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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럭셔리 가구부터 벤츠 쇼룸까지 섭렵하는 디자인

2008-07-29

마르쿠스 예스(Markus Jehs)와 유르겐 라웁(J¨urgen Laub)은 칼스루헤 예술대학에서 산업 디자인을 공부하며 처음 만났다. 이들은 1990년 뉴욕에서 인턴십을 계기로 친구가 됐고, 독일로 돌아와 학교를 마친 뒤 1994년 예스앤라웁(Jehs+Laub)을 세워 카시나(Cassina), 이카미(Ycami), 네모(Nemo)와 같은 이탈리아 회사들의 가구와 램프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공으로 현재 토네트(Thonet), 프리츠 한센(Frits Hansen), 렌츠(Renz) 등 세계적인 가구 회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구 디자인 중심의 작업 범위에서 벗어나, 독일 명차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 세계 7000개 쇼룸을 인테리어 디자인이 아닌 ‘건축’ 개념으로 리디자인했다. 그 밖에도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아이스 호텔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기도 했다. www.jehs-laub.com

예스+라웁은 어떤 식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나? 학창시절에 배웠던 것을 그대로 하는데, 먼저 대화를 통해 가정해보는 방식이다. ‘클라이언트가 왜 이런 제품을 원하는지’ ‘우리가 더 나은 다른 것을 제안할 수 있는지’ 등등 여러 가능성을 전개해본다. 서로 다른 아이디어가 만나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낳으며 연산해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대화에 사용한다. 그럼으로써 서서히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스케치는 그리 많이 하지 않는다. 최고의 해결책은 하나이다. 두 가지 좋은 해결책이 있다는 것은 아직 최고의 해결책을 못 찾았다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해답을 찾았다고 확신할 때까지 모든 가능성을 논의한다.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달라. 프리츠 한센의 의자를 디자인했다. 이를 위해 종이로 된 10개의 프로토타이프를 사이즈를 조금씩 달리해 만들었다. 종이를 접고 또 접어서 자르고, 또 제대로 팽팽해질 때까지 실험했다. 프리츠 한센은 그 프로토타이프를 덴마크에 있는 공장으로 옮겨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구조적인 문제 등 추가 실험을 반복해 최종 결정된 것을 다시 우리한테 보내왔다. 그리고 우리는 무게를 지탱하고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몸체와 다리가 만나는 최적의 점을 찾는 실험을 반복했다.

종이를 사용해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 재미있다. 다른 곳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우리만의 방식이다. 종이로 이런저런 모양을 만들다 보면 외관에 결함이 있는지 없는지를 당장 느낄 수가 있다. 안으로 접힌 곳이 있는지 없는지 그 차이점을 쉽게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부분을 더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방식을 자연적인 미학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러 나라의 기업들과 일하는 것이 좋은가? 여러 문화가 디자인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독일에서 기초를 배웠다. 또 미국에서 공부를 마쳤고, 이탈리아로 가서 이탈리아 사람들과도 일해봤다. 이후 스위스・스페인・스칸디나비아 회사와도 일했고…. 요즘에는 미국 회사들과 일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기도 했다. 그런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하는 디자인 분야는 가구뿐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 기계 제품 디자인도 포함한다. 이로써 우리의 디자인 인생도 풍부해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독일 디자인’의 아이덴티티가 점차 사라질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각 나라는 자기만의 특이함을 간직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유럽에서 많은 것을 수입하지만 자기 나라만의 문화를 인식해야 한다. 새롭고 모던한 요소와 자기 나라의 문화 요소를 합치면 새로운 형태의 언어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디자인에서는 그런 것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개발할 수 있다. 이전 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면서 미래에 함께 가지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의 특징이 없어진다면 모든 것이 지루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 ‘독일 디자인’의 현재 위치는 무엇인가? 독일 디자인은 일관성과 내구성으로 매우 유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오래 사용하는 제품을 디자인할 때 더 효과적으로 보인다. 그것이 빠르게 변하는 요즘 세상에서는 바보같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모든 제품을 돌이켜본다면 독일의 이미지와 문화는 그 일관성으로부터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관성 또는 연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연속성,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하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면이다. 즉 브랜드 역사를 이해하고 동시대 디자인으로 과제를 계속해서 풀어가는 것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첫 프로젝트에 할애한다. 그럼 두 번째 프로젝트는 훨씬 쉬워지는데 그것은 우리가 한번 맡은 회사의 프로젝트를 통해 그들에게 맞는 스타일의 디자인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디자인은 무엇인가? 디자인은 크리에이티브로부터 온다. 그리고 크리에이티브는 일상생활에서 나온다. 덴마크는 모든 사람들이 좋은 디자인 환경에서 산다. 프리츠 한센 가구가 훌륭한 이유는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특이한 것이 아니라 생활에 스며 있는 의식인 것이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는 내재된 의식과 상관 있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높은 수준의 문화에서 나온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티브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든다는 의미인가? 전혀 새로운 무엇인가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린 한 시간에 20개의 흥미롭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바른 의식 속에 디자인다운 디자인을 내놓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오래됐지만 충분히 좋은 것을 새로운 내용으로 이끌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아울러 좋은 제품을 창조하려면 제품이 앞으로 불러올 영향을 이해해야만 한다. 크리에이티브란 진행의 과정이다.

디자이너는 어떤 자세를 갖고 있어야 하겠는가? 제품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고 그 주변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의자를 디자인할 때 그 의자를 통해 주변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자신이 앉을 의자가 친밀하게 느껴지는지, 혹은 사람들에게 앉고 싶은 느낌을 주는지 말이다. 개선시키고 변화시켜야 하는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디자이너는 이렇게 교육받아야 하고, 이렇게 회사를 이끌어야 컨설팅도 가능해진다. 많은 회사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 어떤 회사에선 기획안을 가지고 와 단지 외관만을 디자인해달라고 한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디자이너는 시작부터 모든 과정을 같이 해야 한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봐서 그 제품이 사회적으로 의미 없다고 생각되면 과감하게 하지 말라고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 가장 좋은 디자인은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사제공 | 월간디자인
기획/취재 | 최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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