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29
한국 기업이 외국의 유명 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 거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적어도 제품 디자인 분야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래픽, 브랜드 등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로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는 아직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에 대해서는 기업의 투자가 부족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SK텔레콤(대표 정만원)의 2010년 독일 레드돗 어워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분야 9개 부문을 수상한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물론 SK텔레콤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니, 제품 디자인 대신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에 역량을 집중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번 수상은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우선 ‘무형의 서비스가 주는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야말로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는 점이다. 즉, SK텔레콤의 다양한 브랜드 다변화 전략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 상업 현장에서도 충분히 직접적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은 대중 시각 문화에 대한 기여다. 대기업의 로고, 그래픽 패턴 등에 적용되는 디자인이야말로 대중이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는 디자인이란 걸 생각하면, 매년 젊은 디자이너와 협업해 혁신적이고 세련된 그래픽 작업을 내놓는 SK텔레콤의 브랜딩 전략은 그 자체로 대중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일종의 사회적 행위이기도 할 것이다.
글: 정영호 기자, 사진 제공: SK텔레콤
1. 위크&T 트럼프 카드 디자인: 스튜디오FNT(studio FNT),
편집 디자인 부문 수상
2009년 연말 고객 사은품으로 제작했던 위크&T 트럼프 카드는 ‘게임을 즐기듯 적극적으로 삶을 탐험하라’는 메시지와 ‘고객들의 2010년이 즐겁고 새로운 일들로 가득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젊음・일상・감성・축제를 모티브로 한 아이콘을 트럼프 카드의 스페이드・다이아몬드・클로버・하트에 대치하여 새롭게 디자인했다. 카드 패키지는 선물이라는 의미를 담은 리본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위크&T 행사에 관한 간단한 안내서가 함께 담겼다.
2. T 스타디움 디자인: 치호 & 파트너스(Chiho & partners),
광고 부문 수상
서울 시내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명동에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을 주제로 팝업 스토어를 설치했다. 축구 스타디움을 연상케 하는 요소와 축구 국가 대표팀을 상징하는 붉은 밴드를 패턴으로 활용했다. 브랜드 색상인 레드 컬러를 활용해 브랜드의 감성과 축구의 역동성을 잘 조화시켰고, 축구 팬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 카드가 건물 외관에 입혀지면서 월드컵 기간 동안 브랜드와 기업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3. T 룸 디자인: 치호 & 파트너스(Chiho & partners), 광고 부문 수상
2010년 10월 한 달 동안 서울의 가장 트렌디한 지역인 가로수길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활용한 팝업 스토어를 운영했다.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한 오렌지색 티백을 비롯해 내부의 모든 아이템에 오렌지색을 적용하여, 팝업 스토어에 방문한 모든 고객이 한눈에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감성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한 달이라는 운영 기간 동안 오프닝 파티, 할로윈 파티 등을 진행하면서 2만 5000여 명의 고객 방문, 수백 건의 블로그 및 트위터 포스팅을 이끌어냈다.
4. 디자인 스트리트 위크&T 디자인: 디자인하우스, 50인의 젊은 디자이너들, 정보 디자인 및 공공 공간 부문 수상
위크&T는 한 주(Week) 동안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여러 이벤트를 지원하는 SK텔레콤의 문화 프로젝트다. 그중 2009년 10월 서울디자인 올림픽 기간 동안 진행된 디자인스트리트 위크&T는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디자이너 50명이 서울 곳곳에 직접 디자인한 주차금지 표지판을 설치했던 이벤트다. 표지판 자체가 훌륭한 볼거리가 될 수 있도록 하여, T 브랜드의 감성을 전달하는 동시에 일종의 공공 디자인 역할도 수행했다.
5. 티슈 디자인: S/O 프로젝트, 잡지 및 일간지 부문 수상
디자인 & 예술, 마실 거리, 먹을거리, 스타일 & 뷰티, T 브랜드 스토리 등 주로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 매달 발행하는 인쇄물이다. 티슈(Tissue)라는 이름은 ‘티슈처럼 가볍게 뽑아서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의미와 ‘T에서 발행(T+issue)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6. 애니멀 T 디자인: 제로퍼제로(Zero per zero),
기업 디자인 부문 수상
대기업의 딱딱한 브랜드 이미지를 그래픽 디자이너 그룹 ‘제로퍼제로’와 협업해 친근하게 풀어나갔다. 여러 동물의 모습을 T 로고와 절묘하게 결합시켜 기업과 소비자를 가깝게 이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한다. 애니멀 T 로고는 머그컵 등 다양한 기념품에 활용되었다.
7. TB 로고 디자인: 토털 임팩트(Total impact),
기업 디자인 부문 수상
유무선 컨버전스 시대에 발맞춰 무선 통신 대표 브랜드 T와 유선 통신 대표 브랜드 B를 결합한 TB 브랜드가 탄생했다. ‘T와 B가 하나가 된다’는 브랜드 철학을 표현했고, 두 로고를 이어지게 해 시각적으로도 둘 사이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8. T 쇼핑백 디자인: 디 노트(d note), 패키지 디자인 부문 수상
SK텔레콤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위해 만든 쇼핑백이다. 위트 있는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해 휴대폰 구매 고객뿐 아니라 거리에서 T 쇼핑백을 우연히 본 사람 모두에게 작은 즐거움과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주도록 했다. 자연스러운 질감을 보여주는 재생지를 활용했다.
9. T 플래그십 스토어 벽면 그래픽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즈인디아,
기업 디자인 부문 수상
SK텔레콤 플래그십 스토어 벽면에는 T가 지향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했다. 매장의 한쪽 벽은 소비자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즐거움을 주는 T의 모습을 다양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구성했고, 맞은편 벽은 기술적 측면과 사업 영역의 카테고리를 그래픽화하여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