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9
갤러리바톤은 애나 한(Anna Han, b. 1982)의 개인전 ‘폰즈 인 스페이스 0.5(Pawns in Space 0.5)’를 오는 16일부터 3월 18일까지 개최한다.
애나 한은 주로 주어진 장소에서 영감을 받아 공간을 재해석하거나 자신의 삶과 내면세계를 압축해 담아내는 과정을 통해 공간이라는 물리적 장소에 심리적 접근을 더한다. 애나 한은 주어진 공간을 다양한 재료로 덧입히거나 변형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관람객에게 공간적 물성과 존재감을 주면서도 자신의 감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이끈다. 과거 특정 감정이나 기억을 소재로 작품을 풀어내기도 했지만, 이번 개인전에서는 주어진 공간이 주는 영감에만 집중하는 접근방식을 취한다.
애나 한은 기존 작품에서 선보인 대부분의 요소를 총망라해 갤러리바톤의 확 트인 전시공간이 지닌 차원을 왜곡한다. 네온, 천, 거울, 카펫, LED 라이트, 실, 페인팅, 시트지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공간을 구획하며 평면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공간에 펼쳐낸다. 신비로운 컬러와 그라데이션으로 입체감을 부여한 회화는 평면임에도 설치 이상의 공간성을 획득하며, 회화 자체로 공간(void)의 무한성을 모방한다. 회화를 중심으로 펼쳐진 작은 설치물은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장을 점유하며 경계를 만들고, 각기 다른 자아를 만들며 공생하는 작품이 모인 화이트 큐브는 마치 소우주처럼 작용한다.
그동안 애나 한의 설치와 회화는 독립적인 존재로 기능했다면, 이번 전시는 설치와 회화 각각의 조형적인 면을 부각하면서도 전체적인 조화를 염두에 둔 감각적인 연출로 기존 공간을 확장하고 동선을 새로이 구성했다. 작품은 서로 부딪히며 방해하지 않고 상충할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거대한 전시공간 안에서 회화와 설치는 서로 지지하며 전체적인 공간을 흐트러트리지 않는 선에서 각기 다른 공간성을 부여받는다. 이로 인해 관람객은 작품 감상의 단계를 넘어 공간이 지닌 물성과 존재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애나 한은 뉴욕 프랫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와 미시간 크랜브룩아카데미오브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스코히건스쿨오브페인팅앤스컬프처(Skowhegan School of Painting & Sculpture) 수학 후, OCI미술관, 고양아람누리미술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부산비엔날레 특별전 등 국내 유수 기관과 뉴욕, 미시간, 메인 등 미주 지역의 다양한 전시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청주, 고양, 미국 뉴욕, 독일 바트엠스(Bad Ems) 등 국제적인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가했으며, 서울시립미술관 등 다수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