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진작가 닉 베세이(Nick Veasey)는 엑스레이(X-ray)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는다. 그의 작품을 통해 의학기술인 엑스레이는 삶의 진실과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예술이 된다.
엑스레이를 병원이 아닌, 미술관에서 만나게 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대답이 궁금하다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X-ray Man, 닉 베세이’ 전을 관람해보자.
닉 베세이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 주변의 사물을 엑스레이로 촬영했다. 인형, 스마트폰, 구두와 같이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물뿐만 아니라, BMW 미니, 보잉 777기 등 크기가 큰 사물도 엑스레이로 촬영하여 그것의 내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시 ‘X-ray Man, 닉 베세이’’에는 총 120여 점의 엑스레이 사진이 전시된다. 어두운 배경에 피사체의 하얀 실루엣이 드러나는 사진은 약간 섬뜩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스마트폰, 자동차 등 기계를 찍은 사진은 작은 부품 하나마저도 뚜렷하게 나타나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Smartphone?〉, 2015. ©Nick Veasey
〈Plane in Hanger〉, 2001. ©Nick Veasey
닉 베세이의 엑스레이 사진은 사물의 실체와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는 총 5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는데, 각 섹션마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뚜렷하다.
첫 번째 섹션 ‘Everyday Object & Machine’에서는 일상의 사물을 엑스레이로 촬영한 작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친숙한 사물의 내부를 통해 엑스레이 사진 예술을 보다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 ‘Nature’에서는 엑스레이로 촬영된 자연을 만나 볼 수 있다. 다채로운 색감으로 표현된 꽃의 실루엣은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우주의 신비한 기운을 전달한다.
〈Fluffy Teddy Bear〉, 2008 ©Nick Veasey
〈Dahlia〉, 2014 & 〈Serrated Tulip Head〉, 2014 ©Nick Veasey
세 번째와 네 번째 섹션은 현대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오로지 내부 구조만 보이는 엑스레이 사진은 겉모습에 상관없이 누구나 다 똑같다고 말하는 것 같다. 특히 옷의 내부를 보여주는 네 번째 섹션에서는 외형과 소비에 집착하는 현대인의 비뚤어진 모습을 꼬집는다.
마지막 섹션에서는 닉 베세이의 2017년 신작을 만나볼 수 있다. 영국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The V&A Museum)’의 소장품을 촬영한 것으로, 패션의 역사에 길이 남을 오브제들이 화려함을 벗어 던지고 투명하게 내부를 드러낸다.
〈Selfie〉, 2015 ©Nick Veasey
〈Chanel Packing Heat〉, 2015 ©Nick Veasey
〈Balenciaga Evening Dress, 1950_s, from the collection of the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2017 ©Nick Veasey
내부 형태와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닉 베세이의 작품은 직설적이어서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닉 베세이에게 엑스레이는 미학적이고 철학적인 매체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만나는 순간, 엑스레이는 단순히 내부를 잘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겉모습에 감춰졌던 본질을 발견하게 해주는 망원경이 된다.
X-ray Man, 닉 베세이
2017.06.22 - 08.27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7전시실
성인 10,000원 / 청소년 8,000원 / 어린이 6,000원
자료제공_ X-ray Man, 닉 베세이(
www.xraym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