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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플라스틱을 쓸 것인가, 바이오플라스틱을 쓸 것인가?

박진아 (미술사가 · 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 2016-12-01

 

 

왜 해양동물들은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져먹는 것일까? 플라스틱을 먹은 바닷새와 해양동물은 각종 플라스틱 쓰레기로 배가 가득 차 소화장애를 앓거나 질식해 죽는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 의문의 미스터리를 해결했다. 해양 조류는 발달한 후각을 이용해 먹잇감을 사냥하고 포착하는데, 바닷물에 녹아 분해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뿜는 메틸 황화물(dimethyle sulphide, 과학 축약어는 DMS) 냄새를 먹이로 느낀다는 것. 

 

‘바다로? (Out to Sea? The Plastic Garbage Project)’ 플라스틱 쓰레기 프로젝트에 전시된 하와이 파파하나우모쿠아케아 국립해양국립공원 해변가에 널브러진 플라스틱 쓰레기. 2006년 © Paulo Maurin/NOAA.

‘바다로? (Out to Sea? The Plastic Garbage Project)’ 플라스틱 쓰레기 프로젝트에 전시된 하와이 파파하나우모쿠아케아 국립해양국립공원 해변가에 널브러진 플라스틱 쓰레기. 2006년 © Paulo Maurin/NOAA.

 

플라스틱으로 인한 바다 오염은 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하여 결국 인간의 생명도 위협한다. 얼마 전 중국 본토에서 버려져 바다로 흘러나온 플라스틱 오물은 홍콩 해안을 뒤덮어 환경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버려져 바다로 유입된 후 태평양 해류순환 조류를 타고 떠돌던 플라스틱 쓰레기는 일본 북해 해변을 오염시켜 정치적인 쟁점이 되기도 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의 결과, 오늘날 아프리카 대륙의 해안에서 바다로 무단 배출되고 있는 쓰레기의 90%는 플라스틱 소재라고 한다. 해양 쓰레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해양 선박사고도 해마다 늘고 있다. 

 

(왼쪽) 플라스틱은 대량 생산이 쉽고 생산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소모용품과 일회용품으로 만들어져 쉽고 빠르게 쓰레기로 버려진다. 연구 조사에 따르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중 병이 11%, 비닐봉지가 10%, 식음료품 포장재가 9%, 일회용 접시나 식기류가 5%를 차지한다고 한다. 2012년 스위스 취리히 디자인 박물관에서 기획한 ‘플라스틱 쓰레기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유럽과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주요 미술관에서 순회전시 중이다. Museum fuer Gestaltung Zurich. (오른쪽) 해양 동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버려진 조업용 밧줄과 어망 Photo: U. Romito © ZHdK.

(왼쪽) 플라스틱은 대량 생산이 쉽고 생산비가 저렴하다는 이유로 소모용품과 일회용품으로 만들어져 쉽고 빠르게 쓰레기로 버려진다. 연구 조사에 따르면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중 병이 11%, 비닐봉지가 10%, 식음료품 포장재가 9%, 일회용 접시나 식기류가 5%를 차지한다고 한다. 2012년 스위스 취리히 디자인 박물관에서 기획한 ‘플라스틱 쓰레기 프로젝트’는 현재까지 유럽과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주요 미술관에서 순회전시 중이다. Museum fuer Gestaltung Zurich. (오른쪽) 해양 동식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버려진 조업용 밧줄과 어망 Photo: U. Romito © ZHdK.

 

플라스틱 공해, 글로벌 규모의 생태 위협 

현재 지구상의 바다에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버려져 있을까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속도대로라면 다가오는 2050년에는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보다 썩지 않고 적체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그 많은 플라스틱 오물은 오랜 세월 바닷물, 산소, 태양광과 반응해 자잘한 초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분해된 후 여러 해양생물의 먹이가 된다. 초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 잔해를 먹은 해양생물들은 우리의 식탁에 오를 것이고, 인간은 초미세 플라스틱이 축적된 해산물을 먹게 된다. 이렇게 플라스틱 쓰레기는 생태계 먹이사슬을 파괴하고 부산물은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섭리를 교란시킨다. 일부 해양의 오염 정도는 매우 심각한 나머지 바다와 연결된 강으로 재유입돼 내륙의 수원을 역오염시키기까지 한다(자료 출처: theecologist.org).

 

(왼쪽) 20세기 후반과 21세기 디자인의 혁신은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플라스틱이라는 매우 현대적인 소재 덕분에 인류에 큰 빚을 지고 있다. © Copyright Photo: Michael Lio / Grafikdesign: Alexandra Noth. (오른쪽)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식기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PLA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나 포도당을 주성분으로 한다. Courtesy: Gewerbemuseum Winterthur.

(왼쪽) 20세기 후반과 21세기 디자인의 혁신은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플라스틱이라는 매우 현대적인 소재 덕분에 인류에 큰 빚을 지고 있다. © Copyright Photo: Michael Lio / Grafikdesign: Alexandra Noth. (오른쪽) 테이크아웃용 일회용 식기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PLA 바이오플라스틱은 옥수수나 포도당을 주성분으로 한다. Courtesy: Gewerbemuseum Winterthur.

 

오늘날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의 일상 속 구석구석 어디를 둘러봐도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원유를 원료로 하여 PET(polyethylene terephthalate)나 PVC(polyvinyl chloride)로 가공할 수 있으며, 주물 기법에 따라 생산 과정에서 조절과 성형이 쉽고 가벼우며 썩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각종 포장재, 일상용 소비제품, 부품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소재다.

 

(왼쪽) 1950년대 미국에서 출시된 터퍼웨어(tupperware) 플라스틱 가정용 용기세트는 가사와 주방으로부터 주부를 해방시켜줄 혁신적인 소재로 마케팅됐다. (오른쪽) 스투디오 구치니(S.T.G. Studio Tecnico Guzzini)가 디자인한 픽 볼(Pic Boll) 피크닉용 식기세트는 1970년대 유럽과 미국 디자인계를 휩쓸었던 미래우주시대 미학을 플라스틱 소재와 강렬한 색상으로 일축시켜 표현했다. 1977, Foto: Franz Xaver Jaggy, © Museum für Gestaltung Zürich, Designsammlung.

(왼쪽) 1950년대 미국에서 출시된 터퍼웨어(tupperware) 플라스틱 가정용 용기세트는 가사와 주방으로부터 주부를 해방시켜줄 혁신적인 소재로 마케팅됐다. (오른쪽) 스투디오 구치니(S.T.G. Studio Tecnico Guzzini)가 디자인한 픽 볼(Pic Boll) 피크닉용 식기세트는 1970년대 유럽과 미국 디자인계를 휩쓸었던 미래우주시대 미학을 플라스틱 소재와 강렬한 색상으로 일축시켜 표현했다. 1977, Foto: Franz Xaver Jaggy, © Museum für Gestaltung Zürich, Designsammlung.

 

플라스틱이 탄생하지 않았더라면 20~21세기 소비 경제 속 일상의 간편함과 대중화가 과연 가능이나 했을까? 각종 공산품과 소비재는 물론, 유통기한이 있어 부패하는 음식물을 보호하는 포장재,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나 카페 체인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1회용 배달용 식기류, 각종 소비재 속의 부품, 장난감, 우리가 늘 입고 신는 각종 피복류, 위생이 중요한 1회용 의료보건용 기기, 개인 위생용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용도상의 필요 때문에 플라스틱을 써야만 할 때도 있고, 하찮은 싸구려 물건으로 무시하기도 하며, 또 때로는 (그 특유의 투명한 미학과 내구성 때문에) 다른 소재보다 선호하기도 한다.

 

바이오플라스틱, 정말 자연친화적일까?

우리는 플라스틱과 비닐의 부정적 측면을 잘 알면서도 생산이 저렴하고, 편리하며, 영구적이고 만능 용도를 충족시켜주는 이 소재를 여간해서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수입해온 원유를 주원료로 플라스틱을 생산하며, 주로 편의를 위해 임시로 사용되었다가 재빨리 버려진다. 그렇게 무심코 버려진 플라스틱과 비닐 쓰레기는 썩지 않고 생태와 환경을 오염시킨다. 플라스틱과 비닐이 지닌 이 모든 장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에 해악을 줄이자는 인식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이 주목받게 되었다.

 

대중소비사회의 심볼 중의 하나인 비닐봉투. 비닐봉투는 전 세계에서 매년 평균 1조 장이 사용되는 가장 흔한 플라스틱 제품이지만 그중 5%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한 장의 비닐봉투가 완전히 부패, 분해되려면 기후 조건과 매립장 환경에 따라 20년에서 최대 1천 년이 걸린다. 자료 출처: TexasVox.org. 현대미술가 카더 아티아(Kader Attia)의 설치작품 <비닐 봉지(Plastic Bags)> 2008년. Courtesy: artists.

대중소비사회의 심볼 중의 하나인 비닐봉투. 비닐봉투는 전 세계에서 매년 평균 1조 장이 사용되는 가장 흔한 플라스틱 제품이지만 그중 5%만이 재활용되고 있다. 한 장의 비닐봉투가 완전히 부패, 분해되려면 기후 조건과 매립장 환경에 따라 20년에서 최대 1천 년이 걸린다. 자료 출처: TexasVox.org. 현대미술가 카더 아티아(Kader Attia)의 설치작품 <비닐 봉지(Plastic Bags)> 2008년. Courtesy: artist.

 

환경 분야 과학계의 경고 추세에 맞춰 디자인 분야에서도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이 플라스틱을 대체할 환경친화적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지구 생태계와 환경을 구제할 것이라는 기약을 내세우면서 특히 지속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과 생태건축(Eco-architecture) 분야에서 바이오플라스틱을 눈여겨보는 추세다. 하지만 정말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생분해성(biodegradable)’ 테이크아웃용 용기나 일회용 식기는 아무리 버려도 자연에 무해할까?

 

현재 바이오플라스틱(Bioplastics) 생산량은 전체 플라스틱 생산량의 1%를 차지할 만큼, 바이오플라스틱은 아직 작은 니시(niche)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생분해성 페트병 용기나 생분해성 비닐봉지 등과 같은 생활용품을 위시로 앞으로 바이오플라스틱 시장은 더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과거 플라스틱과 비닐은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제조한 탄화수소 합성물을 원료로 생산된 반면, 바이오플라스틱은 자연에서 비롯되었다. 재생 가능한 원자재, 예를 들면 사탕수수, 우유, 밀, 생고무, 도축장 폐기물 등에서 도출해낸 생물고분자물질(biopolymer)을 이용해 석유화학 플라스틱과 아주 유사한 견고하고 조형이 쉬운 바이오플라스틱을 제조해낼 수 있다.

 

(왼쪽) 석유 기반의 기존 플라스틱과 최근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다양한 비율로 배합해 만든 하이브리드 플라스틱 제품들. (오른쪽) 일회용 식기류로 널리 사용되는 PLA 바이오플라스틱이 쓰레기로 버려진 후 분해 과정을 관찰한 결과 PLA 바이오플라스틱은 완전히 썩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완전한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Photo: Michael Lio.

(왼쪽) 석유 기반의 기존 플라스틱과 최근 새롭게 개발되고 있는 바이오플라스틱을 다양한 비율로 배합해 만든 하이브리드 플라스틱 제품들. (오른쪽) 일회용 식기류로 널리 사용되는 PLA 바이오플라스틱이 쓰레기로 버려진 후 분해 과정을 관찰한 결과 PLA 바이오플라스틱은 완전히 썩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완전한 재활용도 불가능하다. Photo: Michael Lio.

 

바이오플라스틱이란 무엇을 뜻할까? 자연에서 얻은 원자재를 플라스틱 제조에 첨가한 바이오베이스(biobased) 플라스틱과 다 쓰고 나서 폐기되면 자연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뜻한다. 하지만 생분해라는 어휘를 과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천연재료를 주원료로 화학기반 플라스틱과 유사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기존 플라스틱과 바이오플라스틱을 다양한 배율로 섞은 하이브리드 단계다. 다음은 바이오플라스틱 제조에 주로 쓰이는 자연 원료다.

 

사탕수수: 바이오연료와 바이오 PET 병 생산에 현재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원자재다. 사탕수수를 원료로 한 바이오 PET30는 약 30%가 사탕수수 기반의 바이오플라스틱이다. 사탕수수 성분이 포함된 바이오플라스틱이지만 오물 처리되면 자동적으로 썩거나 생분해되지 않으며, 재활용하려면 기존 석유화학 플라스틱과 동일한 공법으로 처리해야 한다.

 

생고무: 일찍이 고대 마야제국에서 놀이용 공으로 만들어지는 데 사용되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지닌 생고무는 현재 생산되는 모든 합성 고무 제품에서 40%가 원자재로 이용되고 있다. 예컨대 생고무를 첨가한 친환경 자동차 타이어는 실험 결과 기존 합성고무 타이어와 진배 없는 성능을 입증 받았다. 생고무 제품이 더 늘어나면 고무나무에서 추출되는 흰 생고무액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토마토: 지난 2014년 미국의 토마토 케첩 생산업체 하인츠(H.J. Heinz)와 포드 자동차 사는 ‘자동차를 위한 지속 가능한 바이오플라스틱 소재 개발’ 협력 프로젝트를 시도했다. 포드 사의 소재과학자들은 하인츠 케첩 공장에서 다량으로 버려지는 토마토 껍질, 줄기, 씨를 견고한 자동차 배선 브래킷, 좌석 등 자동차 부품용 바이오플라스틱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연구 결과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녹말: 주로 밀, 옥수수, 감자에서 추출되는 녹말은 더 이상 요리용 재료만이 아니다. 열가소성 녹말(TPS, thermoplastic starch)은 세포막을 보호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서 바이오플라스틱의 원자재와 혼합물로 탁월할 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 녹이면 비스코스 같은 직물 섬유(fiber)로 재가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인체에 무해하다고 여겨져 어린이용 장난감을 만드는 데 주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 외에도 대마, 삼, 우유, 버섯의 주성분을 대체 플라스틱 소재로 개발하는 업체들도 있다.

 

(왼쪽) 프리덤(Freedom) 스키부츠(2014년)는 피마자유를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했으나 자연 분해되지 않는다. 2016년 소개된 브리오 기차놀이 세트(Design: Roman Jurt)는 식물성 녹말을 주원료로 한 PLA+PVA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했으며, 버려지면 부분적으로 자연 분해된다. (오른쪽) 균사체에서 추출한 버섯 성분의 바이오플라스틱은 특히 식료품 포장과 섬유 분야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유망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 Photo: Michael Lio.

(왼쪽) 프리덤(Freedom) 스키부츠(2014년)는 피마자유를 원료로 한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했으나 자연 분해되지 않는다. 2016년 소개된 브리오 기차놀이 세트(Design: Roman Jurt)는 식물성 녹말을 주원료로 한 PLA+PVA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했으며, 버려지면 부분적으로 자연 분해된다. (오른쪽) 균사체에서 추출한 버섯 성분의 바이오플라스틱은 특히 식료품 포장과 섬유 분야에서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유망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 분해가 가능하다. Photo: Michael Lio.

 

너무도 영구적인 플라스틱의 굴레

바이오플라스틱은 기존 화학 플라스틱을 대체할 안전한 대안일까? 학계에서는 플라스틱을 먹이로 하는 초미세 생물을 이용하여 플라스틱 부패와 분해를 촉진시키는 공법도 개발했으나 표준 플라스틱의 완전 분해와 자연 환원은 아직 불가능하다. 시중에 ‘생분해성(biodegradable)’, ‘자연 분해되는(compostable)’, ‘재활용가능(recyclable)’ 등 환경친화성 표기가 된 제품과 포장재들은 여전히 완전 부패와 분해가 되지는 않는다. 땅에 묻으면 자연 분해되어 거름이 된다고 약속하는 시중의 ‘자연 분해’ 포장지나 비닐봉지는 실제로 완전히 썩지도 않으며 퇴비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설혹 퇴비화된다 하더라도 바이오플라스틱 제품이나 봉지에 들어 있는 납과 코발트 같은 중금속 잔여물은 자연으로 재유입되므로 장기적으로 보면 환경에 해로울 수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버려진 화학 플라스틱 병이나 일회용 기저귀 하나가 썩어 분해되려면 약 450년이 걸린다고 한다. 특히 바이오플라스틱은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예컨대 온도가 높을수록 분해 속도가 빨라지고 습기가 너무 많으면 분해가 잘 되지 않는다. 또 바이오플라스틱 용기나 봉지는 부패하는 과정에서 표준 플라스틱 보다 온실가스(메탄, 이산화탄소 등)를 더 많이 방출하여 대기오염을 악화시킬 수 있고, 더 높은 온도(섭씨 70도 가량)를 가해야 분해된다. 재활용 업체가 바이오플라스틱 원료 공정을 거치려면 특수 기술과 시설이 필요하고, 자연히 추출 과정에서 더 많은 공해 요소가 발생하고 재활용 비용도 높아진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바이오플라스틱이란 석유가 아닌 다른 자연 원자재를 원료로 했거나(biobased) 미생물이 부패를 촉진하여 자연 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실용적이고 적당히 내구적이면서도 폐기 후 분해되는 소재를 디자인해야 한다.”

“바이오플라스틱이란 석유가 아닌 다른 자연 원자재를 원료로 했거나(biobased) 미생물이 부패를 촉진하여 자연 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을 뜻한다. 과학자들은 실용적이고 적당히 내구적이면서도 폐기 후 분해되는 소재를 디자인해야 한다.”

 

과연 우리는 플라스틱 소재의 저주로부터 자유로워져 생태계 파괴를 줄이고 모든 생명체에게 무해한 대체 소재를 발굴해낼 수 있을 것인가? 플라스틱이냐 바이오플라스틱이냐? 과학기술이 인류가 봉착한 환경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안일함에서 벗어나 쉽게 사서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편의와 일회용 폐기문화(throw away culture)를 재고해볼 때다. 스위스 빈터투르 산업박물관(Winterthur Gewerbemuseum Winterthur)이 2016년 가을, 소재 자료실(Material-Archiv)와 영구 전시장을 개장하고, 그에 대한 기념으로 취리히 대학교 디자인학과와 협력해 ‘분해 소재냐 플라스틱이냐, 아니면 둘 다? (Bio oder Kunststoff, oder beides?)’ 특별전을 기획하고 내년 2월 19일까지 전시를 계속한다.

 

_ 박진아 (미술사가 · 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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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미술평론가, 디자인 및 IT 경제 트렌드 평론가, 번역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 월간디자인의 기자를 지냈고, 워싱턴 D.C.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베니스 페기 구겐하임 갤러리에서 미술관 전시 연구기획을 했다. 현재 미술 및 디자인 웹사이트 jinapark.net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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