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07
젊은이들의 문화, 거리의 문화로부터 생겨나 저급한 수준일 것이라는 편견과 왜곡된 시선 속에 자리 잡아오던 스트리트 패션이 최근 몇 년 사이 하나의 메이저 패션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2006년
<뉴욕 타임스>
에서 칼럼니스트 롭 워커(Rob Walker)는 스트리트 패션을 ‘스트리트 쿠튀르(street couture)’ 라 명명하며 “스트리트는 ‘부와 럭셔리의 아우라’ 라는 콘셉트로 재해석해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아이디어와 영감으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라고 했다. 이제 스트리트 브랜드는 소수 마니아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어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명 디자이너가 일시적으로 발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과는 다른 스트리트 문화의 아우라를 티셔츠에 담아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에디터 │ 최태혁
뉴욕>
스트리트 문화의 본거지인 미국은 세계 최대의 스트리트 웨어 생산지이자 소비지이다. 스트리트 패션 산업의 탄생이 그러했듯이 미국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에게 스트리트 문화는 기획되고 만들어진 문화가 아닌 그들의 삶일 뿐이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 LA, 뉴욕 등 각 주마다 존재하는 스트리트 브랜드는 지역 문화에 따라 티셔츠 그래픽 역시 확연히 구분되기도 한다. 힙합 문화의 본고장 중 하나인 LA에서 탄생한 브랜드는 갱스터, 마약, 폭력, 섹스 등 거칠고 파괴적인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반면, 예술이 발달한 샌프란시스코 등의 브랜드들은 아티스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티셔츠 그래픽이 예술적이고 화려한 경향을 보인다.
탱크 시어리 Tank Theory
탱크 시어리는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2001년 자크 존슨(Zach Johnsen)이 앤드루 실버맨과 함께 만든 스트리트 브랜드이다. 이들은 한 지역에만 연고를 두고 있는 일반적인 스트리트 브랜드와 달리, 전 미국에서 모인 디자이너들이 티셔츠 그래픽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 LA, 뉴욕, 영국의 셀렉트 숍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폭넓은 장르를 소재로 예술적인 그래픽 장면을 연출한다.
이미지너리 파운데이션 The Imaginary Foundation
2003년 닉 필립(Nick Philip)이 만든 브랜드로 고전적인 소재와 섬세하며 화려한 세계관을 표현해 스트리트 티셔츠 마니아뿐만 아니라 스트리트 패션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까지 인기 있는 브랜드이다. 2005년 유명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인 스투시와 함께 작업한 그래픽 티셔츠를 통해 스트리트 패션계에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현재 시카고 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의 스투시 매장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들의 그래픽에는 중년 신사와 새가 자주 등장하며 평화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라지는 얼굴(Smokey Face) 수많은 조각이 모인 인생이라는 퍼즐 속에서, 태어나고 죽는 것에 대한 무상함을 퍼즐 한 조각에서 피어올라 연기처럼 사라지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어퍼플레이그라운드 Upperplayground
199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후 의류•예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그래픽은 패러디나 유명 사진 또는 예술 작품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는데, 특히 ‘예전 미국 문화에 대한 향수’의 오마주(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의 한 장면을 인용하는 것)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어퍼플레이그라운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피프티24SF’ 갤러리를 통해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들을 위한 작업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1년에 12번 정도 쇼를 진행하며, 미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영국 등지로 이어지는 행사를 통해 국제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피프티24SF FIFTY24SF
어퍼플레이그라운드가 론칭한 피프티24SF는 2000년에 시작할 때 50명의 아티스트가 24개월 동안 샌프란시스코 필모어에서 작업해 탄생했다는 사실을 이름에 기록하고 있다. 필모어 스트리트는 화랑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며, 현재 피프티24SF는 그래픽 아티스트, 일러스트레이터 등 예술가들이 그곳에 모여 옷, 신발, 양초 등 패션 상품에 프린트해 상품화하고 있다.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피프티24SF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했고, 수많은 작품이 패션 상품을 통해 소개되었다. 유명 아티스트 집단의 작업인 만큼 이들의 티셔츠를 입는 이들은 예술작품을 지니고 다닌다는 자부심과 그에 따른 브랜드 충성도로 가득하다.
트웰브 그레인 Twelve Grain
피프티24SF의 50명 아티스트 중 한 명인 샘 피어리가 론칭한 브랜드로 동양적인 선과 색을 사용한 그들만의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유명하다. 트웰브(12)는 여전히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지만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옛 동료들을 기념하는 숫자이며, 더욱 강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이상이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곡식의 낟알(grain)’에 담았다.
프레시 자이브 Fresh Jive
1989년 릭 클랏츠와 그의 친구들이 스케이트보드, 서핑, 스노보드, 음악, 밤 문화, 도시 문화 등을 주제로 그들의 메시지를 티셔츠에 그리기 시작했다. 프레시 자이브는 힙합 문화의 오리지널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LA에서는 액션 스포츠, 도시 문화 그리고 클럽문화를 음악과 함께 접목시킨 진정한 스트리트 웨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힙합과 클럽 문화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스트리트 웨어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한 예술 작품을 연상케 하는 스트리트 티셔츠 그래픽들과 달리, LA의 갱 문화로부터 파생된 만큼 사회 비판의 강력한 메시지를 티셔츠 그래픽으로 전달한다.
국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수입 판매를 위주로 동대문, 이태원 등지에서 이루어지던 국내 스트리트 패션 산업이 2000년 초반부터 압구정과 홍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유통에 대한 경험이 쌓이기 시작한 몇몇 의식 있는 이들이 이제 자신들만의 그래픽 티셔츠를 제작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휴먼트리 HumanTree
휴먼트리(대표 김종선)는 한국 스트리트 패션 산업의 초기 멤버이다. 자체적으로 전문 디자이너가 그래픽 작업을 맡고 있으며, 사회 비판 메시지가 담긴 그래픽을 주로 만든다. 또한 도시 문화와 스트리트 문화 사이의 자유로운 교류를 위해 그래픽 티셔츠 외에도 음악과 같은 다양한 스트리트 문화를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디아프바인 DiafVine
2002년에 문을 연 디아프바인(대표 김승래)은 ‘블랙키스트(blackist: black+anarchist)’ ‘더 나은 블랙 센스’ 라는 모토를 갖고 있다. 블랙과 화이트를 기본 컬러로 도시의 세련된 해적을 연상케 하는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옷이라는 물질 위에 그들의 영감과 감성을 표현한다는 디아프바인은 거칠고 남성적인 그래픽이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