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간 | 2004년 4월 23일~ 6월 15일
장 소 | 금호미술관
주 최 | 금호미술관, 니키컬렉션, 문화일보

21세기 영화, 애니메이션, 디자인 등 다양한 시각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 디자인의 전통은 무엇일까?
반일감정 등의 이유로 접하기 힘들었던 일본 전통 디자인의 실체를 만날 수 있다. 문화일보와 금호미술관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고흐를 비롯한 서구의 인상파에 영향을 미친 일본 에도시대의 목판화 ‘우끼요에’의 원화를 국내최초로 소개한다.

17~19세기 에도시대, 서민계층을 기반으로 발달한 우끼요에는 그 독창적인 색채와 구도, 발상 등으로 서양 미술사에도 한 획을 그으며 문화 수입국인 일본이 세계에 자랑하는 문화 중의 하나이다. 또한 뛰어난 색채감각과 디자인은 오늘날 디자인강국이라 일컬어지는 일본 시각문화의 토대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끼요에의 대가라 할 수 있는 히로시게의 대표작과 그 맥락을 잇는 7,80년대 일본의 스타디자이너, 아와즈 기요시의 디자인. 두 거장의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우끼요에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히로시게의 <명소에도백경> 시리즈는 도쿄지역 명소 100여곳을 소재로 그린 풍경화로 총 118점의 판화로 제작되었다. 감각적이고 화려한 색채와 디자인으로 일본 디자인 2세대를 이끌어온 아트디렉터, 아와즈 기요시는 우리에게 친숙한 화투 소재의 목판화와 포스터 작품88점을 시대별로 선보인다.


취 재 | 김미진 기자( nowhere21@yoondesign.co.kr)

마네,모네,고흐 등 유럽 인상파 화가들을 매료시킨 일본의 우끼요에는 ‘뜬 구름같은 세상’을 뜻하는 ‘우끼요(浮世)’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속세를 담아낸 그림이다.
서민생활과 자연풍경에서부터 가부키배우나 미인도 등 노골적이고 과장된 성묘사까지 일상과 풍속을 강렬한 배색과 대담한 구도로 묘사하고 있다. 원근법을 착실히 유지하면서 그려야 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기하학적 풍경그리기에 반기를 든 인상파 화가들에게 전해진 히로시게의 <명소에도백경> 은 매우 색다른 것이었다.

모티브의 다양성, 대담하고 기발한 구도, 감각적 원근법, 선명한 색채의 사용 등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부분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명소에도백경(名所江戶百景)> 은 120장으로 구성된 대작으로서, 평생 청신한 표현을 추구해 온 히로시게 화업의 집대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4계절로 구성되어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무와 꽃, 비, 안개, 달 등 자연의 다채로운 표정이 정교하게 표현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디자인이란 개념이 한국보다 훨씬 넓고 다양하게 쓰이고 있었다는 점이다. 모든 기획과 창조적인 정신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키워드가 바로 디자인이란 말이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일본 디자인문화를 대표하는 아와쓰 기요시 화백의 이번 한국 초대전은 문명적 이벤트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수 천년 동안 아시아문명의 유전자라고 할 수 있는 한자의 원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고유의 전통적인 색채와 도형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일본인 이상으로 한국인의 생활에 친숙한 화투와도 같은 친숙서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수성과 복잡성 조용함과 동적인 운동 그리고 감성적이면서도 지적인 분석력.---반대의일치를 담고 있는 그 창조적인 공간은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넘어 우주적인 공감과 메아리를 이룬다. 우리가 우리 것을 하면서도 어떻게 아시아적인 것이 되고 세계적인 것이 되고 우주적인 힘을 얻을 수 있는지 이번 전시회는 우리에게 조용히 눈짓해 줄 것이다.
이어령

일본 현대디자인계를 대표하는 아와즈 기요시는 포스터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북디자인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동경인쇄박물관장이다.
주로 원색적인 컬러를 이용하거나, 일본 전통문화를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이며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