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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청춘, 한글을 발칙하게 즐기다

2012-10-08


매년 10월이 되면 온갖 전시와 행사에 ‘한글’이 초대된다. 한글날이 다가오면서 우리 문화의 자긍심인 한글 탄생을 기념하는 잔치들이 각계각층에서 열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올해 566돌을 맞이하는 한글날은 공휴일 재지정 이슈와 함께 특히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과 잔치를 벌이는 이의 솜씨 또한 풍성해진 느낌이다. 매거진정글에서는 그 중에서도 청춘 디자이너들이 준비한 홍대앞의 한글잔치 한 곳을 살펴보고자 한다. 타이포그래피 서울이 주최하고, 윤디자인연구소와 엉뚱상상이 후원하는 「한글잔치 展 –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다.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자료제공 | 타이포그래피 서울

「한글잔치 展 –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고」는 서교동 윤디자인연구소 지하에 자리한 갤러리 뚱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름 그대로 한글을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한판 잔치를 벌이자는 의미로 25명의 젊은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참여 디자이너들은 모두 20대 초반, 한창 청춘을 달리고 있는 이들로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디자이너들이 느끼는 한글,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한글의 새로운 모습을 전시에 담아낸다. 다시 말하면 이번 전시는 청춘 디자이너들의 한글을 줄기는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들이 벌여놓은 잔치에 초대받은 관람객들은 그저 구경꾼에 그치지 않는다. 전시의 모든 작품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넣어 관람객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 곳에 온 모두가 청춘 디자이너들이 마련한 발칙한 한글잔치를 신명나게 즐길 수 있다. 여기서는 어떤 한글 디자인이 잔치를 꾸려나가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전시는 10월 14일까지 이어지니, 직접 즐기고 싶다면 서둘러 홍대앞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도록 하자.

속미인곡(부제-조선반도 흔한 금사빠의 멘붕) | 지미장(최지윤, 백승미, 장보영)

조선시대 가사인 정철의 「속미인곡」을 통해 지금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를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시대불변의 주제인 사랑과 이별을 신조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카카오톡’의 채팅형태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고어와 신조어의 결합을 통해 시간 흐름에 따른 한글사용의 변화를 재미있고, 명확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동형이의 | 루왁(임재신, 김혜령, 박진영, 최규성, 양지혜)

띄어쓰기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는 한글의 특성에 주목하여 관객들이 글자를 직접 움직여 의미를 변형시킬 수 있는 제품 형태의 작품이다. 주판을 모티브로 글자가 옆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원목 구조를 만들고, 아크릴과 아크릴 사이에 시트지로 서체를 붙여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말장난을 통해 한글 자체에 재미를 주고자 한 의도가 담겨 있다.

한글, 속 보인다! | 삼(이주현, 김수정, 김영은)

한글을 읽을 때 속공간이라 불리는 글자의 흰 부분의 형태가 함께 고려되어 인지된다. 한글에서는 속공간 역시 중요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한글의 속공간만으로 읽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글자에 대한 상상으로 시작되었다. 속공간만으로 표정 짓는 한글의 모습을 보여준다.

감각의 흐름 | 에메랄드 팩토리(손보람, 한지현, 안민지)

‘노랗다, 누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뜨끈뜨끈하다, 달큰하다, 달짝지근하다...’ 한글은 어느 다른 언어보다 풍부한 감각어 색채어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착안한 감각의 흐름은 관객이 직접 한글을 보고(노랗다, 누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등), 만지고(따끈하다, 뜨끈뜨근하다, 뜨뜻하다 등), 맛보는(달큰하다, 달작지근하다, 달콤쌉쌀하다 등) 감각적인 체험을 제공한다.

한글을 입자! | 흑미로운 콩딱지(이현화, 김하림, 안다슬, 홍효주)

‘한국인에게 한글날은 어떤 날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디자이너의 결론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날’이었다. 이에 한글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글을 패션아이템에 결합시킨 작품이다. 직접 입고, 들고, 신어보면서 한글에 대한 재미와 의미를 상기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가장 솔직하고 친근한 우리말 ‘욕’. 뻔뻔하게, FunFun한 캐릭터로 디자인하다
우리의 디자인에는 자비심이 없다. 보는 순간 넋을 잃고 말지!(김민지, 김소정, 유선경)

‘욕’은 때론 친근하고 편안함의 표현이다. 또한 즐겁고 흥분될 때, 화가 나고 억울할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욕은 감정을 대변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용함에 있어서 부끄럽게 여겨지는 우리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욕, 그 자체를 캐릭터로 만들어 한글의 또 다른 면모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한글도시 ㅏㅑㅓㅕ | ㅏㅑㅓㅕ(김형우, 정다민, 이성현)

건축물들이 모여 도시를 이루는 것처럼 한글 자소에 공간을 부여하고, 이들의 집합으로 하나의 한글도시를 구성한다. 도시가 규칙과 불규칙의 복합체이듯, 글자꼴의 ‘모듈’로서 한글도시는 규칙성을 가지며, 어떤 글을 타이핑하느냐에 따라 도시는 우연적인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한글도시를 가벽에 그래픽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도시의 성격을 거시적으로, 도시 안의 세부적인 공공디자인물 및 관광안내도를 제작해 도시를 미시적으로도 조망하는 작품이다.


타이포그래피 서울 http://www.typography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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