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6-08
비틀즈의 〈Something〉, 에릭클랩튼의 〈Layla〉. 이 두 노래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노래의 주인공이 패티보이드라는 점이다. 톱모델이자 세계적인 두 뮤지션의 뮤즈였던 그녀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는 ‘팝 역사 속 전설적인 삼각관계의 주인공’, ‘락의 뮤즈’로 기억되고 있지만 ‘패티보이드 사진전_ROCKIN’ LOVE’에서는 그녀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성수동 에스팩토리(S.FACTORY)에서 열리고 있는 ‘패티보이드 사진전_ROCKIN’ LOVE’에서는 사진작가로서 그녀가 기록한 팝의 역사와 그녀의 삶을 동시에 볼 수 있다. ‘ROCKIN’ LOVE’는 ‘끝내주는 사랑’이라는 뜻으로 락스타와의 화려한 사랑과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찾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게 되는 그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패티보이드라는 한 여성의 삶에 포커스를 둔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관람객을 60년대 런던으로 초대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London Fever>로 시작된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빈티지 카메라를 움직이면 일러스트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런던 구석구석의 거리를 볼 수 있다. 영국의 팝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섹션1 ‘EXTRAORDINARY LIFE’의 콘셉트는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다.
이후 미용실 스텝이었던 패티보이드가 모델 활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과 패션모델 현역시절의 모습, 조지해리슨과 만나게 된 〈하드데이즈 나잇(A Hard Day’s Night)〉의 첫 촬영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조지해리슨과의 만남, 사랑, 행복했던 결혼생활 등 10년간의 기록을 섹션2 ‘GEORGE, THE YOUNG LOVE‘에서 볼 수 있다.
섹션3 ‘ERIC, LOVE IN PASSION’은 에릭클랩튼과의 사랑이야기다. 조지해리슨의 친구였던 에릭과의 만남은 열정적인 사랑으로 이어졌고, 사랑에 대한 ‘미친듯한’ 감정을 그녀는 사진에 담았다. 조지와의 이별, 에릭과의 사랑스럽고 행복한 순간들, 그와의 헤어짐이 사진과 글로 기록돼 있다.
섹션4 ‘THE TEARS BEGIN’에서는 그녀가 두 사랑과의 헤어짐으로 인해 겪었던 슬픔과 깊은 우울을 느낄 수 있다.
섹션5 ‘A NEW LIFE’는 패티보이드의 새로운 삶, 제2의 인생을 보여준다. 카메라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모델이나 누군가의 사랑이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을 발견한 연륜있는 한 여인은 자신을 만나기까지 걸린 오랜 시간들을 고백한다. 과거를 통해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게 된 패티보이드는 현재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 들려준다.
마지막 섹션은 ‘BOYD IS BOYD’로 설치작품 〈시간바퀴〉를 통해 패티보이드의 삶 전체를 보여준다.하얀 커튼에 비친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수많은 패티보이드의 사진을 통해 그녀의 삶을 한눈에 돌아보게 하는 이 작품은 그녀뿐 아니라 모든 순간이 지금, 하나가 되는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영국, 미국,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 등 세계 곳곳에서 개최된 패티보이드의 사진전은 이번 전시에서 특별히 20여 점의 사진들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총 100여 점의 사진들이 전시되는 가운데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조지와 에릭의 사랑노래도 들을 수 있다.
주목받는 톱모델로서 자신을 향한 시선, 유명 팝스타와의 사랑, 그리고 그 이후의 삶. 여러 순간을 담은 사진들은 때론 역사를 말하는 중요한 기록이 되고, 한 여인의 감정을 읽어내는 단서가 되기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가 의미있는 것은 사랑을 통해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록의 역사를 기록한 패티보이드의 사진들을 볼 수 있다는 것 외에도 뜨거운 사랑을 했던 한 예술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거쳤던 일련의 과정들을 볼 수 있다는 점, 또 이를 통해 나의 삶과 정체성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전시는 8월 9일까지.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