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브랜드 ‘1064 studio’. 금이 ‘녹는’ 온도인 1064.18℃에서 브랜드 네임을 가져왔으며, 디자인 콘셉트는 모두에게 ‘녹아드는’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다. 

1 녹는다

1064 studio는 경리단길 언덕배기에 있다.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이런 데 무슨 쇼룸이 있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 의문의 숫자가 써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그중 4번 상점이 1064 studio 쇼룸이다. 대표이자 디자이너인 노소담은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한 후 한 주얼리 회사에서 1년 남짓 일했지만, 사실 하고 싶은 디자인은 따로 있었다. 모던하고 중성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디자인. 결국 그녀는 회사를 나왔고, 2개의 컬렉션과 함께 1064 studio를 오픈했다. 그게 2015년 5월이다.

경리단길에 위치한 1064 studio 쇼룸

“’MELTING collection’이랑 ‘MODERN SHAPE collection’이 처음 두 컬렉션인데요. 우선 ‘MELTING collection’은 저희 브랜드를 가장 잘 나타내는 컬렉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녹는다’라는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녹는 재질의 특성과 녹을 때 보여지는 라인이 잘 느껴지도록 디자인했어요. ‘MODERN SHAPE collection’은 저희 브랜드의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건축물에서 보이는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점, 선, 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그중에서도 ‘Square ring’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많은데요. 처음에는 원석 없이 금속으로만 만들려고 했어요. 지금보다 훨씬 더 미니멀하고 중성적인 느낌으로요. 그런데 문득 ‘색을 한번 넣어볼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프레임을 만들고 다양한 컬러의 원석을 넣게 됐어요.”

처음 의도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탄생한 ‘Square ring’ 시리즈는 현재 1064 studio에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별 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인스타그램에서 이 아이템을 보고 찾아오는 고객이 무척 많다는 것. 쇼룸을 찾은 고객들은 실물이 훨씬 아름다운 주얼리에 한 번 놀라고, 이 모든 것이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두 번 놀란다. 

1064 studio를 대표하는 ‘Square ring’ 시리즈

“손으로 만드는 것과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것에는 장단점이 있어요. 우선 공장에서 기계로 만들어지는 것들은 한치의 오차 없이 모든 제품이 똑같이 만들어지는 장점이 있지만 퀄리티가 떨어져요. 반대로 사람이 손으로 만들면 퀄리티는 높지만 주얼리마다 모양이 약간씩 달라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거죠. 개인적으로 이러한 따뜻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좋아해서 핸드메이드 방식은 앞으로도 계속 가지고 갈 생각이에요.”

1064 studio의 인기 아이템 중 하나인 ‘Mini Lock Tassel earring’. 한쪽에만 체인이 있는 언발란스 디자인이 특징이다.

현재 1064 studio는 핸드메이드 주얼리 제작을 체험해보고 싶어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디자이너 본인이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을 워낙에 좋아해 예정보다 조금 일찍 시작하게 됐다. 원데이와 전문가 과정으로 나뉘는데, 두 과정 모두 수준이 상당해 항상 예약이 꽉 찬다. 그녀는 클래스를 통해 의외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이번에 출시된 ‘Pyramid square open ring’ 같은 경우에도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물이에요. 기존의 ‘Square line open ring’의 원석이 너무 커서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크기를 조금 줄이고 피라미드 모양으로 깎았어요. 또한 손가락이 길어 보이도록 제작한 세로바는 의외로 가로로 주문하는 분들이 많아서 변형해봤는데 역시나 반응이 무척 좋네요.”

2 녹아든다

Modern, Minimal, Neutral, Simple, Geometry. 1064 studio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단어들이다. 디자이너 노소담은 이중에서도 ‘실용성’을 1064 studio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한 가지 아이템을 기존의 것과 레이어드해서 여러 가지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저희 브랜드의 최고 장점이에요. 예를 들어 ‘Golden ratio leather earring’은 가죽을 탈부착할 수 있어요. 그래서 가지고 있는 다른 귀걸이에 응용해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착용할 수 있죠. 처음 디자인 단계부터 그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시작해요. 특별한 날에 하나만 착용하는 단순히 예쁘기만 한 주얼리가 아니라, 평소에도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주얼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2016 f/w ‘Golden ratio collection’ 모델 화보

이번 2016 f/w ‘Golden ratio collection’에는 디자이너의 이러한 신념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황금비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1:1.618이라는 황금비를 그대로 디자인한 건 물론 아니다. 주얼리라는 개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비율을 찾아서 디자인했고, 뿐만 아니라 착용했을 때 인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분할을 주얼리에 표현했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이 ‘Golden ratio bold two ring’. 전체적인 황금비를 보여주기 위해 투핑거링으로 제작했으며, 바디 안에서도 비율에 따라 골드와 실버로 소재를 나눴다. 확실히 이전 컬렉션에 비해 모던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 많았다. 

인간이 인식하기에 가장 균형적이고 이상적인 비율로 디자인한 ‘Golden ratio collection’

Ratio half choker series (B). 체인을 탈부착할 수 있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다음 시즌에는 기존의 1064 studio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디자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주얼리 트렌드에 맞춰서 크고 화려한 스타일의 디자인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샹들리에처럼 무작정 화려하기만 한 것은 1064 studio의 스타일이 아니다. 영업 비밀이라 살짝만 공개하자면 모빌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더 캐내고 싶은 것을 꾹 참고, 대신 1064 studio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2017 s/s 디자인을 위해 수집한 다양한 모빌 사진들

“2017년은 저와 1064 studio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해에요. 우선은 브랜드를 더 알리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지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의 브랜드 인지도가 더 높은 편인데요. (캐나다와 이탈리아, 중국 두 곳에 입점해 있다.) 내년에는 29cm나 W컨셉 같은 온, 오프라인 편집샵에 브랜드를 입점시켜서 국내 인지도를 높이려고 해요. 그리고 4월쯤에는 쇼룸을 한남동 쪽으로 옮길 것 같아요. 지금은 저와 직원 두 명이 상주하기도 힘들 정도로 규모가 작아서 조금 더 넓은 곳으로 보고 있어요. 동시에 골드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할 계획입니다. 골드 브랜드 안에 패션 브랜드 1064 studio가 들어가는 형태로요. 골드 브랜드는 훨씬 더 미니멀하고 심플한 라인이 대부분일 거고, 아마 커플링 위주가 될 것 같아요.” 

1064 studio 노소담 대표/디자이너

벌써 내년 상반기 계획까지 완벽히 세워 놓았다. 듣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정도로 빡빡하다.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더 바쁘게 뛰기를 바랐다. ‘Suitable for everyone’이라는 브랜드 콘셉트처럼, 2017년에는 더 많은 사람에게 녹아드는 1064 studio가 되기를 응원한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1064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