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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DDP, 디자인으로 문을 열다

2014-03-27


지난 3월 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가 시민들에게 공개됐다. 건축과정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DDP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디자인이 세상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삼은 DDP 개관과 함께 선보인 5대 전시는 다양한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디자인과 문화에 초점을 맞춘 전시들이 꾸며진다.

에디터 | 정은주(ejjung@jungle.co.kr)
자료제공 | DDP

간송의 마음으로 문화를 다시 보다
간송미술관은 한국의 국보급 유물들이 전시된 대표적인 사립미술관 중 하나다. 그간 많은 관람객들에 비해 다소 협소한 공간으로 전시를 즐길 수 있는 인원이 한정돼 있던 것이, DDP와 협업을 통해 전시를 펼치게 됐다. 이번 개관전시인 ‘간송문화’ 전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걸어온 연대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갖고 있던 민족 문화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보여준다. 국보급 문화재들을 한눈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이러한 문화를 지속시키려 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이 오늘 날의 디자인, 창조 산업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전시라 할 수 있다.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을 비롯해, 진경 산수, 고려 청자 등이 총망라된다.

스포츠는 생활과 과학이 만들어낸 예술적 디자인이다
얼핏 보면 스포츠용품 쇼룸이 떠오를 수 있지만, ‘스포츠 디자인: 모두를 위한 스포츠 그리고 디자인’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한 스포츠 속에 디자인이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총 3부에 걸친 전시는 1부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서 하늘, 땅, 바다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스포츠 활동과 관련된 디자인을 다룬다면, ‘승리를 위한 디자인’에서는 영국 런던 디자인 뮤지엄과 이미 ‘2013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바 있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록을 만들어간 디자인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스포츠와 디자인의 만남은 더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한 일환으로서가 아니라 스포츠가 갖고 있는 도전과 열정의 표현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포츠맨을 디자인하다’는 한국의 스포츠 선수들과 디자이너들이 만난 오마주로, 이상봉이 디자인한 펜싱선수 김지연의 드레스, 이나미가 디자인한 이상화 아트북 등이 선보인다. 다만 전시 구성이 단편적인 나열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디자이너는 창의적이고, 또 창의적이어야 한다
DDP를 비롯해 세계 어느 지역에서 짓는 건축물이든 이슈를 몰고 다니는 자하 하디드의 건축과 디자인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가 열린다. 자하 하디드는 스푼에서 대형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신의 세계관을 명확하게 실현시키는 건축가다. ‘자하 하디드 360˚’는 이러한 그녀의 작품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테이블이나 슈즈 디자인에서 보여지듯, 익숙한 형태와 재료를 뒤엎는 그녀의 발상을 잘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전시 공간에는 그녀의 작품이 갖고 있는 대표적인 특징인 유기적 덩어리 형태를 전시장 바닥에 프린트하는 한편, 흑과 백의 대비를 통해 극적인 효과를 주기도 했다.

사람을 낫게 하는 디자인
‘디자인은 사람을 낫게 한다’는 말은 때론 사람들에게 디자인이 더 나은 삶을 만들기 위한 수단이라는 오해를 만든다. 그러나 디자인은 이러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만나는 과정을 말한다. 사람과 삶을 향한 진심이 만들어내는 디자인, ‘엔조 마리 디자인’ 전이 주목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전시는 서울과학기술대학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엔조 마리의 디자인 철학을 실현해 만들어낸 ‘동대문 시장 상인들을 위한 가구 프로젝트’를 비롯해, 엔조 마리의 50여 년 간 디자인 역사를 모아 놓은 작업들과 그와 동시대를 함께한 브루노 무나리 등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함께 전시한다.

교육의 형태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현실이 될 뿐
울름조형대학이 세상에 존재했던 것은 15년이라는 짧은 시간뿐이었지만, 이곳의 영향력은 바우하우스와 더불어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예술, 공예와는 차별화된 디자인의 합리적인 조형성과 학제간 공통 연구 등을 도입해 디자인 교육방법에도 다양한 질문을 남겼다. 전시는 울름조형대학의 역사와 교육과정을 훑는 한편, 이곳의 영향을 받은 디터 람스의 ‘콤팩트 오디오기 SK4’와 ‘울름 스툴’ 등을 소개한다.

DDP 개관 전시 전체를 살펴보면, ‘훈민정음 해례본’부터 ‘F1 자동차’, ‘울름 스툴’ 등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혔다. 이는 DDP라는 공간이 다양한 디자인 콘텐츠를 포용할 수 있는 곳임을 말해준다. 하지만 전시 내용은 일반적인 디자인 콘텐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앞으로 개최될 DDP 전시에서는 콘텐츠의 다양성 외에도 디자인과 창조 산업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동시대적이고 의미 있는 질문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DDP:http://www.dd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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