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6-18
홍대 지역의 문화공간 엘리펀트스페이스에서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을 재구성한 전시 ‘죄의 정원’이 열리고 있다.
유명한 명화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롭게 만나보는 ‘아트다큐멘터리’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리즈인 이번 전시는 ‘죄는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가 구축한 선과 악의 세계를 현대작가 3팀이 설치작업, 인터랙티브, 사운드 디자인으로 해석해 선보인다.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대형 스크린에 펼쳐지는 보쉬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이 시선을 압도한다. 3단 제단화의 겉모습을 함께 볼 수 있고, 전시공간에 놓인 3권의 책을 통해 각각 에덴의 동산, 낙원, 지옥의 숨은 도상과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프로젝트-레벨나인(Project-Rebel9)은 〈포스트-아틀라스〉라는 작품을 통해 ‘죄를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진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컨베이어시스템과 지도 위에 놓이는 피규어 형상은 오늘날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를 만나게 한다. 이 기계-팔은 전시기간 내내 선과 악의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하는 행위를 반복하는데, 9개의 지도 위에서 자신을 닮은 또 다른 인간의 형상, 피규어 캐릭터를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다.
일상 속 식물을 제안하는 식물상점의 작품 〈그림정원〉으로 전시공간은 아름다운 꽃과 풀로 만들어진 이색적인 정원 그 자체가 됐다. 하나하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식물 오브제는 보쉬의 정원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전시기간 내내 시들어갈 꽃과 생명을 잃지 않는 나무의 대비를 통해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보쉬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의 지옥 장면을 찬찬히 본 관람객이라면 한 장의 악보를 발견했을 것이다. 이 악보를 시작으로 작가 문정민(밴드 ‘이상의날개’)은 보쉬의 정원을 비물질의 소리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공간에 담았다. 특히 전시공간의 5.1채널을 통해 관람객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전시와 함께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6월 19일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의 강연, 22일 철학자 심세광의 강연, 29일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공연 등 전시의 주제를 담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이번 전시는 6월 30일(토)까지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