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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정재은 감독

2013-11-01


작년에 개봉한 ‘말하는 건축가’는 고 정기용 건축가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의 삶과 건축 철학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면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드물게 5만 명이 넘는 이 영화와 감응했고, 이러한 열기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림일기: 정기용 건축 아카이브’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건축이라는 비교적 낯선 장르를 우리의 삶 속에서 호흡할 수 있도록 한 정재은 감독이 또 한 편의 건축 다큐멘터리로 돌아왔다. “한국의 현대 건축, 최악의 건물 1위”에 선정되기도 한 서울시청 신청사(이하, 신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말하는 건축: 시티홀(이하, 시티홀)’이 바로 그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여전히 건축, 디자인계를 포함해 사회 논란의 중심이 된 신청사 건축 과정을 주제로 그 속의 사람들과 우리 삶의 한 모습을 포착한다. ‘고양이를 부탁해’와 ‘태풍태양’ 등 청춘의 순간을 영화화했던 정재은 감독이 다시 건축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왜 건축일까?’, ‘그리고 왜 건축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걸까?’ 인터뷰를 끝마칠 때가 되어서야 그 질문의 의미가 건축이 아닌, 삶에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다시, ‘건축은 우리 삶 안에서 무엇일까?’ 이 인터뷰는 어쩌면 그 대답에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호호호비치

Jungle : ‘말하는 건축가’를 편집하던 시기에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나요?

우연히 시기가 겹쳤어요. 당시에 ‘말하는 건축가’를 편집하던 시기였는데, 신청사 앞을 자주 지나가게 되었거든요. 그때마다 ‘왜 저렇게 만들어졌을까, 옆면은 왜 튀어나왔을까?’ 궁금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이러한 건축 디자인의 의도나 과정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 떄문에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Jungle : ’왜 저렇게’라는 감독님의 말처럼, 신청사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그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주제를 선택하는 데 있어 고민은 없었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신청사를 싫어하는 상황이니까, 어떻게 다뤄야 이 이야기를 들어줄까에 대해 고민이 많았어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조차도 각자의 입장이나 상황이 달라서 힘들어한 부분들이 있었으니까요. 또한 공무원과 삼성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이야기를 담다 보니, 영화를 촬영해 나가는 매 순간순간 고민을 안 할 수 없었어요.

그렇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건축 디자인의 과정에 대해서도 다뤄보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어요.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관객들과의 거리감을 좁힌다면, 자연스럽게 시청에 대해서도 조금은 이해하고 애틋해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거죠.

Jungle : 실제로 영화를 보면 신청사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나 시선으로 다뤄져 좋았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건축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그만큼 감독님께서 균형을 잡으시는 게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다큐멘터리 영화(이하, 다큐)에서 가장 힘든 것이 균형을 잡는 일이에요. ‘시티홀’과 같은 영화는 사회 전반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 작품이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예민한 문제도 많고, 의견이 너무 다양하니까요. 그래도 영화를 보고 있자면 어느 정도의 균형점을 찾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영화를 하나의 흐름이 아닌,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식으로 구성해봤어요. 현장의 이야기도 있고, 신청사 건물 디자인 안들도 만날 수 있게요.

Jungle : 신청사를 담아내는 다양한 카메라 구도가 기억이 나는데요. 이러한 장면들을 찍기 위해서 특별히 구상하신 것이 있나요?

이 영화는 시청을 멋지게 찍는 것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디자인적인 측면을 고려하진 않았어요. 오히려 다양한 각도에서 관객들이 보지 못했던 측면들을 보여주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느 건물에서 신청사를 찍어보자 라는 식으로 구상하진 않았고, 가능한 주변의 환경들을 고려해서 상황에 맞게 촬영을 하게 됐죠.

Jungle : 신청사 건축에 참여한 분들만큼이나 촬영하고, 편집을 하면서 신청사를 많이 보셨을 거라 생각해요. 완공 과정을 지켜보시고 난 후에 소감은 어떠셨나요?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나눌 수 없으셨을 거 같아요.

애틋한 느낌이죠.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집중해서 신청사 건축 과정을 지켜봤고, 그 속의 여러 가지 스토리를 알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반영한 모습이 아닐까 싶었어요. 건축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 사회에서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등이 모두 담겨 있으니까.

Jungle : ’말하는 건축가’ 이후에 다시 건축 다큐를 촬영하셨단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에게 건축이 어떤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게 아닐까 궁금했어요.

건축 다큐를 통해서, 뭔가를 하고 싶거나 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것보다는 서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해요. 서울을 사랑하고, 도시를 더 잘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삶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으로 인해 때론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결정되기도 하는 걸 보면 건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테니까요. 그래서 이제 우리도 화려하고 예쁜 건축물의 외관보다 공간을 볼 때 어떤 의미를 향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건축물 하나, 하나를 즐기는 건축 애호가에요. 여행을 가도 건축물을 유심히 살피는 편이기도 하고, 극영화를 찍을 때도 공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이러한 것의 연장선상으로 건축 다큐를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Jungle : ’말하는 건축가’, ‘시티홀’에 이은 건축 다큐 3부작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하셨는데, 3부작 계획은 처음 구상 때부터 생각하신 거에요?

딱히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시티홀’을 촬영하게 되면서, 3부작을 만들어봐야겠다 한 거죠. 뭐든지 삼세번이라고 하잖아요? 건축에 대해서 3부작 정도는 만들어야, 어느 정도 이야기를 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이 이야기가 5부작이 될지, 10부작이 될지는. 일단 3부작 정도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Jungle : 어느덧 두 번째 다큐영화를 내 놓으셨습니다. 다큐와 극 영화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또 어떤 부분에 더 흥미를 느끼세요?

다큐와 극 영화 모두 영화라는 넓은 범위에서 보면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힘의 분배에는 차이가 있어요. 극영화는 시나리오를 쓸 때와 촬영을 할 때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한다면 다큐는 편집을 할 때 힘이 들죠.

둘 중에 어느 쪽이 재미있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두 가지를 다 해보니 스스로 배우게 되는 점이 많아요. 극영화는 상황을 연출해서 만들 수 있지만, 다큐는 그렇지 않잖아요? 현실을 원하는 대로 맞춘다는 게 어렵다 보니 더 겸손하게 생각하고, 바라봐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게 눈에 들어와요.

Jungle : 극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분들도 많이 있는데, 다음 영화에 대한 계획은 혹시 있으세요?

‘시티홀’ 다음 영화가 극영화가 될지, 다큐가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말하는 건축가’에 이어서 바로 ‘시티홀’을 촬영했기 때문에 올 연말까지는 쉬면서, 새 영화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요.

Jungle : 마지막으로 ‘시티홀’을 보는 관객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어떤 문제나 사회적 이슈를 바라보는 시선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신청사를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나 상황에 대해서 알지 못한 채로 ‘저건 별로다’라고 말해버리면 건축과 도시 나아가서는 사회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해서 저 디자인이 나왔을까, 그 과정을 알고 관심을 가지려고 했음 좋겠어요.

건축이나 디자인 학도들이 보기에 이 영화는 현장의 가장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계기가될 것 같은데요. 건축과 디자인이 과정부터, 가치와 사회와 만났을 때의 어떤 충돌과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사회적 위치까지 볼 수 있으니까요. 이 영화가 어떤 길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을 스스로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말하는 건축: 시티홀
http://blog.naver.com/cityhall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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