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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누가 안 보면 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이라던데

2017-06-27

 


 

영화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누가 보고 있지 않으면 슬쩍 내다 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음 그래 그렇게 생각될 때도 있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면, 내가 너무 나쁜년인 걸까?

 

 

 

뭔들 안 그렇겠냐 만은, 가족이라는 존재만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사랑스럽고 행복하고 따뜻하고 생각만 해도 눈물일 날 것 같다가도, 귀찮고 짜증나고 아프고 얼굴만 봐도 화가 날 것 같기도 하다. 

 

작가 조문기와 알렉스 베르하스트는 인간적 ‘갈등’의 근원으로서 가족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한국과 벨기에라는 다른 문화권에서 각각 회화와 인터랙티브 영화라는 매체를 사용하는 두 작가는 가족의 신화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를 설명한다. 

 

<상주와 함께>, oil, acrylic on canvas, 112.1×193.9, 2014

조문기, <상주와 함께>, oil, acrylic on canvas, 112.1×193.9, 2014

 

 

조문기는 가족 구성원 간에 느껴지는 모호한 애증의 감성을 그려낸다. 가장의 죽음을 추모하는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재산 다툼을 그린 <상주와 함께>는 가족 간의 무조건적인 사랑이 단순히 허상일지 모른다는 냉소적인 질문을 던진다. 

 

<The Dinner>, Animation loop, 2013

Alex Verhaest, <The Dinner>, Animation loop, 2013

 

 

알렉스의 작품 <정지된 시간>은 인터랙티브 영화인데, 가장의 자살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의 직후를 구체적으로 묘사한 대본을 바탕으로 한다. 등장인물 내면의 감정적인 동요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남은 유가족들이 적절한 태도를 취하지 못하고 당황해하는 순간을 담았다.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서로 뒤엉켜 살을 맞대고 있는 조문기의 인물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상호 간에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알렉스의 인물들은 닮은 듯 다르다. 가족의 해체에 따른 독립된 개인을 염원하면서도 다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갇힌 두 작가의 인물들은 오늘날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기묘가족 奇妙家族: 가장의 부재

~8월 6일, 바라캇 서울

관람료는 무료, 월요일과 공휴일은 휴관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바라캇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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