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사진에는 에너지, 희열, 슬픔, 열광, 박진감이 담겨 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스포츠사진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전시가 현재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스포츠사진을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전시여서 더욱 눈길을 끈다.
아르헨티나 복싱 선수 마르티네즈를 촬영한 하워드 샤츠(Howard Schatz). Boxing Study 1805 Sergio Martinez, 2010. Courtesy of the Staley-Wise Gallery, New York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올 여름 대한민국을 강타한 펜싱선수 박상영의 ‘금빛 주문’이다. ‘2016년 스포츠계 키워드’를 예약한 것과 다름없는 말이기도 하다. 금메달 획득이라는 가시적인 위대한 업적을 뛰어넘어 불가능의 기운이 팽배한 지금, ‘긍정의 힘’을 믿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올해 국내외 스포츠계를 강타한 키워드를 꼽자면, 리우올림픽, 유로2016, 레스터시티의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우승,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 사망,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도박과 승부조작 사건 등이 있겠다. 이들 모두 전 세계 스포츠팬들에게 적잖은 감동과 충격, 배신감을 안겨주었던 굵직한 사건들이다.
레비 셔우드가 러시아 성 바실리 대성당 앞에서 오토바이 묘기를 선보이고 있다. 요에르크 미터(Joerg Mitter), Levi Sherwood of New Zealand performs in front of the St.Basil’s Cathedral in Moscow’s Red Square, Russia, June 24, 2010. Joerg Mitter. Limex Images Powered by PhotoShelter ©Brooklyn Museum |CONTACT
포인트 듐에서 뛰고 있는 미국 육상선수 재키 조이너 커시를 촬영한 허브 리츠(Herb Ritts), Jackie Joyner-Kersee, Point Dume, 1987. ©Herb Ritts Foundation/Trunk Archive
잘 찍힌 사진 한 장은 잔상을 오래 남긴다. 특히 스포츠사진이 그렇다. 결정적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한 한 장의 스포츠사진은 당시 경기가 벌어졌던 상황과 분위기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이런 사진 한 장의 마력을 강조한 전시가 뉴욕 브루클린 미술관(Brooklyn Museum)에서 개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제목은 ‘Who Shot Sports: A Photographic History, 1843 to the Present’로, 1843년부터 지금까지의 스포츠사진 역사를 되짚어보는 전시다. 스포츠 사진가들을 전면에 내세운 첫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모험가 마이클 톰첵이 유타 캐슬 밸리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크리스텔 라이트(Krystle Wright), Freefall, Michael Tomchek leaps off Castleton Tower (400ft) as fellow BASE jumpers look on, Castle Valley, Utah, 2010. Collection of Krystle Wright
데이비드 버넷(David Burnett), Platform Diving, Olympic previews, 1996. ©David Burnett(Contact Press Images)
큐레이터 게일 버클랜드(Gail Buckland)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사진가 170여 명이 참여해 총 230점을 선보이고 있다. 스포츠사진의 시작부터 결정적 순간, 열성적인 스포츠팬의 모습, 스포츠 스타의 초상사진, 현장 뒷이야기, 경기장의 안과 밖 등 내용은 물론 사진 스타일도 다양하다. 대표 사진가로는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 데이비드 구텐펠더(David Guttenfelder),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앤디 워홀(Andy Warhol), 하워드 샤츠(Howard Schatz), 허브 리츠(Herb Ritts) 등이 있다.
독일 호켄하임 F1 경기 중 차에 화재가 났다. 아서 틸(Arthur Thill), Narrow Escape, Fire Incident in Hockenheim, German F1 Grand Prix, 1994, Courtesy of the artist/ATP Photo Agency
환호하는 열성팬들 뒤로 뜨겁게 키스를 나누는 남남 커플의 모습이 더 눈길을 끈다. 디앤 피츠모리스(Deanne Fitzmaurice), Touchdown Kiss, 2013. Collection of Deanne Fitzmaurice
전시는 제목처럼 19세기 중반 식염지에 인화한 스포츠사진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사진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덕분에 관람객들은 스포츠사진의 촬영 기법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오늘날의 스포츠가 전통적인 운동 경기로부터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메가 스포츠 이벤트가 우리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알 수 있다. 프로 선수들의 멋진 몸매와 근육만이 아닌, 선수들의 열정, 신체 장애인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 공동체 정신, 성 소수자 등을 담은 사진을 통해 스포츠와 관련된 문화·사회·정치적 이슈까지 되돌아볼 수 있는 이 전시는 2017년 1월 8일까지 계속된다.
장애인 올림픽인 스페인 패럴림픽 수영 선수 아비 토레스가 출발선에서 다이빙을 하고 있다. 밥 마틴(Bob Martin), Avi Torres of Spain sets off at the start of the 200m freestyle heats, Paralympic Games, Athens, September 1, 2004. Courtesy of Bob Martin/Sports Illustrated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미술관이다. 1823년 브루클린제도서관협회로 창립, 1890년 브루클린연구소로 명칭을 바꾸고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브루클린미술관, 브루클린아동박물관, 브루클린식물원,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 4개 부분으로 독립돼 운영되고 있다. 미술관에는 고대 이집트, 중남미, 이슬람 문화권, 동양권 문화 등에서 온 다양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에디터_ 박이현
디자인_ 김혜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