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아트 | 인터뷰

열정을 갖되 무언가는 꼭 해내자

2013-08-14


유튜브에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던 옷걸이로 만든 독서대를 기억하는가? 특별한 소재나 기술 없이도 일상의 소품을 스스럼 없이 완성해내는 그의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공감의 손을 들었다. 누구에게나 있지만 쉽사리 꺼내지 못하는 열정을 디자인으로, 제품으로 그리고 에너지로 전달하며, 지난 몇 년간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온 그.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그 누구보다 디자인 섭리를 완벽하게 몸으로 체득해낸 그가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라는 새로운 파트너를 통해 다시 익숙치 않은 변화를 모색한다. 그가 런던 행 비행기에 몸을 싣기 하루 전, 직접 만나 그간 궁금했던 많은 질문을 건넸다.

에디터 | 김미주(mjkim@jungle.co.kr)
동영상 제공 | 쉐어하우스

지난 8월 8일 해질 무렵, 홍대 인근에 위치한 써니아일랜드 스튜디오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45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디자이너, 회사원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한 자리에 엮은 이는 열정디자이너 염지홍이었다. ‘염지홍’이라는 브랜드의 미래 가치에 투자하고, 지지하기 위한 움직임은 ‘담기 위한 배움보다 닿기 위한 배움’을 이루고 귀국하겠다는 그의 포부를 실현시켰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는 디자인을 완성하고, 이를 매개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의 과연 원동력을 무엇일까. 많은 이들로 하여금 후원을 약속하는 손가락을 내밀게 하는 그는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도 역시 디자인 하나로 ‘통’했다.

Jungle : ‘열정 디자이너’라는 호칭이 이색적이네요. 과감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열정’이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부터 주변 환경에서 문제점을 발견하거나 의문을 가지면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문제해결에 있어 변화를 시도하려는 고집과 성향이 어떤 부분 ‘열정’을 만들었던 것 같네요. 그것이 나이가 들면서 문제해결을 위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발전했고, 그것이 공감을 얻으면서 열정이 도구화됐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미 가진 에너지가 발전되어 실용적인 쓰임으로 변화한 것이죠. 특히 톰 피터스의 ‘내 이름은 브랜드다’라는 책을 읽고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이는 지난 2006년부터 “내 브랜드란 과연 뭘까?”로 개인 브랜드에 관한 고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죠. 그것이 자연스럽게 열정 디자이너(Passion Designer)라는 명칭으로 브랜딩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이렇게 이어져 오게 됐네요.

Jungle : 옷걸이 독서대는 지금의 ‘디자이너’ 염지홍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한데요. 자신의 아이디어를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웹에 게재하셨습니다. 헌데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 이었죠. 독서대는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결과를 미리 예상한 것인가요?

부모님의 운영하는 피자가게 일을 하면서 틈날 때마다 서서 책을 읽다가 필요에 의해 옷걸이 독서대를 만든 것이 시작이었죠. 그걸 본 주변인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일상의 경험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행동에 옮긴 거죠. 독서대 제작과정을 파워 블로거가 웹에 게재하면서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확대됐답니다. 이렇게 ‘빅 마우스’를 통했기에 전파 속도가 빨랐던 것도 사실입니다. 반응이 긍정적일 것이라는 직감은 있었지만, 각 매체에 보도되면서 더 높은 홍보 효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죠.

Jungle : 많은 이들이 왜 당신을 주목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대중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나요?

나는 나 자신을 이미 ‘브랜드화’ 했고, 좋은 이슈는 더 넓게 전파되는 것이 긍정적이고 할 수 있죠. 지역사회 내에서 브랜드의 오리지널은 염지홍이지만, 사회적 가치가 담긴 제품에 대한 특별한 규제는 두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프로젝트 중 옐로우 카드, 즉 ‘교통 안전성’ 전파에 기여 할 사업자가 나타난다면 제품을 공급할 의지도 있습니다. 사회적 임팩트와 공급의 역량이 계속 증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특히 옐로우 카드 프로젝트를 통해 어린이 보호 관련 공동 발의안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고, 사회 내 변화된 모습들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디자인의 권위보다 경험의 권위아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죠.

Jungle : 일상의 작은 아이디어를 디자인으로 실행해 옮기게 된 계기 그리고 그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요?

방대한 호기심이 근간이 됩니다. 다양한 신문과 매체들을 자주 살펴 봅니다. 제 아이디어는 관계형 모델이지 실험용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특히 특별한 소재에 대한 관심과 주변 모든 환경에 넘쳐나는 관찰력은 아이디어를 구체화 시킵니다. 다양한 도구의 활용법을 익히고 데이터 베이스를 축적해두면, 어떤 문제가 다가 왔을 때 평소 경험치를 활용해 해결해내는 거죠. 이처럼 인풋이 늘어나면 아웃풋도 늘어나기 마련이죠.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나오다 보면 연결고리가 발생합니다. 선택은 사용자가 하는 것이고, 옵션은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Jungle : 염지홍 디자이너의 프로젝트에는 사회적 메시지가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재사용, 나눔, 교통안전 등 디자인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상업적인 욕심은 없는 건가요?

‘공짜 경제학’이라고 하죠. 수익 모델을 구체화 시키진 않았지만, 제 디자인은 이야기를 구성하고 만들어내는 과정에 공을 들입니다. 기초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만 하고, 우선 당장 돈을 축적 해야 할 이유는 없기 때문에 돈의 목적이 뚜렷해 지지 않는 이상 필요한 것들을 만들고 제공하면, 또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기회는 만들어 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의 이익에 나름 철저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가 추구하고 있는 디자인 혁신은 분명 기존에 답습처럼 생산되던 제품에 가격과 성능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는 후에 염지홍이라는 브랜드에 후광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어진 많은 기회를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겠죠. 단지 꿈을 이루게 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다를 뿐입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얻은 것들은 저에겐 엄청난 이익입니다.

Jungle : 일련의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개인적인 경험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활의 발견’이 한계로 작용한 적은 없었나요?

상품화(생산화+패키징)에 대한 한계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대량생산을 위해선 그 부분을 해결해야 했어요. 이것은 분명 업계의 기본적인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하죠. 더 나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전문가와의 긴밀한 협력은 저에겐 필수 요소입니다. 혼자서만 작업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제품화 시키는데 구체적인 도움을 청했습니다. 프로모션을 통해 아이디어를 숙성시키고, 콘셉트를 확정해 발전 방안에 대한 고민들은 의뢰를 통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Jungle :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달라진 점, 처음 시작점과 지금 현재 추구하는 바가 같은지요?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내 자신의 성향에 맞는 공부를 어린 시절부터 모색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경계 밖에 머무는 삶에 익숙했죠. 원하는 것에 대한 분명한 목표가 있고 이를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했습니다. 스물아홉을 기점으로 이제는 내가 원하는 ‘선택’을 시작할 때가 왔고, 그 동안 눌러왔던 욕망이 지금에 이르러서 터진 듯합니다. 부모님의 가게를 계속 도우면서 어림잡아 몇 만 명의 소비자와 접촉했습니다. 안에서 머물러 있기보다, 경계에 서는 것에 익숙했던 저이기에 좀더 다른,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연스러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죠. 특별한 상황의 경험들을 통해 얻은 네트워크들이 지금 현재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영국문화원의 기후변화 공모전 참여를 계기로 국제남극탐사 프로젝트에도 동참했다)

Jungle : 디자이너로서의 출발점이 통상적인 수순과 많이 달랐습니다. 곱지 않은 시각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무모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 전례가 없는 ‘펀드레이징’에 대한 반신반의의 시선들이 분명 있었죠. 또 디자인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노파심 또한 존재했습니다. 우선 저는 디자인의 비주얼적인 부분보다는 디자인 시스템을 구성하는 사람입니다. 디자인 영역의 위계에 억눌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습니다. 일단 저의 시작점이 달랐기에 제가 활동하고자 하는 영역은 기존의 디자이너들과 지향하는 바가 다를 수 있어 같은 경쟁을 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는 행정영역에 근간을 두고 활동을 할 것이고, 이에 따라 관계 기관들과 거버넌스 디자인 가이드로서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성서초등학교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Jungle : 지난 8일에 염지홍의 영국 왕립예술학교 입학 후원을 위한 토크 콘서트가 써니아일랜드 스튜디오에서 열렸죠. 분위기는 어땠나요?

먼저 토크 콘서트를 주최한 써니아일랜드와 저 염지홍은 무조건 믿고 함께 하는 파트너십 관계에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신뢰’를 통해 얻은 관계가 더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이죠. 영국 왕립예술학교에 입학 한 후 현지에서도 제가 이들의 활동 영역에 밑거름을 닦을 다리 역할을 할 생각입니다. 써니아일랜드는 새로운 인재에 투자가치를 두는 스튜디오기에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45명이 참석한 이번 토크 콘서트는 목적이 분명한 이벤트였습니다. 저에게는 일명 ‘세일즈’의 시간이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소통하며 후원을 독려하는 이벤트였죠. 비영리 프로젝트로서 저 염지홍은 써니아일랜드의 사업모델입니다. 즉 함께 성장하는 모델로 창의적인 디자인 역량에 가치를 두죠.

Jungle : 앞으로 영국 왕립예술학교(RCA)에서 서비스 디자인을 공부하게 되는데, 지원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과정을 중시하는 학교의 성향에 따라 개인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2010년 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한 인클루시브 디자인 세미나에서 영국 왕립예술학교 헬렌 함린 센터의 장애인을 배려하는 디자인 워크숍에 참여한 것이 본격적인 계기가 됐죠. 장애인들을 위한 디자인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옐로우 카드 프로젝트 이후 다양한 경험들을 이곳을 통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배려하는 디자인’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학교 입학을 결정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내리고 공공 서비스의 접근 방식을 휴먼 웨어에 맞췄습니다. 또 어린 시절 영국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이후 그곳을 계속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이러한 경험을 연결시켜 ‘향수병’이라는 피지컬 포트폴리오의 주제로 정하고 저만의 스토리텔링 방법으로 관계에 대한 디자인을 학교 측에 보여줬습니다.

Jungle : 정확히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무엇을 배우게 됩니까?

영국은 하나의 안건을 가지고 오랜 기간 고민하고 회의를 반복하는 신중한 성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3학기를 기준으로 재학기간 2년 동안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제품 디자인, 인터렉션 디자인과 이 모든 서비스를 지원하는 디지털 기술의 개발 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학과에서 진행한 런던교통국(TfL)의 바클레이즈 공공 자전거 운영 계획과 오이스터 교통카드를 예로 들 수 있죠. 뿐만 아니라 민간영역 및 공공영역의 헬스케어, 병원, 무선통신, 미디어 등이 카테고리 안에 있습니다. 서비스 경험을 디자인 하기 위해 고도로 통합된 접근 방식과 시스템이 필요하며, 다양한 디자인 영역의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시스템 기반의 문제 해결방법을 도출해 내는 방법론을 익힙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적, 상업적, 조직적 맥락에 숨어있는 것들을 발견하고 이해하는 능력과 동시에 성공적인 콘셉트를 만들어 개발하고, 배치해 서비스 혁신을 이뤄내도록 합니다.

Jungle : 학위과정 이후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

직업인으로서의 목표보다는 열정 디자이너의 이름이 잘 활용될 수 있는 곳이라면 강연자로서, 그리고 서비스 디자이너로서 여러분의 앞에 설 생각입니다. 혹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입법기관에 참여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수가 될 수도 있겠죠. 앞으로의 미래를 분명하게 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직업인이 아닌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습니다.

Jungle : 디자이너의 꿈을 키우고 있지만, 당장의 현실에 사로잡힌 잠재된 인재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진짜 원하는 것을 감추고 있는 상황을 인정하고 그 동안의 일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든 본인의 영역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권익을 주장하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은 선택 이전에 숨겨진 비용들을 찾아내는 것도 본인의 능력이죠. 자신의 영역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디자이너로 그 역할에 대한 기본기를 익히라고 얘기해두고 싶네요. 기본기에 대한 노력을 하면서 다른 텍스트들을 소화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멀리 돌아왔다고 해서 주눅들 필요 없이 그 안에서 전공자들보다 더 많은 노력하며 즐겨야 합니다. 센세이셔널한 모습보다 실행력이 바탕이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그 본질이겠죠. 클라이언트의 시각에서 발전된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들이 필요할 테니 다양한 기회 활용을 위해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Jungle : 이런 크리에이터로 남고 싶다?

디자이너로서의 고민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서, 그 동안의 아이디어들을 전부 완성해 내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아이디어를 완성하고자 합니다. 제너럴 리스트이자, 스페셜 리스트 즉 보편적인 것을 특별하게 만들어 내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일상에 즐거움을 주는 사람으로 많은 사람들이 꼽는 다양한 크리에이터 중 한 명이 되고 싶습니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