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04
도시계획가이자 MIT교수로 도시계획을 가르쳤던 케빈린치(Kevin Lynch, 1960)는 ‘도시이미지’(The Image of the City)라는 책에서 환경의 이미지는 환경과 관찰자 간의 상호작용의 과정의 결과로서 일상적인 이미지로 많은 도시민들에 의해 생겨나는 ‘공공이미지(Public image)’라고 하였다. 즉 도시공간과 그곳에 세워지는 건물과 구조만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공간의 사용자 곧 관찰자의 인식도 고려되야함으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 도시를 설계(Design)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글 | 박희정(광진구청 도시디자인과)(nari@gwanjin.go.kr)
야간경관과 미디어파사드로 활기찬 느낌 강조하는 자카르타
올해는 여름휴가를 자카르타와 쿠알라룸푸르에서 보냈다. 서울의 더위가 최절정에 달한 때 떠났는데 더운날 더 더운나라로 간다고 걱정도 많았지만 자카르타에 도착해서는 시원했다. 인도네시아는 이때가 가장 시원하다고 한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발리’지만 필자는 휴양지 보다는 도시를 선호하는 편이라 인도네시아의 첫 방문지로 발리가 아닌 자카르타로 잡았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관광지임에 불구하고 자카르타는 아직까지 관광지로 불리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필자가 도시공간의 주 사용자는 아니지만 방문자인 관찰자 입장에서 짧은 시간 동안 느낀 자카르타의 도시이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
자카르타에 대한 필자의 이미지는 폭탄테러로 인해 위험하고 지저분한 도시였다. 그러나 공항에서 내려 자카르타 도심으로 진입하면서 보이는 높은 빌딩들과 그 사이로 보이는 전광판, 미디어파사드 등은 필자의 무지함을 깨닫게 하기 충분했다. 특히 빌딩들의 외관은 각각 개성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그것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차 사라지고 있는 도심의 고가도로가 자카르타에서는 계속 건설되고 있었다. 현재 자카르타는 늘어나는 자동차로 인해 도심교통이 거의 마비상황인데 지하철이나 지상 모노레일 같은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나마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고가도로라고 한다. 고가도로가 거대한 구조물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많이 해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고가도로 위에서 도시를 조망하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많이 활성화 되어 있진 않지만 점차 확산되고 있는 빌딩의 야간경관과 빌딩하부에 설치된 전광판과 미디어파사드는 도시를 젊고 활기차 보이게 했다. 이런 영상매체 광고들은 첨단의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주위의 다른 배경인 공공시설물들의 수준 낮은 디자인으로 인해 첨단의 이미지까지는 만들어 주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격 거리를 무시한 채 설치된 야립 광고판들도 생기 넘치는 도시를 만드는데 한몫 하는 것 같았다.
관광객을 배려한 표지판 없어 아쉬워
아쉬운 것은 숫자만 많았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낡은 뒷판과 조악한 조명시설로 인해 전체적으로 광고의 수준을 떨어지게 한다는 점이다. 또한 마천루 같은 수많은 빌딩사이에서 랜드마크가 없었다는 것이다. 랜드마크의 부재로 인해서 도시전체를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면 어느 도시인지 모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카르타가 관광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은 표지판이다. 교통표지판을 비롯하여 각종 표지판에 영어를 보기 힘들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의 수가 적은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로서 자원 개발을 위해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비즈니스의 도시로서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나 관광객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광고물로 인해 다양한 도시 이미지 연출 가능
자카르타에서 느낀 도시이미지는 젊고 생동감이 넘친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도시로서 개인적으로 패기 넘치는 청년의 이미지를 느꼈다. 특히나 원색적이고 과해보이는 광고물들로 인해 도시가 굉장히 젊고 생동감 있게 느껴지게 했다.
광고물은 도시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우리나라 같이 자원이 부족해 수출과 관광을 주 업으로 하는 도시에서는 다른 도시와 차별화 되는 도시이미지가 특히 중요하며 이러한 이미지를 홍보나 마케팅에 활용하여 다른 도시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우리가 젊고 활기찬 도시를 만들것인가 아니면 품위 있고 격이 있는 도시를 만들것이냐에 따라 광고물의 위치도 달라질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광고물 정책을 통해 판단해 보자면 후자 쪽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
광고물이 만들어내는 긍정적 이미지가 도시 이미지 만들기도
도시는 성장한다. 처음 만들어지고 점점 나이가 들어 청년이 되고 중년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성장하는 기간은 도시마다 다른데 자카르타는 지금 한창 성장 중인 것 같다. 도심의 커다란 빈공터들에서는 건축공사가 한참 진행 중이며 이중에는 자카르타의 랜드마크가 될 건물이 세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광고물을 기준으로 한다면 우리나라 보다 한 20년 쯤 뒤쳐진 것처럼 보이고 대형 건축물을 보자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건물 전면에 있는 미디어파사드에서 나오는 영상은 충분히 예술적이고 감동을 준다. 중간에 광고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리고 보도와 공공시설물을 보면 후진국같은 생각이 든다. 교행이 불가능한 좁은 인도나 보행자를 고려한 횡단보도의 부재로 무단횡단을 해야 하고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건설 중인 고가도로는 도시가 성장하면서 우리나라처럼 철거해야 할 운명을 맞이할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이번 방문에서 느낀 것은 광고물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였다. 원색적이면서 조악해 보이고 여기저기 멋대로 붙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이것들이 전체적으로 만들어 내는 이미지는 도시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좀 더 과해지면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우리나라처럼 대대적인 정비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