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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12/2013’ 강연회

2012-08-27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12/2013’가 지난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주관한 가운데 문화역 서울 284, NHN 그린팩토리, KCDF 갤러리, 신라호텔 등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내년 가을 개최될 ‘2013 타이포잔치: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의 사전행사라 볼 수 있다.

기사제공 | 디자인DB(www.designdb.com)

타이포그래피는 활자의 서체나 글자를 배치하고 구성하며 표현하는 용어로, 디자인을 매개로 무한한 문자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각디자인은 물론 디자인 전반에서 밑바탕을 이루는 타이포그래피는 문화의 근간인 문자를 통해 우리의 생각과 언어의 감성까지 담아내며 예술의 한 분야로 일상생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타이포잔치’는 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로서, 지난 두 차례의 경험을 통해 국제적인 디자인 및 문화행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특히 과학적인 문자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에서 세계 유일의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를 개최한다는 점은, ‘타이포잔치’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타이포잔치 사이사이’에서는 ‘타이포잔치’의 문화대사로서 세계 곳곳에 그 가치를 알리고 있는 국제조직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국제조직위원회의 및 강연회를 통하여 ‘타이포잔치’의 전시 구성과 장기적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나아가 타이포그래피 전반의 미래에 관한 통찰을 나누었다.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기간 중 3차례에 걸쳐 진행될 국제조직위원회의에는 디자인계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며 영국왕립미술대학(RCA) 커뮤니케이션대학 학장으로 있는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를 비롯해 일본을 대표하는 그래픽디자이너이자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무인양품(MUJI)의 아트 디렉터 하라 켄야(Hara Kenya), 중국 선전의 OCT 아트 & 디자인갤러리의 관장이자 WX-디자인 스튜디오의 아트디렉터인 왕쉬(Wang Xu)등이 참여했다.

특별히 지난 8월 17일에는 ‘타이포잔치’의 국제조직위원으로 활약 중인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직접 들려주는 강연회가 열렸다. 이 강연회에서는 네빌 브로디, 하라 켄야, 왕쉬가 각기 바라보는 타이포그래피의 현재와 미래상을 재미있게 전달했다. 작년에 개최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에서는 동아시아 문자에 대한 가능성과 논의의 장을 마련했으며, 다가올 내년 가을에는 서양 알파벳 분야를 포함하여 타이포그래피의 담론과 실험의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향후에는 인접 분야와의 연계 및 소수 언어 고유 문자의 전시 추진 등을 통하여 저변을 확대하고 타이포그래피 분야의 명실상부한 대표 전시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지난 8월 17일 NHN 그린팩토리 커넥트 홀에서 열린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12/2013’ 강연회를 통해 세계적인 작가들의 뛰어난 상상력과 작품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하라 켄야(Hara Kenya, 原 研哉)
empty and density


『생각해보면 나 자신은 될 수 있는 한 특별한 타이포그래피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방식의 디자인을 시작해왔다. 과장된 서체나 필요이상으로 엉켜있는 레이아웃은 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디자이너 한 사람의 필요이상의 의도나 감정이입을 소거한 디자인이야말로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최근 얼마간의 일들은, 그러한 의미에서는 최소한의 디자인이라는 방향성을 자연스레 지향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잠시 그러한 스스로의 디자인에 대해 되새겨보고자 한다. 한편, 아시아의 농밀한 문양이나 도상들, 그리고 그것들을 관련짓듯이 약동하는 문자에는, 다른 의미로 흥미가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약동하고 있는 아시아의 시대라는 큰 물결에는, 스스로도 몸을 던져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아시아의 조밀하고 농후한 밀도의 디자인에 마음이 끌리고 있는 것이다. 』_하라 켄야의 에필로그

하라 켄야는 이번 강연회에서 자신이 작업했던 작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자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방법을 전달했다. 그는 “콘텐츠를 소개하는 입장에서 문자는 공기처럼 사라져야 한다”며 디자인을 할 때 “억지로 연출하거나 주장하지 않고, 사람들이 알기 쉽게 표현하며 가능한 정확해야 한다”는 네 가지 원칙을 가지고 일을 진행해 왔다. 이는 무엇을 디자인 할 때, 디자인 한 것을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하라 켄야는 심플(simple) 이라기보다 텅빈(empty) 느낌을 강조하며 투명한 레이어감이 들어가 있는 문자와 패턴으로 그 다양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로고는 간소하면서도 다른 부분은 미니멀하게 꾸며주어, 응집력과 밀도감 있는 문자 개체를 이미지로 설명했다.

특히 그는 중국의 당초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12가지 동물을 넣어 작업함으로서, 그만의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중국 문자에서 응집성과 밀도감, 파생성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이는 간소성을 가진 하라켄야 자신이 밀도(density)라는 응집성과 부딪혀서 파생되는 문자를 통해 또 하나의 신비로움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문자도 그만의 접점을 발견했을 때 나오는 그 효과를 자신의 작업을 통해 느끼게 해 주었다.

네빌 브로디(Neville Brody)
타이포그래피, 어떻게 더 감성적이고 유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


네빌 브로디는 이번 강연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의 타이포그래피를 보여주며 그래픽디자인의 새로운 변신을 설명했다. 그는 ‘그래픽디자인은 놀이여야 한다’는 전제 아래 스케일이 큰 타이포크래피나 추상적인 이미지로서 그 다양성을 경험하게 했다.

또한 자신의 작업 중 타임지의 문자를 새롭게 구성할 때 나타나는 상상력과 구체적인 시도들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그는 “매일 나오는 신문은 마치 연극처럼 느껴진다”며, 연극소품과 같은 모습으로 타임지 잡지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특히 새로운 타이포 페이스 개념으로 한 지면에 더 많은 글씨를 넣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는 “그래픽디자인이나 타이포그래피는 컨텐츠를 잘 표현하는 것”이라며, 이어 “우리가 구성하는 데이터에는 의도하는 것과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것 위주의 차이점을 두어 복잡한 컨셉을 단순하게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타이포그래피는 스토리를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으며, 조각적인 측면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너무 묘사적이며 장식적인 문자가 많아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많다. 때문에 조각적이면서 여성적인, 혹은 시적이면서 감성적인 타이포그래피를 만들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율동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왕쉬(Wang Xu, 王序)
D-DAY


『본 강연을 위해 세 가지의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주관성’과 ‘시간’의 개념을 기반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때때로 ‘시간’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잊고 산다. 과거에는 전문성을 지닌 모든 요소에 ‘시간’이라는 요소가 없었다. ‘시간’의 요소는 ‘주관성’의 차원에서 사용되고 있고, 그 결과 본연의 의미와는 다른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작년 나는 <타이포잔치 2011: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에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나의 생각을 ‘보지 못함, 자가 의식, 기준 활용(Blindness, self-awareness and grasping with criteria)’을 주제로 발표했다. 올해 내 강의 주제는 ‘D-day’이다.』_왕쉬의 에필로그

왕쉬는 ‘금강경’에 대한 프로젝트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견고해지는 작가의 움직임과 인내심을 바탕으로 한 글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금강경’은 명조체의 획을 이용해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작가는 이 글자를 한 자 한 자 섬세하게 써 내려가는 모습에 자신의 정신을 씻어내는 과정이라고 전하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왕쉬는 라샤보 작가의 ‘글자의 도시’라는 작품을 설명하며, 중국의 곳곳에 낙서처럼 적혀진 글자부터 도로의 표지판, 건물의 이름 등 다양한 문자를 영상으로 보여주었다. 특히 도시 곳곳에 적혀진 글자를 통해 중국 사회의 흐름과 변화를 직접 경험하게 했다.

마지막으로 왕쉬가 소개한 ‘D-DAY’ 전시는 7명의 디자이너들이 매일매일 기록한 흔적들과 작업들을 전시한 작품이다. 왕쉬는 작가들이 보내온 작업을 온 순서대로 그대로 게시하며 타이포그래피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특히 15일 동안 중국에서 전시된 이 작품들은 기존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작가들의 일상적인 모습까지 확인할 수 있어 관객들에게 의미있는 전시로 남게 했다.


본 정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 디자인디비닷컴(www.designdb.com)에서 제공한 자료이며, 상기 정보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재배포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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