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다양한 이유로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혼밥(혼자 밥먹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등 다양한 ‘홀로’ 문화가 생성되고 있다. 이들을 위한 공간들도 점차 늘어나는 흐름이다. 건대, 구로, 신림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주로 위치한 코인세탁소 ‘런드리 익스프레스’는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더빌더스앤컴퍼니가 1인 가구의 일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자 기획된 공간이다.
구로MJ점은 외관 쇼윈도에 세탁기 모양의 시트를 부착하고, 내부에 투명한 볼을 넣어 세제 거품처럼 보이도록 재밌게 연출했다. 내부는 세탁기의 메탈 소재를 전체적으로 사용해 통일감을 부여했다.
‘공간적인’ 호기심이 만드는 공간
런드리익스프레스를 기획한 스타트업 ‘더빌더스앤컴퍼니’는 건축, 인테리어 등 한 가지 단어로 회사를 단정 짓지 않는다. 더빌더스앤컴퍼니의 정형석 담당자는 ‘공간적인 관점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고 사뭇 독특하게 회사를 소개하며 “공간 경험을 좋아하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더빌더스앤컴퍼니에 모여 있다”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더빌더스앤컴퍼니는 외국인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던 중 ‘빨래’가 관리하기 힘든 작업임을 느꼈다고 한다. ‘빨래를 편하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코인 세탁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런드리 익스프레스’를 기획하게 된 출발점이 됐다고. 1인 가구가 이용할 수 있는 코인세탁소로 콘셉트를 잡아 타깃 층이 가장 많이 모여있는 지역인 신림, 구로 인근에 매장들을 오픈했다.
신림형석점 - 깔끔한 화이트 타일 파사드에 그린 컬러로 사인물에 포인트를 주어 청결한 코인세탁소의 느낌을 연출한 신림점
정형석 담당자는 “우리는 고객과 우리 자신을 동일시한다”라며 ‘우리가 만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공간을 기획한다고 말했다. “우리와 연령대나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이 런드리익스프레스를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멤버들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각 분점의 콘셉트를 도출하고, 디자인했다고 한다. 멤버 한명씩 각 분점을 책임지고 있어 ‘인헌석준점’, ‘건대윤아점’ 등 각 매장마다 담당자의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건대윤아점 - 사각간판에 세탁기 이미지를 새긴 아기자기한 사인이 돋보이는 건대점 외관
건대윤아점 - 런드리익스프레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클립보드에 디스플레이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건대윤아점 - 편집숍같은 쇼윈도와 아트네온으로 감각적인 공간을 연출했다.
인헌석준점 - 핑크 컬러를 매장 내외부 포인트 컬러로 사용하여 좁은 공간을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꾸몄다. 외부 네온사인 문구로 외관에 작은 포인트를 주었다.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에 주력
런드리익스프레스는 다섯 개의 분점을 아우르는 공통된 디자인 콘셉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포맥스, 금속 등 매장마다 매번 다른 소재로 디자인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정형석 담당자는 “어떤 규칙을 가지고 매장을 만든다기보다는 디자인 회의를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가며 공간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사용자경험(UX) 중에서도 ‘공간 경험’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을 공통적인 화두로 삼았다고 한다. “우리와 같은 우리 고객들이 즐겁게 만족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것”이 더빌더스앤컴퍼니의 아이덴티티임을 소개했다. 단순 코인세탁소의 역할을 벗어나 런드리익스프레스에는 감각적인 설치물과 오락기기 등 고객들이 세탁물을 기다리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대학범수점 - 노출콘크리트로 인더스트리얼한 분위기를 연출한 대학점. 모던한 카페에서 볼 수 있을 법한 화이트 타일로 제작된 의자를 설치해 고객들이 쉴 수 있도록 했다.
대학범수점 - 인더스트리얼한 인테리어를 연출한 만큼 사인은 깔끔한 투명 아크릴로 제작했다.
대학범수점 - 벽면에 설치한 레고 조형물, 오락기기 등으로 공간에 재미를 주고 있다.
트렌드를 좇기보다 ‘공간을 위한 공간’을 고민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더빌더스앤컴퍼니가 펼쳐갈 공간들의 가장 핵심적인 포커스가 아닐까.
글·사진_ 임새솔 기자
야간사진제공_ 더빌더스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