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7
영국의 팝아트 작가 줄리안 오피가 또 한 번 한국을 찾았다. 우리에게는 서울스퀘어 외벽에 설치된 미디어파사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걷는 사람
걷는 사람들의 옆모습을 담아낸 줄리안 오피의 대표작은 바로 <워킹 피플> 시리즈다. 걷거나 뛰는 사람들의 모습은 인간 행동 중 가장 자연스럽고 일반적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작가는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과 주변의 다양한 도시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개개인이 지닌 특징들을 포착한다. 물론 옆모습만을 그리기 때문에 얼굴로 개인의 특성을 파악할 수는 없다. 대신 우리는 입는 옷, 걷는 모양, 태도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극도의 단순함
줄리안 오피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단순하다는 것이다. 픽토그램을 연상시키듯 동그란 얼굴에 뚜렷하고 굵은 선으로 완성된 인물이 대부분이다. 그는 사진으로 촬영한 모델이나 풍경을 드로잉 또는 컴퓨터 작업을 통해 신체적 특징을 최소한으로 단순화해 이를 조각, 동영상, 프린팅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으로 만든다. 이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사물을 인식하는 방식을 회화에 반영시킨 결과라고 한다.
풍경까지
사실 그는 1980년대까지 주로 인적 없는 들판 같은 자연이나 터널 같은 도시를 그렸다. 물론 미니멀하게. 오피는 정지 상태가 아니라 움직이는 자동차나 비행기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그럼 가까이 있는 물체의 모양, 각도, 색상의 전반적인 모습들은 흐려지거나 뒤틀어진 추상화된 이미지로 보이며 터널과 같은 어떤 장소를 통과하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작가는 이런 풍경 속의 각각의 색을 납작한 띠로 만들어 마치 단순한 그림처럼 보이게 작품을 제작했다.
지금 줄리안 오피의 개인전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8m 높이의 대규모 조각 <타워스.2>, 미술관 전면에 부착된 24m LED <피플> 등 최신작을 포함한 총 70여 점이 전시된다. 내년 1월 21일까지.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