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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디자이너는 기획자이자 전략가

2014-04-22


영화제의 얼굴은 포스터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포스터 한 장에 해당 영화제의 중심 테마를 집중해 조명해야 하는 디자인 콘셉트는 언제나 관객의 기대를 모은다. 매회 달라지는 영화제 포스터, 특히 장르영화제 포스터의 경우라면 그 기대치는 사뭇 다르다. 올해는 어떤 컬러, 어떤 이미지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 잡을까?

올해 7월에 열릴 2014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포스터를 디자인한 팩토리 스튜디오 정이찬은 독립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다양한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디자이너이자 브랜딩 기획자다. 미학적 감각을 부여 받은 기획자이자, 논리적 전략을 앞세워 완성된 디자인의 결과물을 내는 그의 작업 전반에는 해당 프로젝트의 주체가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를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제시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디자이너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단지, ‘디자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을 통해 프로젝트의 핵심가치를 표현하고 리드하는 ‘실질적인 키워드’를 도출해 내는 것임을 그의 작업 맥락을 통해 살펴 볼 수 있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사진제공 ㅣ 팩토리 스튜디오

Jungle :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고 회사를 설립했나?

원래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 학부 때는 경영학과 외국어를 공부했다. 외교관이 되길 바라시는 부모님의 뜻이 있었다. 공부를 하다 보니 브랜드 매니지먼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연스레 브랜드 네임을 완성하는 네이밍 작업으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게 됐다. 첫 직장에서는 네이미스트로서 입사했지만, 회사의 특성상 네이밍과 디자인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일을 진행하다 보니 디자인에 대해서도 알아야겠더라. 그래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콘셉트를 완성하고 네이밍 작업을 하면서도, 브랜드의 이해를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는데 있어 완벽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힘들다는 점이 딜레마였다. 내 작업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디자인과 브랜딩 작업의 밑그림을 동시에 그려내고, 컨트롤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디자인을 배우고 나서야 두 번째 직장에서는 디자이너로서 디렉팅의 능력을 익혔고, 그 후에 팩토리 스튜디오를 오픈해 독립하게 됐다.

Jungle : 오는 7월에 열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포스터를 디자인했다. PiFan의 포스터 디자인은 독창적이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 작업을 본인이 맡게 된 계기가 따로 있었나?

영화제가 저마다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지만, PiFan은 장르 영화제로써 다른 감성을 가지고 있어 항상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주변 지인 중에도 이를 좋아해서 매년 꼭 휴가를 내서 영화를 보러 가는 모습을 익히 봐왔기에 영화제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PiFan측에서 팩토리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그간의 작업 방식이 흥미롭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받았고, 포스터 디자인을 담당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됐다. 주변에 영화제를 즐겼던 친구들도 제가 이 작업을 맡게 됐다고 전했을 때 영화제의 오랜 관객으로 많은 조언들을 해줬고, 때문에 생각보다 빠르고 친밀하게 관객들이 마음 속을 살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영화제를 찾아오는지 이에 대한 감상과 정서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Jungle : 이번 포스터 디자인이 나오기 전까지 팩토리 스튜디오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쳤나?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마음에 품고 있는 나 자신의 모토가 있다. ‘Scientia est Potentia(Knowledge is Power,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라틴어 경구인데, 모든 일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가 되는 말이기도 하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정보수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다. 그것은 단순히 사무실에 앉아서 온라인으로 찾는 영화제 정보와 포스터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실제로 PiFan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그들이 겪은 경험치를 내가 가지고 있지 않다면, 내 스스로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정보까지 수집을 하는 것이다. 특히 장르영화제 문화 안에 들어가서 가서 얻은 결과물은 화면이나 책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친밀하게 느낄 수 있다.

Jungle : 그렇다면 이전에도 이와 관련된 포스터 작업(아트웍)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작업이었나?

엄밀하게 분리하자면, 나는 브랜드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네이밍이나 로고 디자인이나 포스터 작업의 접근방식에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주어진 모든 프로젝트의 ‘에센스’를 찾아내는 것이다. 물론 그전에 아트포스터(슈에무라, 앱솔루트 보드카 등)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경험이 바탕이 됐다. 하지만 모든 프로젝트도 결국엔 그 에센스를 찾아 원하는 포맷에 맞추면 된다고 생각한다.

Jungle : 이번 포스터 기획과정에서 전반적인 디자인 영감은 어디에서 얻었는가?

영감을 '얻다'라는 표현보다 영감을 '찾았다’라고 얘기하고 싶다. 얻다의 어감은 우연을 포함할 수 있지만, ‘찾았다’라는 것은 나의 노력에 대한 일종의 ‘성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 작업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경험했거나 목격했던 다양한 요소들이 전부 녹아 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를 들자면, 어렸을 때 동생하고 같이 손으로 동물 얼굴 그림자를 만들어서 벽에다 비춰가며 놀았던 ‘그림자 놀이’, 피터팬에서 그림자가 분리되어 또 다른 자아가 되어 돌아다니는 것 그리고 키우고 있던 고양이가 움직이는 그림자의 형상을 보고 깜짝 놀라 도망가는 것 등 작게는 이러한 일상 속의 발견이나 경험했던 것들이 이번 포스터의 모티프라 할 수 있다.

Jungle : 이번 작업에서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요소가 있다면?

포스터 안에서 ‘나의 현실과 나의 상상을 만나게 해주는 공간’으로 표현하고 했다. 현실에서의 사랑이 상상에서는 증오가 될 수 있고, 사람의 가장 친한 친구인 귀여운 강아지도 상상 속에서는 인류의 적이 될 수 있는 곳, 그리고 본인들의 상상으로 더욱 신나고 재미있어질 수 있는 ‘놀랍고, 기이한 (Extraordinary)’한 공간이 바로 PiFan이라는 것을 포스터 안에 담고자 했다.

Jungle : 본인만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은 무엇인가? 네이미스트와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이 가진 색을 이야기하자면?

내 스스로 가지고 있는 특정한 ‘색’ 혹은 ‘스타일’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클라이언트 혹은 프로젝트 성격이 가지고 있는 숨겨진 본질을 찾아내 그것을 클라이언트의 스타일에 알맞게 제안하는 것이 내 역할이고 장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 ‘작가라는 호칭이 과연 맞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작가’보다는 ‘전략가(기획자)’의 마인드가 더 크고, 더구나 클라이언트가 팩토리 스튜디오에 작업을 의뢰하는 이유는 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 나를 찾는다는 생각보다 그들의 원하는 대상의 본질을 잘 찾아내고, 그것을 작업의 결과물로 잘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Jungle : 외국의 기업과의 프로젝트도 꽤 진행됐다. 국내와 해외에서의 작업상 차이점을 들자면?

우선 디자이너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깊기 때문인지, 수정사항이 많지 않다. 그만큼 그들 자신이 선택한 디자이너에게 거는 신뢰는 매우 높다. 네이밍 작업에서도 영어 단어를 조합할 경우 국내에서는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제품을 금세 파악할 수 있겠지만, 외국의 경우에서는 난이도가 높더라도, 다양한 단어를 사용할 수 있어 접근하기가 좀더 편하다.

Jungle : 팩토리 스튜디오가 계획 중인 앞으로의 목표?

많은 사람들이 브랜드 네이밍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쉽게 그 가능성을 옅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3~4년 안에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네이밍 작업에 대한 집약된 지식 전반을 매뉴얼화해 서적으로 공개하고 싶다. 또한 네이밍 작업만 10여년 진행하고 있는 노하우와, 디자인을 잘 볼 줄 아는 안목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를 활용해 네이밍과 디자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모바일 내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작업들을 진행하는 회사를 설립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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