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2-16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 회장 김태호)가 주최하는 한국산업디자인상(KIDA)이 글로벌 시대에 맞춰 핀업디자인어워드(PIN UP Design Awards)로 명칭을 변경해 제1회 핀업디자인어워드를 개최했다.
글ㅣ한경아, 담당ㅣ 최태혁 기자, 사진ㅣ 한상선(729스튜디오)
한국산업디자인상은 1997년 처음 인증제가 만들어져 12년 동안 유지돼왔다. 그러나 기존의 한국산업디자인상이 세계적인 어워드로 거듭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올해부터 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를 이끄는 김태호 신임 회장의 개혁 의지 아래 새로운 이름을 선보이게 되었다. ‘핀업’은 디자이너들이 작업 시 책상이나 벽에 핀으로 자료를 꽂는 행동을 모티브로 이름 지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전과 달리 말레이시아 등 그동안 국내 디자인 행사에서 보기 드문 나라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심사위원 또한 홍익대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의 빌 드레셜하우스 교수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디자인 석학들(빌 드레슬아우스 빌 드레슬아우스 그룹 사장, 안드레아 디키아라 글로벌 콘셉트 디자인 사장, 짐 레스코 전 IDSA 동부 회장, 카즈오 스기야마 전 일본디자인학회 회장)과 국내 대기업 임원 및 디자인 석학들(부수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김철호 홍익대학교 IDSA 학장, 민경우 명지대학교 교수, 김철수 국민대학교 교수, 정국현 삼성전자 부사장, 전호림 매일경제 편집국 부장)로 구성해 지난 11월 12일부터 14일까지 코리아디자인센터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전자기기・운송기기・생활 용품 및 오피스 용품・퓨처 전략 부문 출품작 260여 점 가운데 학생 콘셉트 분야를 제외하고 1차 합격된 150여 점이 본선에 올랐다. 이미 심사를 마친 학생 콘셉트 분야의 경우 실버, 브론즈, 특선에서 총 44명이 수상했다. 같은 날 열린 본선 심사에서는 각 분야별로 수상작이 선정되었는데 전자기기・가전제품 부문 골드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생활 용품 및 오피스 용품 부문 골드에 퍼시스와 태원전기산업이, 운송기기・특수 용품 등 그 밖의 부문 골드에 기아자동차・롯데건설・삼성전자가 선정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의 참여가 활발했던 이번 핀업디자인어워드에서는 대기업은 물론 국내 중소기업과 각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핀업디자인어워드 개최 후 무엇을 느꼈나? 이번 핀업디자인어워드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생산된 다양한 디자인들이 한곳에 모였다. 이런 자리는 시상뿐만 아니라 서로가 장단점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기회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진다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한국 디자인과 한국 디자이너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핀업디자인어워드는 이러한 장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의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핀업디자인어워드가 국제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어워드가 국제적으로 발전하려면 권위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핀업디자인어워드에서는 이를 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에서 심사위원들을 초대했다. 아울러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참여하긴 했지만 국제 규모의 어워드가 될 수 있도록 내년부터는 더욱 다양한 광고와 홍보를 해 더 많은 국가로부터 지원작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같은 꾸준한 실천으로 핀업디자인어워드를 글로벌한 어워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심사를 보며 한국 산업디자인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의 전자, 가전 제품의 경우 가장 눈에 띈 것은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제품이 많고, 파스텔 톤을 비롯해 다양한 색을 사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기적인 형태의 디자인이 많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의 디자인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들은 기능을 최대한 살리면서 단순함을 강조한다. 따라서 표면에 장식을 없애고 검은색과 흰색을 주로 사용한다. 최소한의 장식으로 단순함을 강조하면서 실용성은 극대화하는 것이다.
심사를 마치며 한국 디자이너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한국 장인들의 솜씨는 세계적이지만 산업디자인의 경우 지나친 장식 때문에 한국인만의 단순함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출품작들 중 상당수가 제품 표면에 화려한 꽃을 장식했거나 형태를 불필요하게 구부려놓은 것들이었다. 이는 사용자의 편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을 넘어 세계무대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구조를 이해한 후 최대한 절제된 디자인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