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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포트폴리오의 기초(첫인상) 다지기

2012-11-19


이번에 발간되는 ‘글 모르는 아이’는 ㈜윤디자인연구소의 지원아래 4개대학교의 타이포그라피 스터디 그룹이 함께 모여 만든 최초의 '한글 타이포그라피 문화 비평지’이다.
이 책은 먼저,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공공디자인 중에서 각각 한가지의 주제를 정한다. 그리고, 그것의 근본적인 문제점부터 기능적, 심미적 디자인, 그리고 한글사용에 대한 시대변화에 따른 발전 양상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
이 책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이러한 문화비평을 통해 공공디자인에 대한 해결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주변의 공공디자인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이와 함께 한글의 소중함을 새겨보자.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여기서 말하는 ‘글 모르는 아이’는 한글을 모르는 어린아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한글을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성인들을 포함한 모든 세대를 뜻하며,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자’는 자성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글에 대해서 ‘영문보다 아름답지 못한 문자, 복잡하고 난해한 문자’로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들에게 한글의 소중함을 말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간의 커뮤니케이션과 디자인 비평, 그리고 개개인의 디자인 철학을 담아서 표현하려 하였다.

공공디자인에서만큼은 바르게 쓰인 한글이 보고 싶다는 그들.
발견-분석-실험의 3단계 시스템을 통해, 공공디자인의 문제점을 찾아내고 분석하고 있다. 단순히 비평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까지 제시해 주고 있다.

자동차 번호판이 바뀌면서 사회적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늘 보아오던 익숙함으로 인해 여지껏 몰랐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된 것이다.
우리는 현재 많은 공공 디자인에 익숙해져 있다. 그 익숙함으로 인하여 만약 그것이 잘못됐다 하더라도 인식하지 못한 채 불편함을 그대로 갖고 지낸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각 학교 소모임의 구성원들은 전문가들의 도움에 의존하기 보다는, 나름대로의 주체성을 갖고 한글 타이포그라피 문화의 현주소와 공공 디자인을 비평해 보았다.

신분증은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을 한다. 다른 어떠한 공공디자인과는 달리 자신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국가적 이미지까지 나타내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미 수많은 나라들이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신분증에 도입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곳에 나타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여러가지 조그마한 결함이 보이고 있지만, 그보다 앞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문과 주민등록번호, 상세한 주소기입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서체의 글자사이(자간), 글줄사이(행간), 정렬, 크기 등의 한글 타이포그라피와 관련된 것이다.
그래서 주민등록번호와 주소의 누출을 최소화 하고, 신분을 증명하는데 문제없이 사용될 수 있게 디자인 해 보았다.
지속적으로 신분증은 디자인적 측면에서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은 나아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더욱 높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생들은 보통 12년 이상 학교의 디자인을 접하게 된다.
그것이 좋은 디자인이든 나쁜 디자인이든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일상인 듯 익숙해져 버린다.
한번이라도 상장이나 성적표, 시험지 등의 디자인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느껴본 적이 있는가? 이런 시작에서 ‘수작’은 학교 상장 디자인을 바라보았다.
학교 상장의 경우 1960년대의 디자인을 현재까지도 계속 유지해오고 있으며 한 번도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20세기 교육의 주체는 더 이상 교사만이 아닌 교사와 학생이 동등한 입장으로 바뀌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실제로 금박 테두리와 궁서체로 구성된 레이아웃은 아직까지도 권위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거의 모든 상장들은 서체를 비롯하여, 타이포그라피의 요소들이 올바르게 디자인되어 있지 않았다.
보다 나은 상장의 모습을 찾기 위해, 상장의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디자인과 쉽게 읽힐 수 있는 가독성을 고려하여 제작해 보았다.
학창시절을 추억하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자랑스러운 도구로써 소장가치가 있는 상장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 디자인의 새로운 인식의 전화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있는 그들조차 국내의 경고판 디자인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지적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을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고판은 관찰자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인해, 경각심을 일으키는 기능을 소홀히 하고 있다.
이에 이들은 경고판 자체의 문제점과 외부 환경에서 미치는 문제점 등을 분석하고 조사하여 새로운 경고판을 제안하였다.
감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직관적인 메시지만을 전달하려 애쓴 딱딱한 경고판을 가족이 생각날수 있게 하는 귀여운 캐릭터를 사용하여 형식으로만이 아닌, 감성을 자극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구상하였다.

사용자의 관리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약품설명서는 어렵고 알아보기 힘들어 실제로 잘 활용되고 있지 않다. 이 점을 착안하여 ‘와이포’는 약품설명서 들을 보기 좋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틀에 박힌 문서의 형식을 탈피하여, 난해한 문장과 단어를 쉽게 풀었다.
그리고, 상관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폭과 서체의 크기를 조절하고, 이해가 부족한 행간과 자간에 다단을 사용하여 간결하게 하였다.
약품이라는 것은 사람의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약품설명서들의 제작방식과 그것에 대해 당연하다는 듯 외면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사용자들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제안을 통해 그간 형식에 불과했던 약품 설명서들이 조금이나마 친근한 존재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글 타이포그라피 문화 비평지 ‘글 모르는 아이’ 가 생기게 된 취지는 무엇인가?
예전에 비해서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변화의 태도는 소극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민국 공공디자인의 현실을 파악하고,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대학생들과 함께 잘못된 공공디자인을 발견, 분석, 실험하여 국가와 사회에 제안해 보려는 취지에서 기획하게 되었다.

이 책은 주로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가?
한글사용과 더불어 공공디자인을 주제로 하고 있다.
디자인 서적이기는 하지만, 북 디자인이나, 편집디자인을 보여주고자 함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의 내용이며,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공사장 경고판, 신분증(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 상장 및 상패, 의약품 설명서 등의 디자인을 최대한 기능적 입장에 서서 비평하려고 하였다.
심미적인 부분을 전혀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책 전체적으로 심미적인 의미보단 기능주의에 입각하고 있다.
타겟층은 디자이너라기보단 일반인(공공기관,공,사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디자이너들 역시 모르고 있던, 혹은 잠시 잊고 있던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에 똑같이 느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그들에게 공공디자인의 중요성과 더불어 설득력 있고 기능적이며 그에 합당한 심미성까지 내포하는 디자인을 제안하고자 한 것이다.

다른 책과 차별화 되는 특징이 있는가?
디자이너를 주요 타깃으로 잡지 않아 다소 디자이너 취향의 책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디자인 관련 서적에서 다루지 않았던 소중한 내용을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그 어떤 디자인 서적에서도 공사장 경고판을 예로 들거나 약품설명서를 예로 든 적은 없을 것이다.
디자이너들에게 주는 정보를 사회문화에 실제 적용하여 그것과 연관되는 주제로 풀어본 시도 또한 공공디자인 비평과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 들어 한글의 왜곡이 현재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굳이 그 중에서도 공공 디자인을 비평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흔히, ‘타이포그라피는 시각디자인의 요체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글 타이포그라피는 대한민국 시각디자인의 요체다’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시각 공공디자인에 글자가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한글 타이포그라피와 공공디자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순두부와 날계란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한글사용의 현 상황을 가장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이 공공디자인이며 공공디자인의 현시점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한글 타이포그라피이다. 물론 공공디자인이 한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보다 근원적 입장에서 보면 우리 것의 제대로 된 사용이 더욱 절실하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게 수정되어야 할 공공디자인은 어느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느것 하나도 시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관광명소나 도시의 안내판 등을 들 수 있다. 노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나 장애인의 출입이 잦은 곳, 외국인의 방문이 잦은 곳. 기준을 벗어난 사람들까지 배려해야 하는 친절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아쉬운 부분이 있는가?
대중들에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그리고 흥미를 유도할 수 있게 하려던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어느 것이나 관심이 없으면 접근하지 않는 법이라 공공디자인에 지대한 관심이 없는 한 우리의 작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이도 드물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아쉬운 것이라면 시간의 제약으로 인해 학생들의 실험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개인작업으로는 한글서체 디자인을 놓지 않고 연구하고 싶다. 또한 한글 타이포그라피를 극대화한 영화작업에도 진출해 보고 싶다. 궁극적으로 모든 공공디자인이 희망하는 작업이다. 다수의 대중이 나의 디자인을 이용하여 생활의 편리함을 느낀다면 이만큼 가치 있는 일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한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정글 회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뿌리를 찾아보면 자신이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의 공통되는 뿌리는 바로 한글이 아닌가 싶다.
더욱이 해외로 진출하고 진출하고자 한다면, 한글이 자신의 얼굴을 대변할 수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만큼 한글문화는 대한민국 국민을 언제나 따라다닐 것이기 때문이다. '애착을 가져보니 애착이 가더라.'라는 말을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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