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6
일반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의 성격은 자연환경과 인간이 만든 구조물, 사용자의 편의성에 의해 규정된다. 또한 각 공간은 당시 과학기술력과 관련이 깊다. 21세기 디지털 기술은 “신은 언제 어디서나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유비쿼터스 컴퓨터 기술(Ubiquitous Computing Technology)로 인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글 | 김영진 제로원디자인센터 가구와 공간디자인 강사
공간환경의 변화는 공공공간을 포함한 민간 공간과 공간의 기능을 결정하고, 때로는 가구제품에서도 그 변화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도시공간을 구성하는 터미널이나 역사, 공항, 체육시설, 미술관, 박물관, 백화점, 영화관과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는 체험공간 등 공공공간과 주상복합으로 대표되는 아파트 주거공간에서도 이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유비쿼터스 컴퓨터 기술이 융합된 지능형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조작이 간단한 지능형 인터페이스, 키오스크, 공공공간에 도입되고 있는 지향형 스피커인 HSSS(Hyper Sonic Sound System), 다양한 인터랙티브 디자인(Interactive Design) 등이 그것이다. 최근 각종 브랜드가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 디스플레이에서도 인터랙티브 디자인이 등장할 정도다.
파리 상젤리제 거리에 문을 연 아디다스 MI이노베이션센터 역시 인터랙티브 매장이다. 이 매장을 디자인한 독일 무타보르(Mutabor)는 “미래지향형 외관과 인간공학, 기능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도출하는 것이야말로 이 작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테크놀로지, 스타일, 디자인을 아우르는 ‘대중맞춤(Mass Customization)’을 실현하고 ‘버추얼 미러(Virtual Mirror)’, ‘바닥형 스캐너’ 등 매장에서 체험이 가능한 최첨단 제품들로 디스플레이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프라다의 미국 매장 세 곳과 미쓰비시사에서도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인터랙티브 매장 디스플레이를 선보인 바 있다. 유비쿼터스 컴퓨터 기술을 바탕으로 RFID 전자 태그를 전 제품에 부착, 버추얼 미러를 통해 여러 가지 복합지능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서 공공공간에 빈번히 등장했던 인터랙티브 디자인으로 인해 공간과 인간, 사물과 인간의 관계가 쌍방향적이면서도 복합적이고 다양한, 엄밀히 말하면 ‘관계의 모호함’이 강조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전자제품은 가구와 빌트인 또는 플러그인 형식의 복합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명확한 입장 규명이 모호한 상태의 제품들이 많이 등장해 가구인지 가전제품인지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
주거공간 역시 홈 오토메이션이 내재된 지능형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공간구성 측면에서 보면, 이전에 할애되지 않던 공간들이 재구성되면서 집기류인 가구제품도 변화 양상을 맞고 있다. 요즘 트렌드인 타운하우스와 실버타운을 포함하여 주상복합 및 여러 단위평면 아파트를 보면, 각 단위세대마다 드레스룸이 구비되어 더 이상 장롱이 필요없다. 또한 사이공간에 위치한 파우더룸으로 인해 기존 화장대 단품이 가구시장에서 사라지고 있으며, 벽걸이TV와 홈시어터의 보급은 거실 장식장의 활용도를 크게 줄이고 있다.
주5일제 근무로 인해서 레저활동이 증가하면서 현관은 양쪽에 빌트인 대형 수납장을 배치해 기존 현관 공간보다 넓게 구성했다. 빌트인 제품이 공간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주방은 더 넓고 쾌적한 환경을 갖게 되었으며, 많은 단품이 줄어들었으며(냉장고의 경우, 양문형 인터넷 냉장고, 김치냉장고, 와인냉장고, 반찬냉장고, 쌀냉장고 등), 욕실 역시 습식공간에서 건.습식 공간으로 변화했다. 단위면적이 넓은 평면에서는 인터넷TV가 설치된 월풀 욕조를, 평면이 좁은 평면에서는 공간 차지 면적이 넓은 욕조 대신 샤워부스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그외 개인금고나 선택형 현관문, 와이브로를 이용한 집 내부 컨트롤러 등 다양한 시스템을 탑재한 공간이 선보이고 있다. 각각의 공간에 가구와 제품들이 빌트인되면서 공간 구성요소는 개개의 세트형 가구나 제품보다는 고가의 단품과 디자인 소품들 차지가 되었고,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와 물리적 특성들이 과학기술과 함께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