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7
최근 주목할 만한 두 개의 영상축제가 홍대와 종로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는 뉴미디어아트를,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고전에서 현대영화까지 세대를 막론한 다양한 영화를 주제로 그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각각의 영상축제가 가진 매력은 찾는 이의 발걸음을 충분히 만족시켜 줄만해 보인다. 바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과 ‘시네바캉스 서울’이다. 한여름의 도심, 뜨거운 더위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두 영상축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 | 길영화(yhkil@jungle.co.kr)
7월 25일부터 8월 11일까지 예술의 거리 홍대 주변은 뉴미디어아트의 아지트가 될 예정이다. 제12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NeMaf2012)가 한국영상자료원, 코레일공항철도 홍대입구역, 미디어극장 아이공, 서교예술실험센터 외 다수의 홍대 인근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이다. NeMaf는 영상과 미술이 접목된 뉴미디어아트를 소개하는 국내 유일의 영상 축제로 올해 행사는 ‘XY Glocal NewMedia’라는 슬로건으로 진행된다. ‘XY’는 시선, ‘Glocal’은 세계의 지역화를 뜻하는 슬로건은 어디든 볼 수 있는 XY좌표적 시선을 통해 동시대의 지역성을 뉴미디어아트로 탐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NeMaf2012’의 주요 작품을 살펴보면, 우선 개막작으로 선정된 ‘숭시’, ‘544/544(up/down)’, ‘Travelling Fields’가 눈길을 끈다. 불안한 징조를 말하는 제주방언을 제목으로 한 ‘숭시’는 뜻 그대로 제주의 아픈 역사적 기억인 4.3사건을 다룬다. 단지 ‘비는 마음’으로 삶을 영위할 수밖에 없었던 생존자들의 절박한 모습을 강정마을에서 보여지는 지금 제주의 상처와 교차하며 시각화한 영상으로 금천예술공장 임흥순 작가의 작품이다. ‘544/544(up/down)’은 네덜란드 미디어아트 작가 토마스 모어가 최근 선보이고 있는 사진작업을 통한 시각화 작업들 중 하나다. 설치미술가이자 음악가인 한나 다보벤의 음악에 맞춰 1528장의 사진 속 교회 건물을 탐험하는 내용을 다룬다. 노르웨이 작가 잉거 리스 핸슨의 ‘Travelling Fields’는 러시아 북부 콜라반도의 지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시각적 영상으로 담아 낸다. 2010년 오버하우젠 단편영화제 특별언급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영화제에서는 ‘작가특별전’도 놓칠 수 없다. 먼저 장편 데뷔작 ‘토도 토도 테로스’로 2006년 싱가포르국제영화제 비평가상, 벤쿠버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한 영화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존 토레스’에 주목할 만하다. 그는 10여편의 작품을 이번 NeMaf2012에 선보일 예정으로 그 중 자신의 고향인 필리핀 파나이섬을 배경으로 소녀 사라가 외상값을 받기 위해 여기저기 떠돌며 사람들의 꿈과 추억을 함께 수집하는 이야기를 몽환적인 영상으로 표현한 ‘후렴은 노래 속의 혁명처럼 일어난다’가 특히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별전의 또 다른 작가로는 이주노동자문제 등 한국의 모순적인 사회현상들에 관심을 기울여 온 한국의 ‘믹스라이스’가 있다. NeMaf2012의 포스터와 트레일러를 제작하기도 한 믹스라이스는 ‘손들(2005)’, ‘섞인말들(2004)’ 등 총 7점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NeMaf2012는 ‘글로컬 구애전’이란 이름의 경쟁부문과 ‘글로컬 초정전’이란 이름으로 총 50여편의 작품들이 ‘디지털 스코프’, ‘XY 글로컬 뉴미디어’, ‘Queer Can’t Wait’란 프로그램으로 상영한다. 또한 ‘아시아특별전-필리핀 대안영상전’ 10여편, ‘얼터너티브 장르’ 20여편, ‘작가특별젼’ 20여편 등 전세계 20여개국의 다양한 작품들도 살펴볼 수 있다. NeMaf2012의 자세한 일정과 기타 부대행사는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홈페이지 http://www.nemaf.net
블로그 http://igong.tistory.com
트위터 http://twitter.com/igong337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nemafest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www.cinematheque.seoul.kr)는 8월 26일까지 한여름의 영화축제 ‘2012 시네바캉스 서울’이 열린다. 올해 7회째를 맞이하는 ‘시네바캉스 서울’은 (사)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대표 최정운 www.cinematheque.seoul.kr)가 매년 개최하는 영화축제로 시대와 장르, 세대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영화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자리다.
‘2012 시네바캉스 서울’은 크게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총 25여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첫 번째 파트는 ‘시네필의 바캉스’라는 타이틀로 어딘가로 떠나는 여정의 주제를 담는다. 여기서는 자끄 로지에의 ‘오루에 쪽으로(1969)’를 포함하여 난니 모레티, 장 으스타슈, 앙드레 테시네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작가들의 영화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는 ‘서신교환’ 파트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알베르 세라, 가와세 나오미 등 자신만의 확고한 영화세계를 구축한 12명의 감독이 서로에게 보낸 ‘영화 편지’들 6편이 상영된다. 이 파트는 세계 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감독들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작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 번째 파트는 우리에게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70년대 이후의 미국 영화들로 구성된 ‘이미지의 파열’이다. 샘 레이미의 ‘이블데드’, 마이클 만의 ‘도둑’,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 등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쓸쓸한 방황이 80년대로 접어들며 어떤 파국적 귀결을 맞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 마지막 파트는 더욱 파격적이다. 바로 ‘좀비의 정치학’. 영화 속 좀비는 언제나 당시의 사회상을 가장 적나라하면서 씁쓸하게 드러내는 주인공이었다. 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좀비영화를 통해 좀비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시네바캉스 서울’에서는 다채로운 특별 정기상영회도 함께 한다. 7, 8월 ‘작가를 만나다’에서는 김일란, 홍지유 공동연출의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과 김경만 감독의 신작 ‘미국의 바람과 불’ 두 편이 상영되고, 더불어 작품을 연출한 감독과 관객이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외에도 부지영 감독의 강연과 변영주, 이해영 감독이 진행하는 오픈토크 및 시네토크 등의 다양한 부대행사가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줄 예정이다. 시네바캉스 영화제에 관한 보다 상세한 정보는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