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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밀라노, 디자인으로 물들다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 | 2017-05-04

 


 

일 년에 한번, 밀라노가 축제의 장이 되는 시간이 있다. 모든 전 세계의 사람들을 밀라노로 향하게 만드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o Design Week)가 올해에는 4월 4일부터 9일까지 밀라노 전역에 걸쳐서 열렸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다양한 행사들과 디자인을 다각도에서 살펴보자.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영혼 - 살로네 델 모빌레

 

  

 

트리엔날레 전경 (Photos by 박병하)

트리엔날레 전경 (Photos by 박병하)

 

 

‘가구 박람회’라고 불리는 살로네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는 이탈리아 디자인을 소개하기 위해 1961년부터 시작되었다. 현재는 로 피에라 지역(RHO FIERA)에서 가구, 리빙, 인테리어 전반에 걸친 디자인을 소개하는 행사로 자리 잡아 매해 4월이면 전 세계 디자인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이 참여하고 있다. 5일 동안 내내 돌아도 시간이 부족할 만큼 거대한 살로네의 올해 두드러진 특징으로는 극대화된 미니멀리즘과 공간의 효율적 사용 그리고 재료 사용의 다양화를 들 수 있다. 

 

미니멀리즘은 최근 계속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최근에는 선을 이용한 가구와 소품이 등장하는 등 미니멀리즘의 끝을 보여주는 예시들이 많았다. 스몰 리빙(SMALL LIVING)의 트렌드를 반영하여 최소한의 공간을 이용하는 가구들과 이용 반경을 줄이려는 노력이 돋보였으며 사용자에 맞추어 변형할 수 있는 모듈형 가구 및 소품들이 전반적으로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흔히 가구에 많이 사용되던 나무와 메탈, 유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죽이나 종이를 활용한 예시들을 통해 재료의 혼합적 사용, 새로운 촉감과 재질에 대한 시도들을 볼 수 있었다. 

 

밀라노 골목골목에 깃든 디자인 - 푸오리 살로네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밀라노 시내는 여러 개의 디자인 구역으로 나뉘고 다양한 디자인 전시와 행사, 이벤트들이 진행되는데 이것을 ‘살로네 밖’이라는 뜻의 ‘푸오리살로네(FUORI SALONE)’라고 부른다. 올해는 총 8개의 디자인 지역으로 나뉘었는데 그중에서 주목할만한 디자인 지역인 토르토나(Tortona)지역과 브레라(Brera)지역 그리고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박물관(Triennale Design Museum)을 중심으로 한 푸오리 살로네를 살펴보고자 한다.

  


(photos by 손민정)

(photos by 손민정)

 


올해의 ‘핫’ 플레이스 - 토르토나 지역

밀라노의 대표적인 뮤덱 미술관과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나빌리오 지역 근처에 위치한 토르토나 지역은 올해 대기업의 행사장들이 중심이 되어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았다는 평을 받았다. 토르토나 지역의 중심이었던 슈퍼 스튜디오의 슈퍼 디자인 쇼에서는 총 30개가 넘는 브랜드들과 단체들의 전시를 한 곳에서 볼 수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2017 밀라노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LG와 일본 아티스트 토쿠진 요시오카(Tokujin Yoshioka)의 콜라보레이션 디지털 아트 S.F(Senses of the Future, 미래의 감각)가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관람객들은 LG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이루어진 수많은 스크린으로 만들어진 의자와 빛의 벽을 통해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었고 LG 역시 자사의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누렸다. 

 

이외에 천과 계단으로 만든 모델 하우스를 통해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주거 문화를 선보인 미니 리빙(Mini living)과 다양하고 정교한 예술품 같은 가구와 조명들로 거대한 하나의 호텔과 같은 분위기의 쇼룸을 선보인 일본 브랜드 무이(Mooi), 새로 출시한 갤럭시 S8의 홍보를 위한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 삼성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갤럭시 S8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갤럭시 기어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삼성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LG의 전시

LG의 전시


무이(Mooi)의 전시

Mooi


Mini living

Mini living


Samsung

Samsung (Photos by 손민정) 



밀라노의 전통적인 디자인 중심가 - 브레라 지구

역사가 깊고 유명한 브레라 예술학교(Brera Academy)와 브레라 미술관(Brera Museum)을 중심으로 밀라노에서 가장 작고 예쁜 상점들이 많은 코르소 가리발디 거리(Corso Galibaldi)에는 브레라 디자인 지구가 형성되었다. 브레라 디자인 지구는 지역 곳곳의 실제 집들과 작은 상점들을 활용, 관람객들이 집을 방문하여 관람하는 형태로 관심을 끌었고 소규모의 다양한 디자인 브랜드들과 디자이너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전시 공간을 흰 벽의 미로처럼 공간 안에 만들고 그 안에 자사의 패턴과 가죽을 활용한 예술 작품들을 선보인 에르메스 전시장도 눈길을 끌었다. 엘리고(Eligo)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공예와 각 지역의 특산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디자인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는 브랜드로 한국에서도 주목할만한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기술과 디자인, 트렌드의 결합의 예를 선보였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연 마이크로소프트 밀라노 지사에서는 매일 아이콘 디자인 토크(Design Icon Talk)를 마련, 디자인 위크 내내 세계적인 건축가인 렘 쿨하스(Rem Koolhas),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 및 세계적인 브랜드들의 CEO들의 강의가 진행되었으며 매우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Hermes

Hermes


Toilet Paper

Toilet Paper


Boffi

Boffi (Photos by 손민정)

 


밀라노에 불어온 아시아의 바람 -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박물관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박물관은 밀라노의 디자인과 현대 미술의 중심에 있는 공간으로 매 시즌 매우 독특하고 주목할 만한 전시를 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에는 주로 아시아의 미술과 디자인을 중심으로 한 전시가 열렸다. 일본과 홍콩은 전통적인 요소가 깃든 작품부터 현대적인 작품과 실제 제품들을 전시하였고, 한국은 전통적인 청자, 백자, 분청사기 등 도자기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자기 작품들을 선보여 많은 관심을 이끌었다. 

 

렉서스 어워드(Lexus Design Award)에서 수상을 한 작품들의 전시에는 한국의 원아란 디자이너가 참여하여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도 트리엔날레 박물관에서는 음악과  댄스 등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HongKong Design Centre – Confluence 20+

HongKong Design Centre - Confluence 20+


(photos by 손민정)

(photos by 손민정)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만난 디자이너 원아란

원아란 디자이너는 이화여대, 시카고 미술대학 석사(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를 마치고 현재 하버드 건축 대학원(Harvard Graduate School of Design)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렉서스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고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동안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 박물관에서 작품을 전시한 그로부터 밀라노 디자인 위크와 작품에 대해 들어보았다.


원아란 디자이너(www.wonorchidblossom.com​)

원아란 디자이너(www.wonorchidblossom.com)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참가한 소감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디자인 위크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길을 가다가 부딪히는 사람들 누구와도 명함을 주고받을 만큼 거의 모든 사람이 디자인에 종사하시는 분들이어서 참 좋았어요. 이태리 자체도 처음이었는데 모든 것이 신기하고 멋져 보였어요.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대한 전반적인 분위기는? 

활기차고 새롭고, 모두들 뭔가를 축하하는 분위기랄까? 도시 자체가 파티를 하는 것 같았어요! 

 

디자이너님의 작품과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간단하게 말해 한 사람의 인생을 체크인 사이즈의 캐리어로 간추린 거예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될 수 있도록 modular한 시스템을 써서 디자인했어요. 총 여섯 개의 박스와 한 개의 슬리핑 매트로 되어있는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에 대해 언제든 원하면 detach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나누고 싶었죠. 

 

미니멀+모바일 라이프에 대해 고민하다가 디자인하게 되었는데요, 제목은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을 가진(Having nothing yet possessing everything)’이고요, 짧게는 ‘Moving capsule’이라고 지었어요. 많은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지만 결국 그 물건들의 홍수에 삶이 좌지우지하게 되고 이사할 땐 항상 부담을 느끼던 제 생활방식에서 물건으로부터의 자유를 가능하게 해보고 싶었어요.

 

렉서스 어워드를 통해 얻은 것은 어떤 부분인가요?

렉서스 디자인 어워드는 실질적으로 작품을 만들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큰 기회였어요. 아직까지도 너무 감사한 것이 많아요. 몇 개월 동안 LDA 팀이랑 가족보다 더 자주 연락하고 서로 고심하면서 프로젝트에 심혈을 기울였고 좋은 인연도 많이 만들어서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멋진 경험이었죠. 

 

디자이너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정보의 시대이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에서도 많은 것들이 예전과는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 많은 개인들이 쉽게 전문성을 습득할 수 있죠. 한 예로 인테리어 디자인도 전문가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시도하고 또 배울 수 있는 분야가 되었으니까요. 요즘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면 인터넷에서 못 찾는 건 거의 없잖아요. 저도 많은 분야에 걸쳐서 유기적인 디자인을 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싶어요. 가장 중요하게는 사람들의 고충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원아란,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을 가진 (Having nothing yet possessing everything)〉

원아란, 〈아무것도 없으나 모든 것을 가진 (Having nothing yet possessing everything)〉

 

 

밀라노 디자인 위크는 뜨거운 일주일의 기억을 남기고 끝났다. 많은 대중들이 디자인에 대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고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영감을 얻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다. 이제 새로운 디자인들이 탄생할 기회의 일 년이 다시 주어졌다. 밀라노는 이미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다시 뜨거워질 내년 4월을 꿈꾸고 있다. 

 

글_ 손민정 밀라노 통신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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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 공대에서 (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을 전공 후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롭게 만들 디자인의 힘을 믿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서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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