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플라스틱 판타스틱: 상상사용법’은 플라스틱은 싸고 딱딱한 소재라는 우리의 편견을 과감히 무너뜨린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플라스틱은 흔하다는 점 때문에 과소평가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전시 ‘플라스틱 판타스틱: 상상사용법’은 오로지 플라스틱에만 집중하여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특히 플라스틱이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소재임을 강조한다.
플라스틱, 생활을 변화시키다
유리, 나무, 돌과 달리 플라스틱은 인간이 창조한 재료다. 1846년 첫 발견 이후, 과학자들의 거듭된 연구 끝에 1933년에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이 개발되었다. 1950년대부터는 유리를 대신하는 소재로 각광받았으며, 가볍고 튼튼하여 가정용품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전시에서는 그릇, 청소 도구, 인테리어 소품 등 1950년대에 출시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알록달록한 색상이다. 사람이 만들어 내는 소재인 만큼, 플라스틱은 여러 가지 색을 첨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집 내부는 화려한 색으로 채워져 갔다.
1960년대로 넘어가면 플라스틱은 더 많은 제품으로 탄생한다. 특히 의자, 서랍과 같은 가구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다. 강렬한 원색과 심플한 형태의 가구들은 저렴하기까지 해서 많은 소비자의 시선을 금방 사로잡았다.
색상별로 진열된 가구들은 당시 화려한 색으로 꾸며진 1960~70년대의 집 안 내부를 상상하게 만든다.
플라스틱,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만나다
반세기 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에 플라스틱이 최고의 소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디자이너의 힘이 크다. 다른 소재보다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연성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은 플라스틱을 애용했다. 전시장에 진열된 카스텔리 페리에리, 세자르 콜롬보, 필립 스탁, 론 아라드, 알렉산드로 멘디니 등 내로라하는 디자이너의 제품들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답고, 과감하며, 독특하다.
전시장을 채운 디자인 제품들은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Kartell) 사의 제품이다. 자사 제품에 플라스틱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카르텔은 40여 명의 마스터 디자이너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플라스틱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다.
전시 초입의 도쿠진 요시오카가 작업한 벤치는 플라스틱의 물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4번째 섹션에서는 유명 사진작가들이 플라스틱이라는 주제로 촬영한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플라스틱은 제품, 가구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사진작가에게도 영감을 주는 소재다.
플라스틱, 예술 작품이 되다
이번 전시의 묘미는 플라스틱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전시 디자인이다. 디뮤지엄 전시팀과 비주얼 크리에이티브 그룹 쇼메이커스가 디자인한 전시 공간은 투명성과 가벼움 등 플라스틱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각 섹션의 주제를 살린 디스플레이는 마치 잡지 화보를 보는 듯하다. 항상 아름다운 전시를 선보였던 디뮤지엄답게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장면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특히 전시 후반부의 거대한 설치 작업은 마스터 디자이너의 작품을 모아 구성한 것으로,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플라스틱 의자와 제품들이 예술작품으로 변한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어떨 땐 금속 같다가, 어떨 때는 유리 같은 플라스틱의 다양한 속성. 많은 디자이너의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다.
디뮤지엄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주변을 이루고 있는 재료와 물성에 대해 다시 상기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확실히 플라스틱 판타스틱: 상상 사용법은 플라스틱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전시다. 그래서 전시를 보고 나면, 옆에 놓인 작은 플라스틱 컵 하나도 색다르게 보일 것이다.
플라스틱 판타스틱: 상상 사용법
2017.09.14 - 2017.03.04 (월요일 휴관)
서울 한남동 디뮤지엄
성인 8,000원 / 학생 5,000원 / 어린이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