 것 같다(웃음).

Jungle : 자기 생각이 강해서 선이 분명하신 분들도 있는데…

난 생각이 없다(웃음).

Jungle : 연애하는 스타일도 비슷한지?

난 싸우는 걸 진짜 싫어한다. 그냥 좋아야만 한다(웃음).

Jungle : 연애하면 싸울 수도 있지 않나? 다투면 그 사람 안 보는 건가.

아니다. 본다. 금방 풀린다(웃음).

Jungle : 요요진이라는 작업도 하시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꼴라쥬 작업하면서 그다지 돈은 못 벌었지만 스스로 잘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웃음). 이런 재미 있는 일들을 사람들이 나한테 주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빈티지한 느낌의 팬시 용품들을 많이 봤는데 내 작품이랑 이거랑 비교가 될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이 드니까 ‘이걸 계속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꼴라쥬가 상품화까지 된 걸 보니 조금 있으면 작업을 계속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게 하고 싶었다. 항상 컴퓨터로만 작업을 하니까 회화 작업도 하고 싶었고. 2009년에 일본 도쿄에 가서 쉬려고 갔다. 거긴 서점이 잘 되어 있으니 서점을 자주 다니면서 책을 많이 봤다. 그러다가 자려고 누웠는데 문득 패턴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패턴작업 관련된 자료를 많이 봤다. 그러다 요요진을 구상하게 되었다. 혼자 안 하고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할 것들이 많을 거란 생각을 했다.

Jungle : 이름을 요요라고 지은 이유는?

그냥 반복되는 느낌이 좋았다.

Jungle : 요요진의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

낯뜨거운 행동을 잘 못한다. 속 보이는 행동도 못하고(웃음). 요요진을 하면서 가장 큰 이익은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된다는 거다. 평소에 어떤 사람의 작품이 좋아도 좋다는 말을 못한다. 부끄러움이 많아서(웃음). 그런데 공동으로 웹진을 만들면 맘에 드는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공적으로 말을 걸 수 있지 않나. 칭찬뿐 아니라 대화도 할 수 있고… 같이 하는 사람들이 ‘요요진은 네 거잖아’ 라는 말을 하는데 그 말이 참 싫다. 물론 내가 혼자 웹사이트 기획, 디자인이며 관리를 혼자 한다. 하지만 함께 하는 작가들의 그림까지 내 건 아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작가들이 이 곳에서 자신의 작품을 홍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유로운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Jungle : 같이 하는 작가는 얼마나 되나?

스무 명은 넘는 것 같다. 일본에 있을 때 요요진을 만들었는데 처음엔 꿈이 컸다. 일본과 한국을오가면서 전시하고,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정신 없이 일만 하다 보니까 못했다. 일본에서 계속 연락하면서 하는 친구가 한 명 있는데 앞으로 여러 나라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많이 모으면 재미 있을 것 같다.

Jungle : 본인한테 작업은 어떤 의미인가?

큰 의미이다(웃음). 나는 워커홀릭 같다. 작업하면서 즐겁기도 하고 힘들었던 순간 조차도 즐겁다. 일할 때 제일 좋다.

Jungle :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되고 싶은 게 되게 많다. 일단은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부모님이랑 같이 잘 지내고 싶다. 그림을 위해 태어났다기 보다는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하는 것을 찾은 것 같다. 이거 아니면 안돼! 이런 것 보다는 나를 밝게 만들어 주는 것이 그림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변한 게 많다. 앞으로도 그림을 계속 그리면 지금처럼 살 수 있을 것 같다. 난 지금 상태가 너무 좋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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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정
잡지디자이너 과심은 여러분야에 관심은 많으나 노력은 부족함 디자인계에 정보를 알고싶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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