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간이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면,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까? 가장 쉬운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겠지만, 이도 안될 때는 아마 손을 사용할 것이다.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을 때, 손을 사용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수화가 있다. 좀 더 일상과 가까운 예로는 바디랭귀지를 들 수 있다. 해외여행 중, 말이 안 통해 손짓으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경험담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손의 기능 중 하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때로는 이를 넘어 손짓은 하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에서 창조주와 아담의 맞물린 손이 생명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담의 창조〉,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1511~1512 ©The Bridgeman Art Library - GNC media, Seoul (출처: The Bridgeman Art Library)
과거부터 손은 시각매체 안에서 뛰어난 상징 기호로 작용했다. 특히 한 장의 이미지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포스터에서 유용했다.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더 핸드(The Hand)’전은 포스터와 손의 상관관계에 대해 살펴보는 전시다.
이번 전시는 취리히 디자인 미술관과 함께 공동 기획한 것으로, 취리히 디자인 미술관의 소장품 중에서 손을 주제로 35점의 포스터를 선별했다. 작품 중에는 로이 리히텐슈타인, 존 하트필드, 엘 리시츠키가 작업한 포스터도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유명 디자이너들이 손을 이용하여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했는지 볼 수 있다.
다양한 사이즈의 포스터들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액자의 양면으로 작품이 다르니 꼭 앞, 뒤 확인을 해야한다.
전시는 손의 형태와 제스처가 가진 오랜 역사와 흐름을 보여준다. 과거 프로파간다 포스터에서 손이 무언가를 지시하고 감정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면, 현대의 포스터에서는 행위를 나타내거나, 평등·창조 등 다양한 의미를 전달한다.
이렇게 포스터에 손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다른 조형 요소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문화권에 따라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주로 손의 표현은 보편적인 의미를 가진다. 무언가를 가리킬 때는 검지를 사용하고, 약속할 때는 새끼손가락을 올린다. 즉, 누가 봐도 의미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포스터에게 손은 적합한 시각요소다.
‘더 핸드(The Hands)’는 디자이너들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손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볼 수 있는 전시다. 이외에도 평소에 보기 힘든 유럽 포스터를 만날 기회이기도 하다. 전시는 8월 27일까지다. 현대카드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쉽다.
자료제공_ 현대카드 디자인라이브러리(
library.hyundaicard.com/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