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03
부끄부끄 연인들의 이야기를 앙증맞고 귀여운 그림으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부크(Boo.q) 이인혜 작가의 첫 그림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연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만을 위해 쓰고 그린 61편의 글과 그림이 담겨있는 〈엄마라서〉.
이인혜 작가는 그림책 〈난 밥 먹기 싫어〉를 쓰고 그렸고,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와 성석제 작가의 에세이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의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다. 그의 이번 책 〈엄마라서〉는 엄마를 잊은 우리를 위한 그림 에세이로, 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엄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늘 강한 모습으로 자신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며 원더우먼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허점 많고 걱정 많은 엄마. 그런 엄마의 일상을 딸의 시선으로 유쾌하게 그려낸 작가는 엄마를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리 곁엔 엄마가 있다는 걸, 또 엄마 옆엔 우리가 있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다.
책은 1부 ‘엄마의 청춘은 밤으로 바뀌었다’와 2부 ‘끝과 시작’으로 구성된다. 딸의 결혼 전과 후 이야기이기도 한 1부와 2부에서는 각각 불평많고 철없는 딸과 그런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일상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만나며 펼쳐지는 딸과 엄마의 일상이 그려진다.
작가는 61편의 글과 그림을 통해 자신이 엄마와 보낸 시간들을 보여준다. 웃고 울고 짜증나고 보듬고 그리워했던 시간들은 엄마와 함께 한 시간 이상의 것으로, 엄마를 알고, 이해하고, 더 사랑하게 한다.
엄마가 어떤 시간을 견뎌왔는지, 엄마의 밥과 엄마의 희생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그럼에도 우리는 왜 그렇게 엄마와 싸웠는지 알게 해주는 이 책은 엄마가 왜 그렇게 외로워 보이고 불안해 보이는지도 알려준다.
엄마에 대한 애틋함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서운했고 안타깝고 원망스러웠던 감정도 볼 수 있다. 엄마의 엉뚱하고 귀여운 모습도 그려진다. 점차 작아짐과 동시에 무거워지는 엄마의 모습도 유머러스하게 표현된다.
엄마가 되기 전엔 그래도 엄마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되고 난 후엔 엄마를 많이 이해하게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이론상으로만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먼저 와닿는 그림은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갖게 하고, 간결한 글은 엄마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대신 정리해준다.
우리는 엄마가 엄마라서 편하게 대했고 그래서 쉽게 원망도 했다. 사는 게 바쁘다고, 엄마는 모른다고 외면도 했다. 딸이라 더 서운하고 엄마라 더 안타까운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엄마. 〈엄마라서〉는 그런 엄마를 떠오르게 하는, 그런 엄마와 딸을 위한 책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한겨레출판(www.hani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