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0
인간의 몸엔 아름다움과 에로틱, 신비로움 등 매우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이 분명하다. 전통미술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누드’를 주제로 인간의 몸을 다룬 전시가 소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 최초로 테이트 미술관의 소장품을 전시하는 이번 전시는 18세기 후반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약 200년간의 누드 변천사를 통해 미술사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테이트 모던,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리버풀,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등 4개의 미술관을 운영하는 테이트 미술관은 영국미술을 포함한 세계 최고 수준의 근현대 미술 컬렉션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약 7만 점에 이르는 테이트의 컬렉션 중 엄선된 12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윌리엄 터너, 헨리 무어 등의 영국 대표 작가 30여 명과 세계적인 거장 파블로 피카소, 앙리 마티스, 오귀스트 로댕, 루이즈 부르주아 등 66명에 이르는 작가들의 회화, 조각, 드로잉, 사진 등의 작품들이 ‘예술로 담아낸 인간의 몸’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전시는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역사적 누드’에서는 아카데미 교육의 핵심으로 여겨진, 주로 고대 신화나 성경, 문학 등의 주제를 다룬 18~19세기 누드화, 고전적 소재로 쓰였던 누드화를 선보이며 존 에버렛 밀레이, 윌리엄 에티, 로렌스 앨마-태디마 등의 작품을 전시한다.
20세기에 들어서는 실제 여성을 그리기 시작했고 목욕하는 여성, 욕조 안의 여성 등 여성의 곡선을 탐미해보는 주제들이 단골로 등장했다. ‘개인 누드’에서는 오귀스트 르누아르, 에드가 드가 등 인상주의 작가들이 개성과 창조적인 화풍으로 그린 작품들이 전시된다.
‘모더니즘 누드-조각’에서는 당시 인체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구현하는 데 중요한 장르였던 조각을 선보인다. 알렉산더 아키펜코, 헨리 무어 등이 유기적 형태로부터 대상을 단순화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들을 볼 수 있다.
누드의 에로티시즘도 볼 수 있다. ‘에로틱 누드-드로잉’에서는 윌리엄 터너, 파블로 피카소, 루이즈 부르주아 등 누드의 에로티시즘이 명확하게 드러난, 개인의 은밀한 취미를 위한 작품들도 전시된다.
근대에 들어 누드화가 한 장르로 확립되고 작가들은 인체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모더니즘 누드’에서는 입체주의, 독일 표현주의 미래주의 등 20세기 초반의 모더니즘 미술가들이 인체를 기하학적인 요소로 간소화하고 추상적 형태로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 누드’에서는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지배적이었던 스탠리 스펜서 등의육체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막스 에른스트 등의 무의식과 꿈의 세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볼 수 있다.
‘표현주의 누드’에서는 분화하기 시작한 사실주의의 개념, 모델과의 관계, 인체의 물질적 속성, 물감의 풍부한 사용 등 다양한 표현 양식들이 전시된다. 두터운 마티에르, 추상 페인팅 등 인간 신체의 물질성을 다룬 윌렘 드 쿠닝, 루시안 프로이트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누드는 점차 성의 정치학에 초점을 맞추게 됐고 페미니즘 예술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몸의 정치학’에서는 앨리스 닐, 실비아 슬레이 등 전통적인 여성 누드에 반기를 든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들어 대형 크기의 사진들이 등장하면서 연약하고 유한한 존재로 누드를 표현하는 작품들이 많아졌는데 ‘상처받기 쉬운 누드’에서 그러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신디 셔먼, 존 코플란스, 트레이시 에민 등 현대작가들이 표현한 동시대 누드 작품들이 전시된다.
누드가 어떤 변화를 거쳐왔는지, 어떻게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소마미술관 전관에서 오는 12월 25일까지 개최된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테이트명작전 전시 사무국, 소마미술관(soma.ksp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