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 2016-11-24
살아오며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것이 패션이라 했다. 특히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 분야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큰물에 한 방울 물감처럼 서서히 녹아든 관심은 어느덧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는 해박한 지식이 되었고, 한 치 흔들림 없는 고집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고집을 담아 아이템을 만든다. 견고함.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 카테고리의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만드는 에이징씨씨씨와 그 대표 문지우 디렉터를 설명하기에 앞서 떠오른 말 한 마디. 그리고 그들이 <무신사 스탠다드> 레이블을 통해 당신에게 제안하고자 하는 가치.
무신사(이하 ‘무’) : 아직 에이징씨씨씨에 대해 모르는 이들을 위해 브랜드를 소개해달라. 에이징씨씨씨는 어떤 브랜드인가?
에이징씨씨씨(이하 ‘에’) : 에이징씨씨씨는 1900년대 아메리칸 헤리티지를 베이스로 록커빌리, 밀리터리, 워크웨어, 아웃도어, 네이티브 문화들을 관찰하고 연구하여, 디자인하는 브랜드다. 사용할수록 좋은, 그리고 사용하였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액세서리를 제작한다.
무 : 어떤 계기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나?
에 : 태어나서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것이 패션이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깊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작해보겠노라 마음 먹은 듯하다. 자부심을 느끼면서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고, 타협하지 않으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오랫동안 구상하고 준비하여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에이징씨씨씨는 내가 생각하는 멋있는 것들을 모두 모아놓은 브랜드다.
무 : 에디터가 보기에 아메리칸 캐주얼에 대한 상당한 ‘덕력’을 갖춘 것 같다. 언제부터, 어떠한 계기로 이러한 스타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에 : 옷의 디테일이나 소재 안에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것. 비싼 가격의 이유를 옷의 품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패션이라기보단 문화 자체를 입는다는 것.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과 바이크 문화, 그림, 역사들이 모여있는 스타일이라는 것. 이것 말고도 너무나 매력적인 소재들이 많기에 좋아하기 시작했다.
무 : 한눈에 보기에도 질 좋은 가죽으로 만든 장지갑과 카드 지갑, 키홀더, 머니 클립을 <무신사 스탠다드> 레이블을 통해 선보인다. 아이템을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에 : 일단 누구에게나 필요한 물건이기에 선택했다. 손이 자주 닿는 물건들이며 접근하기 쉬운 아이템으로 선보이고 싶었다. 또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무 :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에 : 디자인부터 우리가 자신하는 1900년대 중반의 빈티지 아이템들에게서 착안하여 진행했다. 또한 무신사 스탠다드를 위해 직접 생산한 가죽은 에이징씨씨씨의 브랜드 스토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가죽은 기존 에이징씨씨씨의 제품들보다 얇은 두께로 가공했다. 투박하지 않아 어떤 스타일에나 잘 어울린다는 장점도 있다. 확실히 가죽에 자신감이 있다. 사용해보면, 왜 에이징씨씨씨가 멋진 브랜드인지 알게 될 거라 생각한다.
무 : 선보이는 아이템들에 대하여 간단히 소개한다면?
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파일럿 네비게이터 키트의 디테일과 1900년대 중반의 지갑 디테일이 섞여있는, 아날로그적이며 묵직한 디자인의 장지갑, 머니클립, 명함지갑, 키링이다. 가장 안정적인 형태라 데일리 아이템으로 제격이라 생각한다. 사용할수록 광택이 나는 가죽을 사용하였고, 실이나, 땀 수, 바늘 또한, 빈티지를 중심으로 연구하여 적용하였다. 또한 패키지까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 : 그렇다면 이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어떤 가죽을 사용했나?
에 : 베지터블 가죽을 사용했다. 베지터블 가죽이란 탄닌을 사용하여 무두질을 거친 가죽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가죽을 부패하지 않게 해주기 때문인데, 까다롭고 복잡하지만 아주 오랜 옛날부터 품질 좋은 가죽은 이렇게 만들어왔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우리가 사용한 탄닌에서부터 다른 베지터블 가죽들과는 차별점이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에서 자란 아카시아 나무와 옻나무 케브라쵸, 밤나무 체스트넛에서 추출한 탄닌을 섞어서 사용했다. 이처럼 천연재료를 이용한 베지터블 가죽은 인체에 무해하며 경년 변화에 따른 매력도 갖게 된다.
무 : 가죽 소재의 개발부터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안다. 특별히 가죽의 생산부터 직접 관리하는 이유가 있나?
에 : 가죽을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브랜드를 구상하면서부터, 직접 생산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자재에서부터 브랜드의 가치관을 담는 쪽이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브랜드가 원단을 원단시장에서 발주하고, 공장에서 생산한다. 그런데 날고 긴다 하는 디자이너도 이 과정에서, 가격이나 기술력, 수량 등의 문제점에 부딪히고 만다.
만족스러운 퀄리티나 디테일을 위해서는 샘플과 패턴까지 모두 직접 그려야 한다. 어떤 샘플사가 대신하여도 100% 의도한 그대로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무수히 많이 봐왔다. 모든 제품은 결국 내 손에서 시작하여 내 손에서 끝나야만 만족스럽게 출시될 수 있었다.
비슷한 이치다.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 외엔 없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풀베지터블 타입의 말가죽을 생산하는 곳이 없더라. 그래서 우리가 직접 원료를 수입하여 제작한다. 코도반도, 뉴질랜드산 소가죽도 모두 원피와 오일, 탄닌을 수입해서 제작하고, 유통도 한다.
요컨대 이 말이 정답일 것 같다. 가죽을 좋아하다 보니, 공부를 하게 되었고, 알고 있으면서도 생산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서 일일이 생산에 관여하고 있다.
무 : 소비자들이 다른 가죽 제품과 다르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제품상의 포인트가 있을까?
에 : 혀를 대보면 안다. 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탄닌 무두질을 거친 가죽이라 혀를 대보면 마치 마른 얼음에서처럼 짝 붙는 느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디자인적으로도 포인트는 있다. 포켓의 이니셜이나, 안감 없이 통가죽 본연의 특징을 살려 제작한 점. 우리가 명품이라고 부르는 브랜드들의 가죽보다 자연스러운 경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가죽이라는 점. 포켓의 라인이나, ‘불박’으로 새긴 브랜딩 디테일, 골드 브라스 부자재의 색감까지 모두 에이징씨씨씨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는 요소들이다.
무 : 모두 에이징씨씨씨가 직접 운영하는 <스피크이지숍>에서 직접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설비를 갖추고 생산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이를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 : ‘빈티지’를 이해하는 사람이 만드는 빈티지 아이템이길 바랐다. 또한 제품을 제작할 줄 아는 사람이 만든 제품이며, 원자재 생산, 봉재, 유통, 마케팅을 브랜드가 직접 함으로써 자부심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봤다. 아울러 우리가 좋아하는 문화를 관찰하면서 브랜드를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고집한다.
무 : 어떻게 보면 더 효율적일 수도 있겠다.
에 : 정말 그렇다. 우리나라 공장에서 가죽 가방을 봉재 할 경우 7만원을 들였을 때의 퀄리티가 중국 봉재의 4만원선과 비슷하다. 만족할만한 퀄리티로 제작하려면 10만원 이상의 공임을 주어야 한다. 또한, 공장 사람들의 고집에 브랜드의 감성을 흡수시키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품을 제작한다면 절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 공장에서도 넉넉한 수량을 발주하지 않는 우리가 마땅찮을 테고. 이처럼 가격, 퀄리티, 무엇 하나 좋지 못한 상황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무 : 확실히 쉽게 접할 수 없는 풍경이라 독특하다. 독특하다는 말이 맞을까?
에 : 패션을 좋아하는 젊은 사람들이 가죽 재킷과 부츠를 신고 미싱으로, 바느질로, 가죽 재킷과 부츠, 지갑, 가방 등을 만드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브랜드의 미래고, 우리 에이징씨씨씨의 진정한 아이덴티티다. 더 나아가 우리 제품이랑 비슷하게는 만들어도 똑같게 만들 수는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무 : 보통은 누구나 오가며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곳에 작업장을 두어 제작 과정을 드러내기를 꺼려하시지 않나 싶어 의아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히려 자랑할 거리인 것 같다.
에 : 그렇다. 몇몇의 브랜드들은 공장에서 생산하고, 누군가의 제품을 카피하고, 원부자재를 원단시장에서 소싱하면서, 직접 만들었고, 디자인했고, 원단을 직조했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항상 배운다는 자세로 겸손하게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일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있다. 인테리어나, 쇼룸의 생산시설이나, 우리의 마인드를 그대로 담아내려 노력한다. 쇼룸에서 생산 과정을 사람들에게 확인시켜 주는 거다. 그만큼 확실한 게 있을까.
무 : 패키지 역시 뭔가 특별하다. 나무로 상자를 만들었고, 안에는 여러 가지 내용물들이 함께한다.
에 : 보다 적극적으로 브랜드의 성격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 나무 상자로 패키지의 큰 틀을 만들고, 직접 1900년대의 실제 사진과 엽서 등을 구해 패키지를 꾸렸다.
무 : 부차적이라 할 수 있는 패키지 아이템에까지 공들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에 : 제품을 잘 만드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부분에 있어 만족하기에 브랜드가 지닌 이야기들을 적절히 전달하는 데 보다 큰 비중을 두고 있다.
무 : 이제 이 제품을 구입하여 사용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가죽 제품의 관리는 어떻게 하면 될까?
에 : 요즘 나오는 가죽들은 기본적인 ‘물작업(가죽의 처음 가공 단계)’에서부터 수준 높은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오일이나, 터치제 등의 손실이 적어 초반엔 그리 각별한 관리가 필요 없다. 오히려 주의해야 할 것은 과도한 관리이기도 하다. 크림을 과도하게 발라 가죽의 숨구멍을 막아버리거나, 가죽이 눅눅해지게 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못하다. 또한 물에 너무 많이 젖거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건조해지는 경우들은 각별히 조심해야겠다. 하지만 설령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적당한 양의 영양크림을 제때 발라만 주고, 서늘한 곳에서 말리기만 한다면, 아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다.
무 : 에이징씨씨씨가 만든 가죽 케어 크림도 있지 않은가?
에 : 그렇다. 에이징씨씨씨 제품들은 물론 일반적인 가죽 아이템을 관리하는데 두루 사용 가능한 ‘파나시아 레더 크림(Panacea Leather Cream)’이 있다. 에이징씨씨씨가 자체적으로 화공약품들을 믹스하여 개발한 제품으로, 일단 UV 성분이 없어 태닝이 잘 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일반적인 오일들은 가죽을 축축하고 광이 없어지게 만드는데 반해, 이 제품은 광택을 살려주며 가벼운 크림이라 ‘대충’ 발라주어도 충분히 기능한다. 가죽의 톤 다운도 막아주고, 스크래치 복원력도 있다.
무 : 그런데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빈티지 아메리칸 캐주얼에 특별히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제품을 어필한다면 어느 점을 가장 강조하시겠는가?
에 : 패션이 아니라, 문화 자체를 즐기시기를 추천해 드리고 싶다. 이미 알게 모르게 영화나, 음악, 패션, 이야기로 경험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분야에 큰 관심이 없는 이들도 어색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무 : <무신사 스탠다드> 레이블은 스타일은 물론 가격에 있어서도 ‘표준’을 표방한다. 에이징씨씨씨가 생각하는 지갑을 비롯한 다양한 레더 굿즈의 표준은 무엇인가?
에 : 사람들이 레더 굿즈를 많이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그 '견고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견고함이란 비단 튼튼한 정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관이나 철학 역시 확고하고 변함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본다. 아이덴티티를 동반한 견고함. 그것이 에이징씨씨씨가 생각하는 레더 굿즈의 ‘스탠다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