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울돈화문국악당 개관을 기념하여 개관식의 아이덴티티를 제작한 이후, 개관 기념행사 별례악(別例樂)의 아이덴티티를 진행하게 되었다. 클라이언트는 별례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젊은 세대와 외국인에게 국악을 친근하게 소개하기를 바랐다. 우리는 흔히 한국적, 전통적이라고 일컫는 것들이 오히려 오늘날엔 생소하거나 낯설게 여겨진단 점에 주안점을 두고, 한국을 전통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음악과 연주자들에 집중하는 것이 관객에게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픽 요소는 국악당의 기존 로고인 한옥 지붕의 기와에서 힌트를 얻어 도출했다. 우리는 이를 두루 응용할 수 있게끔 노골적인 모양을 피해 추상적으로 디자인했다. 기초도형에 기반을 둔 그래픽을 통일감 있게 활용하여 각종 기획 공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덴티티의 색상은 별례악이 무형문화재부터 청소년국악당까지 여러 세대를 넘나드는 축제라는 점에서 흥겨움을 표현하기 위해 채도 높은 색상을 활용했고, 역동적이고 활발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직선 패턴을 추가했다. 배경은 색상에 따라 그래픽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이 흥미로워 하양과 검정 두 가지 색상을 활용했다. 검정 배경은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는 것과 같은 흥겨움을 자아냈고, 흰 배경은 자수를 놓은 듯한 단정함을 풍겼다. 이는 낮에서 밤까지 판소리, 사물놀이 등을 두루 아우르는 별례악의 다양한 공연들과도 맥을 같이한다.
서체는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데에 주력하여 선정했다. 대다수가 전통이라고 하면, 붓글씨 기반의 바탕체를 떠올린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발상에서 벗어나고자 단순한 그래픽 형태와 어울리는 돋움체를 사용했다. 한편, 별례악의 한자 로고타입은 그래픽에 등장하는 원과 직선을 요소로 하여 직접 그려 제작했다. 그래픽과 서체 등이 한국의 전통적인 형태를 따르지 않기에 전통성을 어느 정도 투영하고자 세로쓰기를 택했다.
이번 작업에 임하면서 디자인 방향을 문장으로 짧게 설명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매체에 구애받지 않고 통일되는 규칙을 만드는 것은 중구난방 디자인을 피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규칙 안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며 강약을 유지한다면 디자이너가 얼마나 맑은 정신으로 프로젝트에 집중했는지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클라이언트_ 서울돈화문국악당, SDTT.OR.KR
작업기간_ 2개월
공개일_ 2016년 9월 1일
이 기사의 전문은 〈CA〉 11월호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