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주(mjkim@jungle.co.kr) | 장현진(MONO Paper Studio) | 2015-06-17
다양한 기업들이 자신만의 서체를 가지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서체를 기억할 수 있을까? 서체를 기억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를 많이 보고 또 사용했다는 뜻일 터, 기업의 서체를 사용자 입장이 아닌 일반인이 구분해 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기억하는 서체가 있다. ‘올레!’를 외치면 떠오르는, 부름에 반응해 움직일 것만 같은 서체의 자태, 바로 올레체다. 기업의 전용 서체를 완성했을 뿐이지만, 이는 여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양하고 일관된 패턴을 그린다. 로고, 서체에서 출발한 디자인은 제품, 패키지, 광고영상, 스포츠 구단의 상징까지 누구나 척 봐도 하나의 기업체가 보여주는 일관된 디자인이라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하나의 거대 기업이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불현듯 완성하고, 빼놓지 않고 고객들에게 리미티드 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제공하는 디자인 기업 kt. 전 국민에게 올레를 알리고 완성한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어떻게 일할까? 그룹의 전체 디자인을 기획하고 완성하는 그룹디자인정책팀과 이를 총괄하는 센터의 지휘자를 만났다.
에디터 | 김미주(mjkim@jungle.co.kr)
사진 ㅣ 장현진(MONO Paper Studio)
많은 사람들이 통신기업이 고유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를 계속해서 발전시키고 있다고 하면, 먼저 물음표를 그릴지도 모를 일이다. 더구나 최첨단을 내세워야 할 것 같은 이 기업의 제품들은 알다가도 모를 어려운 기술적인 부분을 시각적으로 쉽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숨기는' 디자인 방식을 보여준다. 또 고객들은 통신사에게서 멤버십을 대상으로 다양한 제휴사의 할인을 더 잘해줄 것이라는 기대보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다음 번에는 어떤 제품이 될지 궁금해한다.
국내 IT 기업의 행보치고는 낯선, 이 같은 장면을 연출한 기업 kt는 디자인을 경영의 기치로 내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다. 보다 뛰어나고 앞선 디자인이 기업의 역량을 뒷받침하고, 시장의 점유를 잠식하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행보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허나, 보기 좋고 접근이 쉬운 디자인에는 ‘서비스’가 그 배경에 있다. 무형과 유형의 서비스를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완성해 제공하는 기업의 디자인은 겉치레에 능한 시선들을 뒤로 하고 요란하지 않지만, 모두의 삶 속에 들어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Jungle : kt가 디자인을 타이틀로 내세우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고 알고 있는데, 디자인 비전이 기업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박혜정 전무(이하 박) : 일반인을 대상으로 브랜드 조사를 실시하면 kt의 이미지는 늘 ‘권위적이고 딱딱하다’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답니다. IT기업은 흔히 뭐든 유연하지 못하고 고루할 것이란 편견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고, 또 고전적 이미지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회사 내부에서 그에 따른 방향을 준비해왔습니다. 제가 2007년 입사시점에서 디자인경영실이 탄생했고, 그해부터 이듬해까지 현재의 kt가 되기 직전, 변화의 기로에서 많은 시도들을 하면서 앞으로 기업의 모습에 대해 ‘올레(olleh)’를 전면에 내세우게 됩니다. 그 시작이 2009년이었죠. 올레는 기존의 로고가 블루(KTF) 컬러였다면, 따뜻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로고의 타입과 더불어 레드 컬러를 적용함으로 BI, CI에서 전면 개편을 시도했습니다. 올레라는 브랜드의 언어가 거꾸로 읽으면 헬로(hello)로 풀어낼 수 있듯, 이 같은 일반적인 발상을 새롭게 전환하려는 획기적 변화를 내부에서부터 전국의 지사로 확대했고, 전국의 각 대리점에서 고객에게 직접 다가갔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제 옆에 있는 임재희 팀장(수석디자이너)이 있었고요.
Jungle : 많은 글로벌 기업의 사례로 볼 때, ‘디자인’은 기업을 경영하는데 있어 막대한 경제적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kt에서 생각하는 ‘디자인’이란 뭔가요? 현 시점에서 디자인의 힘은 기업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 : ‘디자인’은 기업의 경영의지를 고객들에게 가장 직접적이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수단이죠. 디자인은 기업이 고객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이같은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국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언어를 목표로 합니다.
kt에서 그동안 진행한 다양한 디자인 결과물들은 기업 내부직원들한테는 자신이 속한 그룹의 자부심이자 내부 결속을 다지는 원동력이 됩니다. 이를 테면, 올레나 야구단의 아이덴티티, 캐릭터 등 이를 제품으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고 안팎으로 기업 브랜드에 자긍심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고객 입장에서는 미학적 가치 상승과 실용성, 그리고 무엇보다 일관되고 통일된 디자인으로 브랜드 이미지 제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멤버십 고객에게 한정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를 실제 제품으로 제공하는 것도 고객들에게 자신이 이용하는 브랜드가 특별하다는 자부심을 전달하기 위함이죠. 특히 그룹 내부에서는 시각화된 기업의CI와 BI로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을 빠르고 쉽게 수행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습니다.
Jungle : 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사고에서 좋은 디자인 프로젝트가 나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kt가 추구하는 ‘좋은 디자인’ 무엇인가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고객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임재희 팀장 (이하 임) : kt는 첫 출발이 그렇듯이 국내를 대표하는 IT기업입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최신 기술을 그대로 고객들에게 전달하기에는 많은 과정들과 변화를 필요로 하지요. 그래서 저희는 ‘Easy Digital Life’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보다 쉽게 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도록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멤버십 대상의 디자인 프로젝트 또한 그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 물론 크리에이티브의 근간이 되겠지만, 원래 존재하던 익숙한 사물을 다시 생각하고, 그 틀에서 벗어나 IT기업에서 시도 할 수 있는 터치를 통해 새로운 아이템으로 거듭나게 하려는 것이 kt가 생각하는 역발상의 시작이고 좋은 디자인의 기초라고 생각합니다.
조연우 대리(이하 조) : 저희팀 내에서는 이를 ‘콜럼버스의 달걀’이라고 칭하는데요, 처음 아이디어는 정말 누구도 예측하기 힘든, 로우(low) 아이디어에 머물러 있는 듯 하지만, 이를 기초로 완성된 결과물로 나왔을 때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보편적 범위 내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고객들이 이 같은 디자인을 보며 좀 더 쉽게 느끼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의 결과물과 이를 직접 경험하는 사용자는 물론 국내 고객에게 집중되어 있지만, 디자인의 방향은 글로벌에서도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 언어로 이야기를 풀어내려 합니다. 어떤 환경에 놓여있든, 이를 바라보고 사용하는 많은 고객들이 이에 만족할 때 그 결과물은 좋은 디자인이라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결과적으로는 가장 편리하고 뛰어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kt로 모두에게 각인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Jungle : 지금까지의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영역이 굉장히 다양합니다. 팀뿐 아니라 팀 내 개인의 역량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IMC센터에는 그룹디자인정책, 단말디자인, 매장디자인, 글로벌협력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조 : 모든 프로젝트는 기획에서부터 결과물, 홍보용 영상까지 모두 팀 안에서 실행합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디자인담당이라고 하면 에이전시를 통해 결과물을 낼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저희 기업은 IMC센터 내에 디자인담당이 따로 있어 디자인 부문 전체, 전 과정을 도맡아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1인 1프로젝트로 진행되기 때문에 업무 집중도도 상당합니다. 자신의 프로젝트라고 해서 그것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팀 내에서 함께 협업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
박 : IMC센터는 기업의 이미지를 관리하고 있는 센터로 각 팀의 담당들이 베스트의 안을 내는,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발상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각 개인을 디자이너와 크리에이터들로 바라보고 좀 더 유연하게 자유로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만드는 것이 저, 바로 총괄자의 역할인 것이죠. 하지만, 큰 기업 내에 속해 있기에 모든 것이 생각만큼 자유롭지는 않을 겁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좋은, 최선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들을 주고 받고 있지요. 좋은 결과물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들을 반대하는 부분도 필요하죠. 그렇다고 해서 거기에 주눅 들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보수적으로 일하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도 꺼내놓기 어렵겠지만, 아이디어를 내는 데 있어서는 엉뚱하고 새롭고, 혁신적이되, 최종 선택은 대신 엄격하게 하는 편이죠. 그 최종심사는 고객의 손에 있으니까요.
임 : 자율적으로 운영하시려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래도 아이디어를 내기 수월한 편입니다. 지금 이 공간, 디자인아카이브도 이러한 부분 중에 하나죠. 디자인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사내 디자인 공방.
디자이너들은 스스로 이 아이디어가 안될 거란 생각보다 먼저 해결책을 같이 논의하려는 시도들이 많습니다. 어려운 부분에 대한 생각들을 나눔으로써 아이디어는 더 넓고 커질 수도 있는 것이죠.
Jungle : 그룹디자인정책팀이 진행한 ‘폰브렐라(Phone-brella)’는 멤버십 고객에게만 한정적으로 배포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다이어리에 이어 두번째 프로젝트인데, 이러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연속적으로 진행하는 이유가 따로 있나요? 정확히 기업 내에서는 어떤 효과와 기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 : 리미티드 디자인 프로젝트는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프로젝트로, 말씀하셨듯이 지난해와 연장선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모바일에 익숙한 생활패턴에 맞게 휴대폰 거치가 가능한 다이어리와 우산(폰브렐라)은 지극히 고객 즉, 사용자의 입장과 생활패턴을 고려한 디자인 제품입니다. 고객의 생활 깊숙이 침투한 통신기업의 가치를 디자인으로 해석해 고객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려는 시도가 프로젝트의 배경이 됐습니다. 물론 최신 IT 서비스와 효율적인 요금제가 고객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되겠지만, 일상의 모바일 라이프는 디바이스 바깥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즉 kt서비스가 생활 전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죠. 이는 지금까지 진행한 올레 멤버십 다이어리와 폰브렐라로 연결되었습니다. 이 제품들의 특징은 모두 아날로그 패턴을 가진 제품이지만, 언제 어디에서든 세상과의 소통을 놓지 않으려는 사용자의 입장을 한번 더 생각했다고 할 수 있죠. 따라서 스마트 디바이스를 좀 더 편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들과 연결을 시켜 완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kt가 보다 넓은 시각으로 고객의 삶의 가치에 도움이 될만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부분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디자인이 전달하는 감동을 고객들이 직접 경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를 리마인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Jungle : 프로젝트 진행과정 중에 분명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프로젝트 진행과정은 어땠나요?
조 :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변화를 필요로 하는 고객의 생활을 관찰해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합니다. 물론 문제의 답은 고객들이 가지고 있겠죠. 고객들의 일상생활을 면밀히 살펴보고, 실제로 길거리나 지하철 등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서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이번 폰브렐라의 경우도 비가 오는 날이면 관련 담당자들은 바깥은 나가 장시간 동안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산을 쓰면서도 휴대폰을 사용하고 또한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 많이 발견 했고, 이러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해결점을 찾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인이 완성되게 된 것이죠. 우산은 평상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제작은 어렵지 않아 보일 겁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산 하나가 조립되기 위해서는 수십개의 부품과 20개 이상의 공정을 거쳐야만 완성이 되는 아주 복잡한 제품이기도 하죠. 그래서 리서치 과정에서 수백개의 우산을 직접 펴보고 사용해 보면서 가장 적당한 크기와 재질 원단의 색상 등을 기획했고, 실제 양산 과정에서는 제작과 조립이 진행되는 중국 심천의 현지 공장을 방문하여 직접 제작기술 확인과 품질을 감리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있어 항상 놓지 않았던 부분은 ‘고객이 이 제품을 편하게 잘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기준점이 있었습니다. 아무리 아름답고 고급스런 소재를 쓴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제품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게 되죠. 반대로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포인트를 찾아 해결책을 찾는 다면 자연스레 고객의 좋은 반응, 더 나아가 앞으로 kt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레 폰브렐라 (Limited Edition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