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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올겨울 특별한 장갑 전시

2017-12-28

 

 

매일 영하의 날씨를 갱신하는 강추위 속에 외출할 때마다 내 손을 감싸는 장갑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른다. 한없이 부드러운 양가죽, 몇십 년이고 옷장에서 함께할 것 같은 염소 가죽, 다소 거친 질감의 니트 장갑까지. 소재가 무엇이든 고민 끝에 장만한 장갑은 그 겨울 차디찬 길거리를 쏘다닌 경험을 함께한다.

 

서울세관 사거리에 위치한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는 가죽 장갑이라는 주제로 표현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아트전을 개최 중이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루이까또즈가 개최한 이번 전시는 ‘랑데부, 그녀를 만나다’라는 컨셉으로 장갑과 향수를 색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전시장 한 층을 가득 채운 장갑은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스웨덴 출신의 장갑 디자이너 토마신 바르느코브(Thomasine Barnekow)의 작품들. 그녀의 장갑은 그저 패션 액세서리라고 표현하기엔 역부족이다. 비틀고, 꿰매고, 조각조각 엮어 완성한 장갑들은 그 형태나 디테일의 정도, 크기만 보아도 디자인 상품의 범주를 훌쩍 넘어 예술 작품으로 기능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고급 디자이너 브랜드, 파리 국립 오페라, 뤽 베송 등과 함께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컬렉션을 통해 “장갑은 손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부드러운 재질의 보석”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Thomassine Barnekow

 

Thomassine Barnekow

 

 

Thomassine Barnekow

 

Thomassine Barnekow

 

 

Thomassine Barnekow

 

“전혀 다른 장소의 전혀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제 디자인이 전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것 같습니다. 또한 얼마나 섬세한 손길을 거치냐에 따라 훌륭한 디자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적합한 재료를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끝에 비로소 원하는 재료를 찾으면, 이러한 재료를 어떻게 훌륭하게 조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제 경우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때면, 가끔 이렇게 찾아낸 재료를 주머니에 넣고 다닙니다. 재료에 손길이 스치다 보면,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거든요.” -토마신 바르느코브

 

장갑과 향수의 만남이 다소 의외일 수도 있겠다. 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장갑에 쓰이는 가죽을 염색할 때 염색약의 화학 냄새를 없애기 위해 향수를 넣었다고 한다. 두 주제가 절묘하게 맞닿은 셈이다.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가다 보면, 말미에 ‘가죽’과 어울리는 8가지 향을 전시. 관람객이 직접 시향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전시된 향은 한불화농이 제작을 맡았다. 한불화농은 1976년 프랑스 sicalav 社와 합작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의 조향 회사로, 앞서 눈으로 감상한 전시 작품에 특정한 향까지 더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토마스 바르느코브를 비롯해 30여 명의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탁자, 조명, 주얼리 등 200여 점이 넘는 공예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을 것. 시각과 후각을 즐겁게 할 ‘랑데부, 그녀를 만나다’는 2018년 2월 1일까지 계속된다. ‘향’에 대해 알아보고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를 만드는 워크숍도 진행 중이니 특별한 시간을 만들기에 이보다 알찬 전시가 있을까.

 

에디터_ 김민경(mkkim@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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