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애니메이션에는 모두 ‘먹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추억의 마니〉까지. 현재 일본 도쿄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에서는 애니메이션 속 먹는 장면만 모은 전시, ‘식사를 그리다’가 열리고 있다.
‘식사를 그리다’ 전 포스터, ©Studio Ghibli ©Museo d'Arte Ghibli
한국 영화 〈고령화가족〉에는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감독은 가족이란 치고받고 싸워도, 결국에는 밥상 앞에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는 사이라는 걸 말하고 싶다고 했다. 또, 영화 〈괴물〉은 어떤가. 가족이 괴물에 납치된 현서(고아성)를 그리워하는 마음과 지친 마음을 한강 공원의 좁은 컨테이너 매점에서 밥을 먹는 것으로 표현하지 않았던가. 영화 속 먹는 장면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도 마찬가지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파즈와 쉬타는 계란후라이 토스트를 나눠 먹으며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하쿠에게 받은 주먹밥을 먹으며 치히로는 안도의 눈물을 흘렸다. 우리의 왕자님 하울은 따끈한 베이컨과 계란후라이를 소피와 마르클, 힌에게 대접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돌아보면, 먹는 장면이 영화 내용상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파즈와 쉬타는 계란후라이를 얻은 토스트를 나눠 먹으면서 가까워진다. 쉬타는 먹는 것도 이쁘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고 있으면 계란후라이와 베이컨이 먹고 싶다. 지브리의 계란후라이 표현력은 세계 최강이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표현과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한 표정은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특징이다. 부드럽고 탄력 있는 식감, 윤기가 좔좔 흐르는 만화 속 음식은 우리 기억 속에 깊게 남아 있다. 그리고 그걸 아주 맛있게 먹는 주인공의 표정도 잊을 수 없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장면은 지브리 애니메이터의 깊은 관찰력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 음식의 질감과 사람의 먹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보일 수 있는지, 먹는 기쁨을 더욱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세부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한 장면. 치히로의 아빠, 엄마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 저걸 안 먹을 수가 있나요?
울면서 꾸역꾸역 먹는 치히로의 모습은 안쓰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암요, 원래 삶이란 아래로 흐르는 눈물과 반대로 손은 입을 향해야 하는 법.
일본 도쿄에 위치한 지브리 미술관에서 열리는 ‘식사를 그리다’ 전시는 바로 이런 지브리의 노력과 산물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한 장면을 위해 그린 수백 장의 스케치, 콘티, 참고자료 등은 영화 속 음식 그림과 먹는 표정이 어떻게 제작되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또한,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타이거 모스호의 커다란 주방과 〈이웃집 토토로〉의 사츠키와 메이의 고즈넉한 주방도 실제 크기로 재현되어 있다. 관람객은 직접 영화 속 장면으로 들어가, 과거에 영화를 보며 느꼈던 감동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이다.
〈이웃집 토토로〉는 신선한 채소와 집밥을 볼 수 있는 만화다. 사츠키는 따뜻하고 아늑한 주방에서 엄마와 아빠, 메이가 먹을 맛있는 음식을 만든다.
전시는 내년 5월까지 진행된다. 이번 여름, 일본 도쿄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라면 잠시 들러보자. 마침 전시 기간 동안 미술관 카페에서는 만화에 등장한 음식을 재현한 메뉴를 판매한다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겠는가.
식사를 그리다(食べるを猫るく。)
2017.05.27-2018.05(예정)
일본 도쿄 지브리미술관
어른 및 대학생 ¥1,000, 청소년 ¥700, 초등학생 ¥400, 4세 이상 ¥100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