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마주할 때마다 ‘이게 왜 공공디자인이지?’라는 의문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디자인 매체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되겠느냐마는, 솔직히 이제 착한 디자인, 공공디자인, 상생하는 디자인 등 도덕적인 말로 칭칭 휘감은 디자인 프로젝트는 지겹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이제까지 레퍼런스로 봐왔던 공공디자인 중 정말 ‘공공을 위한 디자인이구나!’, ‘디자인으로 공공의 이익을 살려냈구나!’ 하고 느낀 프로젝트가 몇이나 되는가? 하나라도 있다면 알려주기를 바란다. 디자인이 아무리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으로 대두된다고 한들, 진짜 사회 문제를 해결한 디자인은 몇이나 되냔 말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자. 공공디자인이라는 광풍이 분지도 어언 10여 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모두가 주목하고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디자인의 흐름인 것처럼 굴었다. 그러나 실패를 거듭하는 공공디자인에 관계자는 물론이고, 혜택의 대상이 되는 시민들마저 관심을 끊었다.
심지어 어떤 공공디자인은 공공성을 훼손하고 사람들에게 미적 취향과 삶의 방식을 강요하는 결과까지 나았다. 제대로 된 공공디자인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사람들은 지쳐 가고 있다.
공공공간, 〈공감, 공유, 공생을 위한 디자인〉
그렇다면, 이제 공공디자인이라는 분야를 재정의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닐까?
전시 ‘새공공디자인 2017 - 안녕, 낯선 사람’은 지난 10년간 잘못된 공공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의 반성이자, 뉴(New) 공공디자인을 제시하는 자리다.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공공재나 공공시설물을 디자인한다는 이유만으로 공공디자인이라 불리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디자이너 스스로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고민하며, 창조적인 대안을 모색한다.
봄알람,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앞에 마련된 빨간색 마스크를 쓰면, 숨겨진 진실이 보인다.
‘섹션 1 - 안녕, 낯선 사람’에는 지속적으로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그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디자인이 하나의 운동이 되기를 바라는
일상의 실천,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외치는
봄알람, 공생을 위한 디자인을 하는
공공공간, 오픈 소스 가구를 제작하는
자율디자인 랩, 사과문을 통해 기괴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보는
옵티컬레이스 등 자신의 색깔로 사회적 문제를 꾸준히 전달하는 스튜디오의 작업을 볼 수 있다.
슬로워크, 〈로드킬〉, 벽에 걸린 로드킬 보고서로 책갈피를 만들 수 있다.
재주도 좋아, 〈바라던 바다〉, 재주도 좋아가 2013년부터 진행한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
이어 ‘섹션 2 - 안녕, 낯선 존재’는 우리가 소홀히 했던 문제를 바라보고, 그것을 디자인이라는 방법으로 전하는 스튜디오 및 브랜드로 구성되었다. 로드킬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슬로워크, 성냥이라는 사양산업에 초점을 맞춘
OIMU,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를 기록한
마을에 숨어, 제주도 바다 쓰레기로 작업하는
재주도 좋아, 생태 도감으로 내성천의 자연을 기록하는
리슨투더시티 등 이 섹션에 참여한 디자인 스튜디오는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은 문제들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디자인이라는 방식을 통해 전한다.
전시장 중앙에는 공공디자인 매니페스토의 내용을 담은 포스터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중앙에 위치한 ‘새 공공디자인 매니페스토’는 이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알려준다(한번 꼭 읽어보시라). 점점 팍팍해지는 사회에서 사회적, 생태적, 문화적, 역사적 가치를 지켜내고 회복하려는 노력이 담긴 디자인이야말로 우리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공공디자인’일지도 모른다.
새공공디자인 2017 - 안녕, 낯선 사람
2017.11.10 - 11.30
문화역서울 284
관람료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