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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업사이클과 사인

2012-04-12


친환경과 재활용이 대세인 시대다. 워낙 많은 물품이 생겨나고 버려지기도 하기 때문에 자원 재활용은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버려지는 현수막을 활용해 에코백으로 활용하는 게 유행이기도 했으나, 조잡함과 유해함으로 지금은 볼 수 없는 제품이다. 하지만 현수막 외에도 사인업에 사용되는 제품들은 재활용할 여지가 많은 부품들이 있다. 자원재활용을 통해 재생산된 제품들은 친환경성이라는 강점 외에도 독특하고 눈에 띄는 디자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권장되고 있다.

글 | 박희정(광진구청 도시디자인과)( nari@gwanjin.go.kr)


무분별한 리사이클은 또다시 쓰레기가 되기도

한때 현수막 재활용(리사이클) 바람이 불면서 너도나도 현수막으로 장바구니를 만들어서 나눠주던 때가 있었다. 필자도 현수막 장바구니를 받아 본적이 있는데 이것을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동안 고민을 했었지만 결국은 버려지고 말았다. 이름이 장바구니이지 학생들 신발주머니 만한 크기로 접어서 가지고 다니기에는 부피만 크고 많이 담을 수도 없을뿐더러 심지어 지저분하기까지 해서 도저히 가방에 넣고 다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물건을 담아준다면 한번 쓰고 버리기 딱 좋았다. 그런데 한번 쓰고 버릴 장바구니를 위해서 사용된 노동력과 사용된 에너지를 생각하면 재활용이라는 명목으로 다시금 쓰레기 만드는게 아닌가 회의가 들기도 했다.

업사이클(upcycle)이란 버려지는 물건으로 만드는 명품이라는 뜻으로 단순히 재활용인 리사이클을 한 단계 뛰어넘는 개념으로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입혀 폐품을 가치 높은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해야 진정한 업사이클 가능

대부분의 재활용이 업사이클을 의도하지만 원래의 제품보다 가치가 낮아지는 다운사이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앞서 현수막 재활용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단순히 천의 재활용은 장바구니라는 아이디어만 가지고는 업사이클이 될 수 없다. 업사이클 제품이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개념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쓸모 없이 버려진 것을 쓸모 있게 만든다. 또한 저렴한 물건을 비싸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의 개념이 도입된 업사이클의 제 1의 가치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가 하는 점이다. 시각적인 미의 완성은 곧 상업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


업사이클을 테마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만들 수도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적 화두와 친환경 제품소비가 트렌드로 자리를 잡으면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고가의 유명브랜드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업사이클 의류를 보면 그때그때 들어오는 재활용 의류와 천들에 맞추어 각각의 제품에 디자인을 입혀야 하기 때문에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량 생산이 어려워 가격수준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가격은 제품에 맞는 재료를 찾아 공급하는 것부터 수거해온 재료를 일일이 해체하고 세척하는 등 재 가공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다.

최초의 업사이클 브랜드는 스위스 취리히 태생의 프라이탁(freitag)이다.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인 마르쿠스 & 다니엘 프라이탁 (Markus & Daniel Freitag) 형제에 의해 탄생된 가방 브랜드로 가방을 만드는 주 재료인 천은 화물트럭 덮개를 만들고 남는 천을 활용하며 나머지 부속재료도 자동차와 자전거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다. 화물트럭 덮개의 특성상 방수기능은 기본이며 특유의 견고함으로 다른 가방들에 비해 훨씬 튼튼하다. 게다가 원재료가 되는 화물트럭 덮개 천의 종류가 항상 달랐기 때문에 전 세계에 똑같은 제품이 하나도 없는, 즉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가방을 가지게 된다는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냄으로써 매니아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취리히의 본사 매장은 역 뒤편에 버려진 컨테이너 17개를 쌓아 붙여 만들었으며 각 공장은 적극적으로 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등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의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그러나 프라이탁은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 보다 멋진 디자인과 최고 품질의 메신저백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업사이클 기업은 제품자체로 매력적이고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우리에게 착한소비를 하고 있다는 만족감과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제품을 소유했다는 자신감을 주면서 지속가능하고 성공적인 기업으로 살아 남을 것이다.


업사이클과 잘맞는 사인

사인은 친환경보다는 환경공해적인 측면이 더 부각되어 있었다. 플렉스와 형광등이 떠난 자리에 아크릴과 LED가 남았지만 이것으로 친환경을 얘기하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하지만 다른 어느 산업보다 업사이클을 실현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업사이클을 위한 필수 조건인 리사이클 (재활용)의 비율이 프랑스 15%, 미국 23.3% 보다 훨씬 높은 49.2%로 OECD국가 중 가장 높다. 업사이클의 재료는 단순히 버려진 재료를 재사용 할 수도 있지만 제품을 해체하거나 재료를 재가공해서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사인을 만들고 남은 재료를 재활용하여 친환경적인 간판을 만들 수도 있고 또는 전혀 다른 소재를 이용하여 사인을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곧 업사이클링의 미적가치인 친환경성과, 실용성을 가지며 또한 남들과 다른 차별화되고 희소성 있는 사인디자인이 될 것이다. 사인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간판을 만들 수 있다. 버려진 다양한 재료를 가지고 세상에 하나 뿐인 예술작품인 사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료에 대한 다양성을 체득하고 디자인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사인업계는 얼마나 다양한 재료를 다룰 줄 아는지가 사인산업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다.

아이디어와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고 새로운 재료를 만드는 일인 업사이클은 현대 산업의 중요 과제로서 연구, 개발되고 있다. 사인분야에서도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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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Sign, Lighting Design 전문 매거진 월간 <팝사인> 은 국내 최초의 옥외 광고 전문지로, 국내 사인 산업의 발전과 신속한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또한 영문판 잡지인 발간을 통해 국내 주요 소식을 해외에 널리 소개하고 있으며, 해외 매체사와의 업무제휴 들을 통한 국내 업체의 해외전시 사업을 지원하는 등 해외 수출 마케팅 지원 활동에도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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