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05
장인의 나라라 불리는 일본에는 느리지만 견고하게 자신의 방식에 따라 만들어지는 제품이 있다.
히다 지역(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속 여주인공이 사는 마을)에서 1300년 전부터 내려오는 목가구 기술을 바탕으로 장인들이 만들어내는 가구 브랜드 히다&시라카와(Hida&Shirakawa), 한국에서 금자안경(金子眼鏡)이라 불리는 1958년에 설립된 가네코 옵티컬(Kaneko Optical)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처음 샀을 때보다 시간이 흘러 사용자에게 맞는 자연스러운 형태를 가질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하야사키 아츠시가 2003년에 만든 가방 브랜드 템베아(TEMBEA)도 장인들에 의해 느리지만 집요하게 제작되어 때가 묻고 헤졌을 때 그 멋스러움이 드러난다.
‘템베아’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토르소 디자인에서 만든 가방 브랜드입니다.
템베아란 스와힐리어로 ‘방랑’이라는 뜻입니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일상을 함께하는 가방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가방에 사용된 원단이 특이하다고 들었습니다.
무명 캔버스에 파라핀 가공(특수 왁스)을 하여 기존 캔버스 가방보다 방수성이 뛰어납니다.
캔버스에 쓰인 코마 사(Combed yarn)은 방적 공정에서 면화에 포함되는 짧은 섬유와 협잡물을 제거한 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섬유가 길고 고우며, 각 실마다 차이가 적어 독특한 광택과 튼튼한 내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40~50년 전 낡은 방직기로 짜이기 때문에 셀비지(selvedge)의 아름다움을 살린 제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 셀비지(selvedge): 직조 방식을 뜻하는 말로 원단을 하나로 엮어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셀비지 방식의 제품은 손이 많이 가고 대량 생산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만큼 퀄리티가 높고 희소성이 있다.
디자인 철학이 있다면요?
저희 가방은 바게트, 책, 신문, 장난감 등 가방에 넣을 내용물과 여행, 자전거, 등하교 등 생활 방식에 따라서 종류가 구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의 생활 방식과 행동에 따라 캔버스의 모양이 길듭니다.
즉 세월의 흐름에 따라 가방의 표정이 변하고 쓰는 사람의 몸에 물들어 가기 때문에 저희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와 함께하는 가방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템베아는 일본의 장인들이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맞습니다. 모두 일본 장인들의 손에 의해 핸드메이드(Handmade)로 만들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이 오래 걸리고 한번 품절되면 재입고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
템베아 가방 중 바게트 백(Baguette Tote)이 가장 유명합니다. 한국에도 이 가방이 가장 먼저 알려졌어요.
이름 그대로 바게트 빵처럼 긴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손잡이가 양쪽이 아닌 앞부분에만 있기 때문에 긴 물건을 넣어도 어깨에 메기 쉽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매년 다른 디자이너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요.
기존 컬렉션에 없는 디자인을 선보이기 위해 여러 분야의 디자이너들과 협업하고 있죠. 기존 가방 위에 새로운 패턴을 입힙니다. 이런 작업으로 늘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한정으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어떤 브랜드로 남고 싶나요?
항상 사람들의 일상에 존재하는 가방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한국분들이 일본에 온다면 하라주쿠에 있는 매장을 방문해 직접 템베아를 보고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토르소디자인(www.torso-desi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