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29
프로파간다는 영화를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 디자인 스튜디오다. 감각적인 디자인과 캘리그라피로 유명한 이곳에서 88 서울올림픽에 관련된 아카이브 북이 출간되었다.
프로파간다를 이끄는 최지웅 실장이 그동안 모은 서울올림픽 소장품부터 SNS를 통해 받은 사진과 사연들로 채워진 〈88 서울(88 Seoul)〉은 그 당시의 설렘과 흥분, 그리고 아련한 노스탤지아까지 생생하게 담겨있다.
평소 프로파간다의 작업물을 좋아했던 에디터의 사심, 덕심을 담아 해맑게 웃는 호돌이 표지의 〈88 서울〉을 들고 스튜디오를 찾았다.
Jungle(이하 J) 먼저 얼마 전 성화 봉송 주자로 뛰신 거 축하드려요.
최지웅(이하 최) 네, 감사합니다.
J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도 하셨던데 못 봐서 아쉬워요.
최 다시 보기에 있습니다(웃음).
J 정말요? 찾아보겠습니다. 운영하시는 프로파간다는 주로 영화 쪽 일을 많이 하시잖아요.
<88 서울>을 출간한 이유가 있나요?
최 그래픽 디자인뿐만 아니라 프로파간다 시네마 그래픽스라는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어요.
그곳에서는 디자인 아카이브 위주의 책을 출판하고 있어요. 캘리그라피를 모은 〈FILM TYPOGRAPHY vol.1 LETTERING〉나 저희가 작업한 포스터를 모은 〈PP〉 등을 출간했습니다.
또 수집한 것들을 가지고 〈딱지도감〉이나 〈영화선전도감〉 같은 책도 냈었고요.
어릴 때부터 88서울올림픽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수집한 자료가 많았죠. 그걸 가지고 올림픽 개최 30주년에 맞춰 냈어요.
30년 전 디자인인데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가 않아요. 사진이나 굿즈 곳곳에 디자인적 의미가 많이 담겨있어요. 볼거리가 풍부하죠.
디자이너 시선에서 본 아카이브 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J 전반적인 책 제작 과정이 궁금해요.
최 사진과 사연을 받고 수집 자료를 정리하고 촬영했어요. 호돌이 디자이너인 김현 선생님도 만났고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하기 위해 그 기간에 맞춰 책을 만들었습니다.
J 언리미티드 에디션 전시에 갔었어요. 인기가 많아서 가까이 가지도 못했어요.
최 아니에요.
J 책을 구매했는데, 호돌이 말고는 표지에 제목이나 출판사 명 같은 글자가 없었어요. 표지 콘셉트가 궁금해요.
최 독립출판이다 보니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표지 전면에 호돌이가 있다 보니 그 위에 책 제목을 넣으니 비주얼을 해치더라고요.
그래서 뒤에 넣었어요. 같은 이유로 세네카(책등)에도 제목이 없어요.
J 책을 읽어 봤어요. 많은 분의 참여로 책이 만들어졌더라고요. 자료는 받는 과정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최 혼자만의 추억을 담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88 서울올림픽은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SNS 통해 자료를 요청했죠. 10개월 정도 걸린 거 같아요.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보내주셨어요. 추억이 담긴 사진이잖아요. 자기 어릴 때 모습과 부모님 젊었을 때 모습이 담겨 있죠.
자료를 찾으면서 다들 추억에 잠겼다고 하시더라고요.
J 직접 소장하신 물건도 꽤 많이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모으셨나요?
최 워낙 어릴 때부터 수집을 좋아했어요. 올림픽 자료는 초등학생 때부터 모았어요. 그때는 학생이다보니 여유가 없어서 우표, 주화, 잡지 광고 등을 모았어요
또 올림픽이 끝나고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가로등이나 선전 포스터 등을 수거한 다음 응모를 받았어요.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들에게 나눠줬어요. 그때 받은 것들도 있어요.
눈에 보이면 다 모았죠. 동네 슈퍼에서 붙은 광고를 뜯어 오기도 하고 벼룩시장에서 눈에 띄면 샀어요.
주변 지인들이 제가 수집하는 걸아니깐 일부러 모았다가 주기도 했고요.
그렇게 30년을 모았죠.
J 많은 수집품을 촬영하기도 쉽지 않았겠어요.
최 스튜디오에 모두 들고 가서 종일 찍었어요. 너무 많아서 다 실진 못했어요. 포토그래퍼와 찍다가 지쳤던 기억이 나네요.
J 숨은 88 올림픽 자료를 찾기를 위해 많은 발품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최 장소 사진은 제가 포토그래퍼에게 위치를 알려주고 찍었어요. (강변 북로 벽에 걸린 올림픽 엠블럼 사진을 가리키며) 여기는 차에서 절대 내릴 수 없는 곳이라 택시 타고 가다가 찍었어요.
J 어쩐지 속도감이 느껴졌어요(웃음)
J 책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최 본업이 있다 보니 책을 만들 때는 거의 쉬지 못하고 만들었어요. 밤도 많이 샜죠. 매일 자기 전에 88 올림픽을 검색해보고 잤어요. 이베이에 희귀한 자료를 많이 샀죠.
J 김현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셨더라고요. 인터뷰에서 감격과 떨림이 느껴졌어요.
최 네, 많은 이야기를 들었죠.
김현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것 중에서 호돌이가 실물 크기 모형으로 된 것이 있어요. 이걸 360도로 찍어서 봉제 인형 제작 업체와 지자체에 전달했어요. 표준화 시키려고요. 색상이나 규격이 다 정해져 있었어요.
그리고 호돌이가 종목별로 포즈를 취한 작업물이 있어요. 그때는 협회마다 포즈를 승인 받아야 했다고 해요. 손으로 일일이 그리다 보니 고생 많았다고 하시더라고요.
J 일본에서도 책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들었어요.
최 의외로 일본에서 반응이 좋더라고요. 서점에 와서도 많이 사가고요. 우리가 느끼듯이 일본 사람들도 호돌이를 보면 노스탤지아를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J 곧 평창 올림픽이 개막이에요. 수집하실 건가요?
최 네, 이미 모으고 있어요. 인형과 배지(Badg) 다 있어요. 얼마 전에 성화 봉송을 해서 옷과 성화봉도 있고요.
J 다른 아카이브 북도 출간예정에 있나요?
최 예전에 서울의 극장 간판을 모두 손으로 그린 신 분이 있어요.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직업을 잃고 귀농하셨는데 그분이 그리신 간판을 모두 사진으로 남겨놓으셨어요. 직업에 대해 프라이드가 강하셔서 작업물 퀼리티도 좋아요.
그분의 작품을 모은 <영화간판도감>을 준비하고 있어요.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프로파간다(www.propa-gand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