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 2017-06-28
서울역사박물관에서 기획전시 ‘국경을 넘어, 경계를 넘어’를 오는 9월 3일까지 개최한다. 1960~70년대 독일로 간 한국 간호 여성들의 이야기다.
경제개발정책과 애국심에 주목해온 그동안의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에서는 분단국가의 수도 서울을 떠나 또 다른 분단국가인 독일, 특히 장벽으로 단절된 서베를린에서 활동한 한인 간호 여성들의 정치적, 문화적 삶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 한국 현대사와 연결된 간호 여성들이 남긴 자료를 아카이브 전시 방식으로 소개하고, 간호 여성들의 삶과 2세들의 독일 현지 모습을 사진 작가의 영상, 사진 작품 등을 통해 전한다.
1부 ‘경계를 넘어선 여성들’에서는 1960~70년대 한국과 독일이 각각 노동력을 송출하고 유입하게 된 배경, 젊은 간호 여성들이 독일행을 선택하게 된 계기와 떠남을 준비했던 과정이 관련 유물과 함께 전시된다. 콘테이너 박스로 구성된 공간에서는 인력수출과 독일로의 떠남을 나타내는 기내 영상과 음성이 들린다.
2부 ‘이주와 소통의 길_ 베를린에서의 삶’에서는 독일, 특히 동서장벽으로 분단되었던 서베를린으로 간 한국 간호 여성들이 겪었던 경험을 ‘이주-국경의 경계를 넘어, 젠더-여성의 경계를 넘어, 분단-이념의 경계’라는 구성으로 아카이브 방식을 통해 소개한다. 40여 년 전에 독일에서 치러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이 정성들여 보내온 결혼식 한복과 사연, 부모님의 애정 어린 편지, 1977년 강제 송환에 반대해 벌였던 서명운동관련 자료 등을 볼 수 있다.
3부 ‘남은 이들과 돌아온 이들’은 처음의 3년 계약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들의 모습과 독일 사회에 정착하여 독일 교민 1세대를 형성한 한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작가들의 영상과 사진을 통해 전한다. 한인 간호여성 4명이 그들에게 가장 인상적인 한국 노래를 불렀고, 독일에서 생을 마감하신 분들의 묘지에서 그분들을 기억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2세들이 보는 어머니의 모습과 그들이 느끼는 한국과 독일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4부 ’상호문화사회의 여성들’에서는 1960~70년대에 독일의 손님노동자(Gastarbeiter)로 이주했던 한국 여성들이 독일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베를린시의 상호문화사회(Interkulturelle Gesellschaft) 정책 속에서 진정한 다문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소개한다. 50여 년 전 서독 사회로 이주했던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경험을 통해 남과 북의 이념적 갈등과 1990년대 이후 급증한 외국 이주민들과 함께 살기 위한 과제를 가진 대한민국과 수도 서울이 상호 인정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한국의 산업화가 진행되던 1960~70년대 독일로 떠난 한국 간호 여성들의 다양한 삶과 기억을 공감하고 한국현대사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더 자세한 사항은 서울역사박물관 홈페이지(www.museum.seoul.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