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29
국내외 굵직굵직한 사진상 수상자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수상작들을 찬찬히 보면, 동시대 사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사진이 더 이상 사진 그 자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설치 및 조형물 같은 새로운 시도로 확장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Hasselblad Award
오스카 무뇨스
올해의 <핫셀블라드 어워드> 영광은 콜롬비아 출신 작가 오스카 무뇨스(Oscar Muñoz)에게 돌아갔다. 과거 수상자였던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윌리엄 이글스턴, 신디 셔먼, 베허 부부, 리네케 딕스트라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니지만, 오스카 무뇨스는 동시대 라틴아메리카 미술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시간과 기억을 주제로 하며, 사진을 하나의
매체로 인식한다. 이미지를 실크스크린 방식으로 샤워 커튼에 입힌 <Cortinas de baño>, 커피로 얼룩진 각설탕을 이용해 만든 초상 작업 <Pixeles>, 숯가루로 제작한 셀프포트레이트가 물과 만나 사라지는 <Narcisos>, 거울 앞에서 숨을 쉬면 사망 기사에 사용됐던 사진이 떠오르는 <Aliento> 등이 대표 작품이다. 오스카 무뇨스는 이들 작품을 통해 콜롬비아 마약 전쟁, 칼리(Cali) 폭격 사건을 미디어가 어떻게 다루는지, 또 그 사건들이 우리 기억에서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Prix HSBC pour la Photographie
앙투안 브뤼, 페트로스 페스타티아디스
HSBC 은행이 주관하는 사진상이다. 수상자에게 상금을 수여하는 대신 작품집 발간과 해외 전시를 지원하고, 여섯 점의 작품을 은행이 소장한다는 것이 여느 포토어워드와 차별화된다. 한 해에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것도 다르다. 23회를 맞이한 이번 공모전의 주인공은 앙투안 브뤼(Antoine Bruy)와 페트로스 페스타티아디스(Petros Efstathiadis)다. 프랑스 출신 앙투안 브뤼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 작업하는 사진가다. 도시의 삶을 포기하고, 느리고 불편한 삶을 살기로 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삶의 방식에 대한 고찰을 유도한다. 그리스 출신 페트로스 페스타티아디스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려진 생활용품으로 건축물과 폭탄을 연상케 하는 조형물을 만들어 촬영한다. 언뜻 보면 우스꽝스럽지만, 사진은 경제 위기를 맞은 그리스 사회의 부조리함을 꼬집고 있다.
아마도사진상
조경재
<아마도사진상>은 만 40세 미만의 국내 및 아시아 국적의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 사진 공모전이다. 사진가로서의 시선과 태도, 작가의 독자적인 사진적 사유가 담겨있는 작업을 높이 평가한다. 기존 수상자인 이현무, 조준용, 장성은, 전명은의 작업을 살펴본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올해 수상자로는 자신의 직관으로 재조합한 사물들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조경재가 선정됐다. 오브제 설치, 아날로그 촬영을 통해 탄생한 그의 작업은 사진이라는 매체가 갖는 유동성, 매체 간 경계에 놓여 있는 지점을 고민하게 한다. 이에 대해 천경우 심사위원은 “사진의 평면적 인식과 방법론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며, 공간의 차원으로 접근하려는 태도가 높이 평가됐다.”라고 설명했다. 조경재에게는 1천만 원의 전시 지원비와 개인전 기회가 주어진다.
Foam Paul Huf Award
다니엘 시어
전 세계 35세 미만 사진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Foam Paul Huf Award’의 12번째 수상자로 다니엘 시어(Daniel Shea)가 선정됐다. 실험적인 사진을 좋아하는 폼(Foam)의 취향처럼, 다니엘 시어의 <43-35 10th Street> 시리즈 역시 한 번에
읽히는 사진은 아니다. 다양한 레이어가 겹쳐져 있는 듯 철근과 유리, 콘크리트, 중장비 등이 혼재해 있는 모습은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사진 속 내러티브는 명쾌하다. 그의 작업은 전 세계 도시에서 벌어지는 ‘부동산 개발 붐’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본주의로 인해 디스토피아로 변해가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다. 작가는 퇴락해가는
롱아일랜드시티 이미지를 통해 거주지 해체와 부동산 가치, 엔트로피의 순환 등을 제안한다. 한편, 이번 <Foam Paul Huf Award>는 다니엘 시어에게 €20,000(약 2천 6백만 원)의 상금과 폼에서의 전시 기회를 제공한다.
에디터_ 박이현
디자인_ 김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