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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예쁜 맥주, 옴니폴로

2017-07-17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주를 꼽으라면, 그건 아마도 스웨덴 크래프트 브루어리 ‘옴니폴로’의 맥주들일 것이다. 정말 하나같이 다 예쁘다.  

 

 

 

스웨덴의 크래프트 브루어리 ‘옴니폴로(Omnipollo)’는 브루어 헤녹 펜티(Henok Fentie)와 디자이너 칼 그랜딘(Karl Grandin)이 2011년 설립했다. 옴니폴로에는 자체 브루어리가 없다. 이들은 전 세계를 돌며 다른 맥주 브루어리들과 협업해 맥주를 만드는 ‘집시 (혹은 노마딕)’ 모델을 따른다. 브루어리 설치 비용을 아낄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거니와, 현지의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맛 좋은 맥주를 만들기에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독특한 브루어리 운영 방식보다 더 눈길을 끄는 건 ‘디자인’이다. 예쁘다는 거다. 옴니폴로의 아트워크는 모두 공동 설립자인 칼의 작품으로, 맥주마다 디자인이 다른 것이 특징이다. 

 

칼 그랜딘, 너는 누구야?

스톡홀름에서 태어났고, 10대에 스웨덴 음악 잡지 <Pop>에서 일하면서 디자인을 시작했어. 그때 일러스트레이터 뵨 애틀댁스(Björn Atldax)를 만났는데, 둘 다 당시 스웨덴에서 유행했던 그래픽디자인이나 광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 우리는 새로운 방식의 디자인을 찾기 위해 ‘Vår’라는 실험적인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기도 했지. 그러다가 몇 년 후에 작은 빈티지 데님 숍을 운영하는 친구들과 칩 먼데이라는 패션 브랜드를 론칭했고, 나는 거기서 약 4년 정도 일을 했어.

 

옴니폴로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칼 그랜딘

옴니폴로의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칼 그랜딘


 

어떻게 옴니폴로의 디자이너로 일하게 된 거야?

2010년 친구의 소개로 헤녹 펜티를 처음 만났어. 그때 헤녹은 베를린에서 스톡홀름으로 막 돌아와 새로운 맥주를 만드는 중이었고, 아마 디자인에 대해 조금 고민하고 있었던 것 같아. 그리고 당시 나는 제품, 디자인, 순수미술을 구분하지 않는 예술 자체에 관심이 많았는데, 헤녹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고. 우리는 막스 에른스트, 마그리트, 카바레 볼테르, 다다이즘 등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어. 다음날 나는 러프한 스케치들을 보내줬고, 헤녹이 그중 하나를 선택했는데, 그게 바로 ‘Leon’이라는 맥주야. 

 

헤녹과 함께 일하는 건 어때? 서로의 작업에 얼마만큼 관여해?

알다시피 옴니폴로에서 맥주 브루잉은 전적으로 헤녹이 담당해. 나는 전혀 관여하지 않아. 우리는 2013년에 <Brygg öl>이라는 책을 함께 만든 적이 있는데, 거기에 소개된 브루잉 방법도 전부 헤녹의 경험이야. 반대로, 옴니폴로의 디자인은 온전히 나의 영역이야. 우리 둘은 완전히 독립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면 돼. 하지만 아이디어나 콘셉트, 맥주 이름, 표현 방법 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 헤녹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나에게 엄청난 영감을 주거든.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뭐야? 또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어?

옴니폴로의 이미지들은 대부분 나의 꿈과 무의식, 상상에서 비롯돼. 대체로 환각적이고 추상적인 것들이 많은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아. 해석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거든.

실제 아트워크에서도 맥주의 맛이나 스타일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아. 그래서 그런지 맥주를 계속 맛보고 연구하면서 영감을 얻기보다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것에 집중하는 편이야. 익숙한 사물을 낯설게 만드는 방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 

 

옴니폴로 아트워크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해?

일단 옴니폴로의 맥주병에는 로고가 없어. 처음엔 다들 놀랐는데, 지금은 그 자체가 옴니폴로만의 개성이 된 것 같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옴니폴로 아트워크 하면 미니멀하면서도 컬러풀하고, 때로는 초현실적인 느낌의 그래픽이 가장 먼저 떠오를 거야. 그 디자인이 맥주마다 다르다는 것 또한 옴니폴로만의 특징이고. 물론 이 모든 스타일은 순전히 내가 좋아서 시도한 것들이야. 처음부터 판매를 위한 디자인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어.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아트워크를 만들고 싶었고, 그것이 하나씩 쌓이면서 옴니폴로의 아이덴티티가 되지 않았나 싶어.  

 

 

※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옆에 예쁜 애


 

Amun

Amun은 미니멀의 극치를 보여준다. 처음엔 단순히 핑크색 라벨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아래쪽에 작은 쥐가 있다. 알코올 도수 8%를 의미한다는데, 정말 깨알 같다.

 

 


Yellow Belly

용기 없는 사람. 또는 겁쟁이라는 뜻이다. 집단 뒤에 숨어서 익명으로 행동하는 비겁한 사람을 흰 종이에 싸인 채 눈만 내놓은 모양의 패키지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Noa Pecan Mud

12살의 헤녹이 제빵사가 되어 만들고 싶었던 디저트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맥주. 그래서 아트워크도 귀엽고 천진난만한 느낌인데, 역설적이게도 맥주는 걸쭉하고, 진하며, 좀 퇴폐적이다. 

 

 


Fatamorgana

‘Fata Morgana’는 이탈리아어로 수평선 위에 나타나는 신기루를 뜻하는데, IPA와 세종(걸쭉하고 시큼한 맛이 나는 벨기에 농주)의 경계가 모호한 이 맥주에 딱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Lorelei

바위에 앉은 로렐라이가 금발의 머리카락을 빗으며 노래를 부르면 지나가던 뱃사람들이 혼을 빼앗기고 만다는 이야기가 있다. 맥주를 맛본 당신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옴니폴로 홈페이지, Photo credit: Gustav Karlsson Fr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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