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2
지니 리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 엠에서 오는 1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HOLLOW(공허한)’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지니 리 작가는 그 어느때보다 혼란스럽고 다사다난한 이 시대 속 ‘삶’에 대한 고민을 하던 중, 행복한 감정이나 괴로운 감정처럼 누구나 한번은 겪어 보았을 ‘공허함’이라는 감정에 대해 집중을 하게 되었는데, 다소 부정적인 어감으로 느껴지는 공허한 감정이 오늘날 현대인들이 느끼는 가장 흔한 감정 중 하나라는 것을 작가의 특유의 감성과 표현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신작에서 주목할 점은 작가가 작업 초반에 주로 했던 흑백작업의 방식을 다시 사용, 발전시켜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하고자 한 것으로, 복잡하고 어지러운 회색 빛 현대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라 평가되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롭게 선보이는 ‘봉투를 뒤집어 쓴 사람들 시리즈(Paper Bag Men Series)’, ‘몬스터 시리즈(Monster Series)’를 포함해 10여 점의 페인팅과 30여 점의 드로잉, 8점의 레터링 작업들을 볼 수 있다.
〈봉투를 뒤집어 쓴 사람들 시리즈(Paper Bag Men Series)〉에서는 종이봉투를 쓴 인물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쓸쓸하고 고독한 현대사회 속에서 현대인들이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한 채 군중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강조한 것으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반적인 기준을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현대인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외적인 모습을 가리고 내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싶어한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몬스터 시리즈(Monster Series)〉에서는 작가가 만들어낸 몬스터가 등장한다. 험악해 보이는 이빨과 공룡의 콧구멍, 사람과 같은 눈, 인형 몸을 조합한 악어처럼 보이는 몬스터는 어떤 대상의 외형만을 보고 편견을 갖는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재치 있는 역설이다. 이 작업에는 편견이 또다른 편견을 낳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잠시나마 멈출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작가의 바람이 담겨있다.
공허한 감정과 동시에 작가는 작품 속 빛나는 눈을 통해 응원의 메시지와 희망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긍정의 사인을 보내기도 하고 여러 작업을 통해 공허한 삶일지라도 동행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혼란스럽고 쓸쓸한 도시의 차가운 계절, 작가의 작업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