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맥주와 친했던 여름이었다. 바틀샵은 친근해졌고 대형마트뿐 아니라 편의점에서도 쉽게 세계 각지의 맥주를 만날 수 있었다.
세계 각지의 맥주를 쉽게 만날 수 있었던 여름이었다.
종류도 다양한 전세계의 맥주는 다양한 라벨 디자인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즐겁게 한다. 장을 보러 마트에 가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므흣한 눈길로 라벨을 뜯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병씩 맛보는 즐거움에 라벨을 살펴보는 재미.
동물이 주인공
진열대의 수많은 맥주 중에는 유난히 동물이 주인공인 맥주들이 많다. 바다동물부터 뛰고 날아다니는 동물까지.
World Beer Cup 1등이자 Japan Beer Cup 1등 히타치노 네스트 화이트 에일(HITACHINO NEST White Ale). 소량으로 생산되는 일본의 대표적인 부티크 맥주. ‘부엉이 맥주’로 불릴 만큼 부엉이 라벨이 유명하다. 화이트 에일과 어울리게 흰색과 하늘색 바탕으로 눈에 띈다. 맛에 따라 빨간 부엉이 뒤쪽 배경이 다르게 디자인 됐다.
체코 맥주 벨코포포빅키 코젤 다크(VELKOPOPOVICKY Kozel DARK). ‘Kozel’은 숫염소라는 뜻으로 라벨에서도 ‘Kozel’이라고 적힌 나무 판자 위로 염소가 커다란 맥주잔을 들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 느낌이 나는 그레이트 화이트(GREAT WHITE). 미국 맥주다. 해변가, 서핑을 즐기던 상어가 맥주잔을 들고 있는 일러스트는 로스트 코스트 브루어리의 특징이기도 하다.
바가라(BARGARA) 드렁크 피쉬(DRUNK FISH). 호주 맥주로 이름처럼 술에 취해 뒤집어져 있는 물고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목마른 거북이가 이런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써스티 터들(THIRSTY TURTLE)이라는 이름도 재미있다. 라벨에는 이름이 지어진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다.
만화 영화 속 상상의 인물처럼
만화 영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이미지들도 보인다.
우주선을 타고 내려오는 홉처럼 생긴 귀여운 외계인이 그려진 샘스 에일(SAM’S ALE)은 파란 우주선과 연두색 빛줄기, 작지만 샛노란 달이 전체적인 분위기를 명랑하게 만든다. 미국 맥주다.
미국 크레이지 마운틴의 카사 데 루나(CARA DE LUNA). ‘Face of Moon’이라는 의미의 카사 데 루나의 라벨에는 팔이 있는 올빼미가 그려져 있다. 선으로 빼곡히 그려진 올빼미의 털이나 팔의 비늘이 인상적인데 이 캐릭터는 올빼미의 얼굴과 박쥐의 날개, 도마뱀의 몸통, 사람의 다리를 가졌다.
라바 레이크 위트(LAVA LAKE WIT). 라벨의 일러스트가 카사 데 루나와 비슷한 느낌이다. 역시 크레이지 마운틴의 맥주로 비얌바(Byamba)로 불리는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여우의 얼굴, 물수리의 날개와 송어의 몸을 지닌 상상의 동물이라고 한다. 맥주의 색도 라벨의 색과 비슷한 오렌지 톤이다.
소녀스러움 vs 괴기스러움
이번엔 소녀소녀한 느낌과 괴기스런 느낌의 매치.
번호로 종류가 구분되는 덴마크 사이다 템트(TEMPT). 그 중에서도 소녀소녀한 분위기로 9을 꼽아보았다. 붉은 장미꽃의 명암과 작고 섬세한 꽃잎의 표현이 여성스러운 느낌을 준다.
파울라너 헤페 바이스비어(PAULANER Hefe-Weissbier). 독일 뮌헨을 대표하는 6대 맥주 회사 중 하나인 파울라너의 맥주다.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 맥주를 서빙하는 소녀의 일러스트에서 이 맥주의 특징으로 꼽히는 부드러운 거품의 맥주맛을 엿본다.
영국 맥주 홉고블린(HOBGOBLIN). 겉모습은 괴기스럽지만 알고보면 집안의 수호령으로 여겨지는 요정의 일종이다.
심플하게
심플한 게 답이기도 하지만 예쁘기엔 가장 어렵기도 하다.
국내 맥주회사 장 앤 크래프트 브루어리의(JANG N CRAFT BREWERY INC.)의 과르네리(guarneri). 순창의 물로 만들어진 맥주로 총 6가지 종류가 있고 맛과 종류는 ‘g’의 배경색을 달리해 구분했다.
라벨에서 느껴지는 강한 도수. 8.6도 맥주 바바리아(Bavaria) 8.6 오리지널이다. 골드컬러의 배경에 8과6이라는 숫자, 이 둘 사이의 붉은 점. 심플하지만 묵직한 느낌의 라벨이 강한 도수만을 전한다. 네덜란드 맥주.
호주를 대표하는 맥주로 불리는 빅토리아 비터(VICTORIA BITTER). 검정 글씨로 볼드하게 씌여있는 VB라는 글자가 무심한듯 하지만 씁쓸함을 떠올리게 하는 맥주맛과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애드남스 모자익 페일에일(ADNAMS MOSAIC PALE ALE). 영국 맥주로 두 가지 상반되는 색상의 조합으로 라벨이 디자인 되어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