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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농경사회부터 SNS까지, 공동체의 역사

2017-10-12

 


 

오는 12월 3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는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변화해온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에 관한 아카이브 전시다.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 공동체 아카이브 전시 포스터

‘공동의 리듬, 공동의 몸’ 공동체 아카이브 전시 포스터


 

이번 전시에는 총 30여 팀의 사회학자, 역사학자, 철학자, 행동가, 디자이너, 예술가의 서적, 오디오, 비디오 자료 및 사진, 노트, 스케치 등이 전시된다. 소리와 춤, 리듬 같은 음악적 요소를 중심으로 ‘기록되지 않는 민중의 역사’에 주목한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구성돼 있는데, 시간순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섹션 1: 민중의 리토르넬르

‘리토르넬르’라는 개념이 조금 생소할 것이다. 가타리(F. Guattari)가 이야기한 것으로 ‘민중의 화음’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노동요 같은 거다. 우리나라 전통 농경사회에서 농민들이 단체로 부른 노동요, 근대 아시아 제국주의에 대항해 결연한 소수 민족의 글쓰기나 영화 제작 같은 리토르넬르는 사람들을 자연적이고 본능적인 신체의 상태로 되돌려 공동체적 사회를 재창조해낸다.

 

제 1전시실 전경

제 1전시실 전경


 

민요연구가 이소라는 1984년부터 사라져가는 우리 농요를 채록하고 음원으로 만들어 보존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전시에서는 50여권의 저서, 100여권의 논문을 비롯해 음원, 직접 채록한 악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자칭 자립음악가로 도시 게릴라 음악을 실천하고 있는 뮤지션 한받(이자 민중엔터테이너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조형물도 흥미롭다. 연대 공연에서 사용했던 퍼포먼스 소품을 모아 놓은 것이다.

 

한받, 무전음악합창행진 퍼포먼스<당인리선>, 2014

한받, 무전음악합창행진 퍼포먼스<당인리선>, 2014


 

섹션 2: 시민, 난민, 유민: 조화와 반목의 시나리오

여기에서는 전통적 공동체 개념과 대비되는 사회적 공동체와 정치적 공동체를 시각화하여 전시한다. 근대화로 인한 전통적 공동체의 해체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소수자들에 의해 구축된 다양한 문화운동을 보여준다. 주류문화에 대항해온 히피, 펑크 등의 하위문화와 국제 상황주의, 한국의 두리반 농성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 2전시실 전경

제 2전시실 전경


 

이인규의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둔촌 주공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작가는 곧 사라질 (내년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에 대한 글과 사진을 기록했다. 아파트의 나무를 기록하고, 아파트 주변의 학교와 상가를 기록했다. 둔촌 주공아파트의 상징인 ‘놀이터 기린미끄럼틀’이 철거되기 전날엔 마을 주민들이 모여 불꽃놀이를 하며 이별했는데, 이 역시 영상으로 담았다.

 

이인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2호>, 2013

이인규,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2호>, 2013


 

섹션 3: 타임라인 위에 모인 마을, 공동체, 사람들

마지막은 한국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공동체의 모습, 즉 SNS 중심으로 전개되는 정치 공동체, 취미 공동체 등을 보여준다. 이들 공동체는 일시적이며 임의적인 동시에 변화무쌍하고 모호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시는 즉흥적으로 생산되고 재구축되는 아카이브들을 시각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SNS를 통해 자발적으로 생성되고 전개되는 공동체 활동을 선보인다.

 

 

일민불만합창단, 2017

일민불만합창단, 2017


 

대표적인 것이 <불만합창단>이다. 불만합창단은 2005년 버밍엄에서 핀란드 출신 예술가 칼라이넨 부부가 시작했다. 주변의 일상과 사회에 불만이 있는 사람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함께 모여 노래를 부름으로써 사회적 이슈와 동시대 관심사들을 공유하고 불만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한다. 뮤지션으로는 자칭 자립음악가로 도시 게릴라 음악을 실천하고 있는 한받이 참여했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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