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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영화논리를 꿈꾸는 씨네월드 이준익 대표

2003-11-19

자본논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괴짜 영화기획집단이 전통적인 영화의 거리, 충무로에 위치하고 있다. 몸집 키우기에 바쁜 한국영화 시장에서 씨네월드는 영화수입에서 배급, 마케팅 기획 제작까지 모두 스스로 해결한다.
<성스러운 피> , <벨벳 골드마인> , <메멘토> 등 들여온 외화들이나 직접 제작한 <간첩리철진> , <아나키스트> , <달마야놀자> 최근 <황산벌> 에 이르기까지… 영화들만 보더라도 심상치 않다.

씨네월드의 이준익 대표는 1세대 영화광고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이다.
파르라니 짧게 깎은 머리때문인지 마치 도올 김용옥 선생을 떠올리는 강한 인상과 명쾌하고 직설적인 말투에서 ‘괴짜’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때 최고의 광고디자인 회사였던 ‘씨네시티’의 수장이었던 그는 정상의 자리에 오른 이후, ‘영화를 직접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영화제작사 ‘씨네월드’를 설립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한 영화판에서의 수많은 경험이 말해주듯 그와의 인터뷰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두려워하지않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 인터뷰 : 김미진 기자 ( nowhere21@yoondesign.co.kr)




정글) 충무로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18여년간 영화광고, 제작, 배급, 수입 등 다양한 영화적 경험을 쌓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가?

스스로를 영화광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영화를 좋아한다는 웬만한 이들보다 영화는 많이 본 것 같다.
그림에 재능이 있어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당시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디자인 일을 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로 인식되었던 때였는데 처음에는 경제적인 이유로 학원사의 <주부생활> 이란 잡지사에서 편집디자인 일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학원사의 다른 잡지 <여성 잡지> 의 편집부장이던 이세룡 감독을 따라 서울극장 선전부장겸 도안사로 이직하면서 영화광고 디자인을 하게 되었고 비로소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았다.

마케팅이 분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라, 포스터, 신문광고, 전단 등 영화광고디자인이 영화홍보를 위한 유일한 마케팅 수단이었다. 그렇게 서울극장에서 영화 전반을 익히고 87년 석명홍(현 씨네라인2) 사장과 동업으로 영화광고 대행사인 ‘씨네시티’를 차렸다. 이후, 영화포스터나 팜플릿, 신문광고를 디자인하는 ‘씨네시티’는 국내 영화사, 직배사, 대기업 광고를 독점할 정도로 급성장하여 한때 시장의 80%정도를 점유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갖기도 했다.


정글) 지금은 영화기획을 주로 하고 담당하지만 대학에서는 동양화를 전공했고,
과거 한국영화디자인의 1세대로서 서울극장 도안사로 일하면서 포스터, 신문광고 전단까지 다양한 영화광고를 디자인해왔는데...그리고 과거에는 영화디자인이 어떻게 이뤄졌는가?


나는 현장 스틸사진이 모두 흑백이던 시절부터 영화 광고 선전물을 디자인해왔다.
당시 영화광고 디자인물이라야 포스터, 전단, 신문광고가 주요 활용매체로서, 디자인적인 요소보다는 기능적인 면에 치중했다. 층이 진 사진을 이용해 그라데이션 효과를 주거나 오리고 붙이는 꼴라주와 같은 조악한 방식으로 사진을 조합했다. 영화의 사진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외국 디자인잡지에서 자극적인 사진을 발췌해 마치 영화인양 도용됐던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러나 80년대 말, 스캐너가 나오고 옵셋인쇄가 활성화되면서 제판 작업을 하던 재래식 방법에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어느날 갑자기 인쇄 프로세스가 급속히 선진화 된 것 같다. 이제는 컴퓨터나 기계를 이용해 모든 것을 처리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프로세스의 기능만으로도 생계수단이 되었다.


정글) 작업스타일은 어떠했는가?

‘씨네월드’를 차릴 때까지 대략 1500여 편이 넘는 영화광고를 디자인했다.
예전에도 영화의 주 관객은 젊은이들이었는데, 영화 홍보물을 제작하던 사람들은 나이가 많아 젊은층의 기호를 맞추지 못했다. 반면 당시 20대 후반었던 나는 20년 이상 차이가 났던 선배들과 달리 감각적인 비주얼을 많이 도입해 호응을 얻었다.

‘씨네시티’를 설립하고 나서는 많은 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라는 상품의 ‘한시성’으로 인해 영화의 소비 싸이클은 길어야 한 두달이고 짧으면 일주일 만에 끝난다. 그래서 영화의 마케팅 방식도 다른 산업에 비해 초스피드로 진행된다. 때문에 나는 ‘정확성’ 보다 ‘신속성’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작업했다.고민하기보다 직관적으로 작업하는 게 내 스타일이기도 했고, 일단 빠르게 작업이 끝나면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남아있어서 유리했다.


정글) 영화광고 기획사 '씨네시티'가 6년 만에 국내 영화사, 직배사, 대기업 광고를 독점할 정도로 성장해서 현실에 안주할 수도 있었을 텐데…
씨네월드로 새롭게 출발한 이유는?


창작은 끊임없는 도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도망가다 보니 어느새 감독이 돼 있었다. (웃음)
힘들게 만들면 그만큼 재미가 더욱 크다. 어떤 면에서 예술가는 가학적인 것 같다. 모든 창작의 배설물은 고통의 산물이고, 끊임없는 고민과 자기학대에 가까운 고통에 따라 그만큼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글) ‘씨네월드’는 한국영화 계에서 굉장히 독특한 영화 기획집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떻게 출발하였고 ‘씨네월드’는 어떤 회사인가?

8,90년대 대부분의 영화광고를 섭렵했던 영화광고 대행사 ‘씨네시티’가 ‘씨네월드’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만 해도 영화마케팅이 따로 없던 시절이라 영화광고디자인이 영화마케팅의 일환으로 진행되어왔다.
여느 제품광고도 그렇겠지만 광고라는 것이 제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는 작업이다.
‘씨네시티’를 설립하고, 한 때 영화시장의 80%를 점유할 정도로 많은 영화광고디자인을 하였다. 지속적으로 많은 분량을 소화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많은 영화를 학습하였고, 생산의 욕구로 확장되어 1987년 ‘씨네월드’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브라더 컴퍼니로서 ‘타이거픽쳐스’, ‘이글 픽쳐스’, ‘씨네월드’가 함께하고 있다.
영화를 통해 사람들과 의사소통하고 싶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기획/제작, 외화수입, 배급, 마케팅까지 다한다. 회사의 모토가 자급자족이다. 메이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영화논리로만 간다.


정글) <간첩리철진> , <아나키스트> , <달마야놀자> 최근 <황산벌> 까지 전부 원작이 없는 작품으로 영화를 자체 개발해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제작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 유명감독을 모시거나 외부의 아이템을 돈으로 사지 않고 모든 영화의 기획은 씨네월드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데...

우리는 자체적으로 아이디어를 개발한 다음 전속작가에게 기획을 던진다.
보통 영화사의 경우, 작가가 쓴 시나리오를 읽고 '괜찮다' 싶으면 제작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일반인데 우리는 아이디어를 우리가 직접 기획하고 시나리오가 나오면 감독을 섭외하고 제작비를 물색한다.
외부사람을 통해서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우리는 내부의 넘치는 창작의욕과 아이디어를 경작해서 담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적인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만 그것이 영화를 제작하는 추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씨네월드의 플레이그라운드는 주류시장이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비주류이다.
비주류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이 주류를 꿈꾸는 기존의 관념에는 역행하는 구조이다. 이또한 남과 다른 우리의 차별화 전략이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씨네월드의 생명력이며 비전이기도 하다.



정글) 수입 배급한 영화들도 <성스러운피> , <벨벳 골드마인> , <메멘토> 등 씨네월드 영화는 뭔가 색다른 것 같다. 배급하는 영화에 대한 원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외화 수입의 기준은?

원칙이라고까지 할만한 것은 아니고 작품을 선택하는 우리만의 선호와 코드가 있다.
과거 다른 영화들과 다른 새로운 영화를 추구한다. 디자이너의 크리에이티브한 욕망의 연결선상이라고 할까?
그리고 외화수입의 기준은 크게 두 가지이다.
로열티 공급가가 적정해야 하고, 기존 업계에서 들여오는 영화와 차별화 된 영화라야 한다. 이는 상품뿐 아니라 작품으로서의 의미도 포함한 것이다.


정글) 1993년 키드캅을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황산벌에서도 직접 연출을 담당했는데 계기는 무엇인가?

연출에 대한 욕심은 내재되어 있었지만 억지로 이루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황산벌은 시나리오가 나온 뒤 여러 명의 감독들을 거쳐갔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연출을 맡지 못했다. 아무래도 국내에서는 특히 제작되기 힘든 ‘전쟁사극’이라는 장르의 난이도가 높은 탓에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국내에서 전쟁사극이라고 할만한 영화는 변방의 전쟁을 다룬 <성웅, 이순신> , <이재수의 난> 정도이다. 비용, 시간, 인력 부족으로 프로덕션 환경을 구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쟁사극은 리스크가 큰 장르이다. 오래 전 역사적 상황을 거대한 세트로 재현해내야 하는데, 과거 고증이나 자료가 부족하고 갑옷과 같은 의상만 해도 어마어마한 비용이 필요하다.

직접 연출을 맡으면서 그 동안 제작자로 얻은 노하우가 연출자의 마인드와 합쳐져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필름메이커로서 꾸준한 활동 끝에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글) 씨네월드에서 만든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느끼는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가?

의지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
항상 30%정도 만족한다. 나머지 70%는 그 다음 작품의 원동력이다.


정글) 내 인생의 영화로 손꼽을 만한 영화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헤드윅(Hedwig and the Angry Inch, 2001),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 태엽 오렌지 (A Clockwork Orange, 1971),
컬트 영화라는 말을 탄생시킨 최초의 컬트 영화, 록키호러픽쳐쇼(The Rocky Horror Picture Show,1975)와 같이 독창적인 스페셜리스트 무비를 좋아한다.



정글) 한국영화의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충무로에서 영화를 제작하며, 문화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영화의 트랜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영화는 그동안 놀라운 신장세를 보였다. 멀티플렉스의 확장을 통해서 극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나이 먹은 관객들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다.
과거 10년 동안 다양한 장르적 실험을 거치면서 일단 관객층을 넓히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의 소비활동이 대중화되고 영화는 한국문화산업의 주역으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앞으로는 ‘횡적인 팽창’이 아니라 ‘종적인 발전’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작품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영화가 제작될 것이며,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꾸준한 생산을 통해 관객의 인식이 성장해야 그만큼 한국영화도 성장해 나갈 수 있다.


정글) 앞으로의 계획과 씨네월드에서는 차기작으로 어떤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가?

<달마야 놀자> 후속편 제작이 1월에 크랭크인 한다.
그리고 <코미디클럽 살인사건> 에서 직접 연출까지 담당할 계획이며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다. <코미디클럽 살인사건> 은 내년 4월중 크랭크인 할 예정이다.


정글) 영화판에 꿈을 품고 광고디자이너로 활동하거나 미래의 ceo를 꿈꾸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한마디

인문학적 지식을 키워라
당장은 스킬이나 트랜드를 쫓는데 급급하기 쉽지만 그런 것들은 항상 변화된다.
넓은 안목을 가지기 위해서는 인문학적 지식을 쌓는데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길이든 계속할 수 있다.

Artfilm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가장 최근의 영화, <헤드윅>

Button
: 첫 단추… 디자인으로 밥을 먹기 시작하다.

Creative
: 창조란 꿈 심는 텃밭

Dislike
: 약속 잡는 거

Experience
: 경험은 도망자의 경로.

Fear
: 별로 무서운 게 없다. 공포는 정신분열증세.

Gold
: 돈은 없으면 고단하고 있으면 거추장스럽다.

Handicap
: 나의 약점은 남의 조언 듣고 그대로 안 하기

Introduction
: 회사소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영화로 밥 먹는다!

Jump
: 도약의 계기는 배고픔.

Killing time
: 멍청하게 가만있기

Leadership
: 진정한 리더쉽이란 위험한 곳에 먼저 뛰어들기

Message
: 메시지는 부질없는 의사소통이다

New
: 새로움이란 호기심의 발로…

Occupation
: 업무… 신속한 결정. 두 번 생각하지 않는다.

Quickness
: 속도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방식

Revolution
: 오늘 나의 주관은 내일 객관이 될 것이다.

Style
: 내 스타일은 횡설수설하며 얼버무리기??

Track
: 지나간 자취를 돌아보면 복습하기 어려운 실수투성이

Useful books
: 가장 유용한 책은 역사책!

Vainness
: 세상에 쓸데없는 것은 없다!

Weekend
: 주중과 다름없음

Xanthippe
: 결혼은 절대하면 안됨

Young
: 부러움의 대상

Zoom
: 가까이서 보는 나는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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